초대일시 / 2014_1110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00am~06:00pm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KEPCO ARTCENTER GALLERY 서울 서초구 효령로 72길 제1전시실 Tel. +82.2.2105.8133 www.kepco.co.kr/artcenter
The First Motif, QR Code ● 1980년대 후반 대형쇼핑몰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바코드. 굵고 가는 막대선들의 모습과 리더기를 거칠 때마다 '삑' 울리는 소리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소리는 아마도 십 여 년 뒤 도래할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를 예고하는 음(音)이었을지도 모른다. 바코드가 가져 온 편리함과 신속성에 익숙해진 세대는 제한된 정보를 숫자로만 인식했던 바코드의 한계를 넘어서 대량의 정보들을 문자로도 담을 수 있는 정보인식체계를 요구하였다. 일본 덴소사(社) 내 개발부서(현 DENSO WAVE)의 두 명의 기술자들이 그 요구에 열정적으로 응해 한 차원 진화된 결과물을 만들어 'Quick Response'의 첫 글자들을 뽑아 QR Code라는 고유한 이름을 부여했다. 그 모태인 바코드를 청출어람(靑出於藍)하여 사각의 틀 안에 인쇄된 어떤 문자나 그림과도 구별 짓도록 만든 특별한 비율의 매트릭스 곧 격자무늬들로 채워 넣은 QR Code는 그 음(音) 역시도 QR Code를 읽는 데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맞추어 '찰칵'으로 변화되었다.
2014년 현재, 혁명을 거듭하는 최첨단 디지털시대의 아이콘들 중 하나인 QR Code는 모습과 기능 측면에서만 진화된 것은 아니다. 바코드가 산업계의 전유물이었는데 반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함께 다양한 사용법을 고안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을 바란 개발자 마사히로 하라(Masahiro Hara)의 마음 그대로, 누구나 비용을 안들이고 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DENSO WAVE INCORPORATED의 기업철학 안에서 QR Code는 현 디지털시대를 공존하는 디지털유목민들의 공동의 작품들로 계속해서 진화하는 중이다.
The Second Motif, Periscope ● 장난감들만큼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또 있을까. 구슬, 딱지, 새총, 레고, 로봇... 기억 속에 숨어 있다가 '이걸 어떻게 잊고 있었지?'하며 머리를 툭 치게 되는 장난감이 있다. 잠.망.경. 구슬 속을 들여다 볼 때 느끼는 신비로움과는 다른, 시야를 넘어선 곳의 세상이 눈앞에 직접 다가오는 것 같은 신기함. 딱지를 탁 뒤집어 넘길 때의 짜릿함과는 다른, 잠망경으로 몰래 술래를 살필 때의 두근거림. 잠망경을 최대한 늘려 눈을 꼭 갖다 댄 행위는 '어른만큼 키가 크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했던 호기심이었다. 유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 신기한 장난감이었던 잠망경은 그 원리를 알고 보면 '상(狀)'의 좌우를 다르게 나타나 보이게 하는 거울의 특징을 이용해서 '상(狀)'의 빛을 포착하는 윗거울과 그 빛을 관찰자의 눈에 전달하는 아랫거울로 만들어진 단순한 장치이다. 장난기 가득한 호기심과 세상을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심이 있기에 그 장치는 단순할지언정 그것을 통해 보게 되는 세상의 이미지는 크고 자유로우며, 일상을 예의주시하면서 더 큰 세상과 연결하는 작가의 시각과 일체화된다. ● 1854년 Hippolyte Marié-Davy가 최초의 해군잠망경을 만들고, 1902년 Simon Lake가 그의 잠수함에서 잠망경을 사용한 이후로, 100년이 넘는 동안 광학장치로써 잠망경은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디지털카메라로 대치되어가고 있다고 하니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시대의 유물로 남게 될 날이 올 수도 있겠다.
