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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3년 신도작가지원(SINAP)의 수상자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주말 휴관
신도 문화공간 Sindoh Art Space 서울 성동구 성수2가 277-22번지 Tel. +82.2.460.1247 www.sindoh.com
2013년 신도작가지원(SINAP)의 수상자인 정지현의 개인전 『1 to 380』이 신도 문화공간에서 열린다. 작가는 설치, 드로잉, 회화의 다양한 매체를 다루어 왔으며, 이번 전시에는 설치작업 이외에 다수의 회화 작업들이 선보이게 된다. 정지현은 레이더 스크린, 기계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재현된 드로잉 시리즈, 시리얼 사진 기법, 스톱워치와 같은 다양한 기록 장치들에 관심을 지녀 왔다. 이러한 기록 장치나 방식들은 외부적 환경의 변화를 가장 밀도 있고 세밀하게 재현해 낼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이들은 편의적인 수단들에 불과하기도 하다. 인간이 발명하여온 수 많은 물질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기재들은 인간이 리얼리티를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러한 기재들이 지닌 한계상황도 여실히 드러내어 왔기 때문이다.
『숫자와 숫자들(Le nombre et les nombres)』(2000)에서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바디유는 우리가 편의적으로 규정한 숫자들과 실제 숫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대의 또 다른 숫자나 기호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일상적이고 통념적인 숫자들의 구분 사이를 가르는 다양한 무한대의 영역을 "순수한 다수성(Pure Multiplicity)"이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특정한 필요에 의해서 규격화된 숫자, 장치들이 아니라 그러한 규격에 따르지 않는, 그러한 측정의 수단에 의하여 축약되는 않는 영역이다. 물론 이러한 영역은 인간적인 한계성을 드러내는 영역이기도 하다. 각종 수열들은 리얼리티를 철저하게 인간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결과에 해당하며 동시에 그것이 지닌 임의성은 인간이 리얼리티를 인식하는 방식이 자기 중심적일 뿐 아니라 수 많은 오류와 축약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하지만 만약 인간들이 리얼리티를 제대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고 나아가서 자기 중심적인 시점 마저 포기하게 된다면 순수 다수성은 새로운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영국 테임즈강의 강변에서 출렁이는 강물의 표면을 한 자리에 앉아서 반복해서 재현한 드로잉 「테임즈」(2012)나 꺼지고 켜지고의 반복적인 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두 개의 빛」(2013)은 완벽하게 분리된 순간이나 불이 켜지고 꺼지는 순간이 별도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끝없이 다양한, 그러나 재현될 수 없기 흘러가는 순간을 고정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이중적이다. 정지현의 수 많은 드로잉들은 인간적 신념과 집착을, 그러나