The Interface between QR Code and Periscope ● 첨단디지털시대의 아이콘인 QR Code와 아날로그시대의 장난감인 잠망경.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오브제를 작업의 모티브로 선택함은 QR Code가 담고 있는 진화의 정신과 잠망경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상-이상적인 세상-을 보기를 갈망하는 순수한 마음이 진정한 작가정신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디지털유목민이면서 동시에 아날로그시대를 향한 노스탤지어로 인해 아나디지족(Anadigi Tribe)이 될 수밖에 없는, 두 시대의 경계에 선 이들이 느끼는 시대감정을 "시대를 보는 잠망경"이라는 주제의 작업으로 풀어내었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한 화면에 옮겨놓고 그것들이 가진 가치와 속성으로 인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에 본질적 연관을 짓는 일이다. ● 이 번 전시 작품들 속에서 QR Code와 잠망경은 각각 상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현재의 우상(icon)이 과거의 유물이 될 수 있음을 역지사지하는 것이다. 무한반복 되어 나타나는 QR Code를 보면서 다르지만 같은 생활행동들을 하는 현대인의 일상을 재확인하게 되고, 이러한 우리의 모습들을 잠망경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다.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자하는 열망과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망각하는 것이 있지는 않는가 하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반문이 본 전시의 핵심이다. ■ 박민규
시대를 보는 잠망경 ● 박민규 작품전에 부쳐 박민규는 QR(Quick Response) 코드 이미지를 조형화 하면서 소통이라는 화두를 제시한다. 그의 작품은 기능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거나 QR 코드 형식이나 유희성에만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잠재적 소통 방식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말하려는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나 바라봄과 동시에 작품에 접근해 코드와의 물리적 접촉을 통해 가상의 현실에 접속함으로써 증강 현실이나 새로운 정보의 공유와 참여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작품은 두 개의 상이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물리적인 그림으로 존재하고 다른 하나는 지각적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세계와의 접속을 위한 보이지 않는 틀로서 작동된다. 정사각형이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형태로 인식되었던 것처럼 작가는 사각형 코드를 차용한다. ● 2차원 코드의 일정한 패턴으로 변주되는 작품 이미지는 프랙탈 구조와 만화경의 환영, 투 미러 시스템의 이미지 증식, 미로와 옵티컬 아트의 착시 구조와 닮은 상사(similitude)성을 보이면서 말레비치나 몬드리안, 그리고 클레의 작품과 유사(resemblance)성을 지닌다. 박민규 화가는 흑과 백의 이미지와 구조들을 통해 정보와 소통, 과거와 현재,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기계적 이미지, 직선적 사고와 시스템에 의해 구현된 이미지가 원형적 사고와 순환적 역동적인 패러다임의 소통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 어두운 과거와 하얀 미래 그리고 그 시간을 매개해 주는 '잠망경'이 그림 속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박민규는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아이콘 'QR 코드'와 아날로그 시대를 대신하는 '잠망경'이라는 매체를 작업의 모티브로 삼고 노마디즘과 노스탤지어 그리고 이상향에 대한 아나디지 족(Anadigi Tribe)의 욕망을 '시대를 보는 잠망경'이란 주제로 풀어내었다. 그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한 화면에 옮겨놓고 그것들이 가진 가치와 속성으로 인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에 본질적 연관을 짓는 일'임을 말한다. 단순한 이미지의 구성이지만 이야기는 멀리 나아간다. ● 정보 미디어를 넘어 스토리 미디어를 꿈꾸는 작가의 작품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는 소유 되었고 미래는 접속될 것으로, 접속의 패러다임의 전환은 디지털문명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다. 작품 이미지는 감상의 대상이기를 멈추고 단지 접속을 위한 매개물이기를 바라고 있으므로 판단중지나 판단보류 상태로 사용자나 관람자에게 새로운 접속을 요구하고 유희적으로 즐기도록 한다. 작품이 소비나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접속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패턴이 지닌 잠재적 방향성을 읽지 못하는 관람자에겐 하나의 조형적 가치로만 파악될 것이고, 코드의 기능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하나의 기능적인 구조물로 파악될 것이다. 작품을 작품으로 파악하기도 아니면 정반대로 기능적인 것으로도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주성열
Vol.20141110a | 박민규展 / PARKMINKYU / 朴敏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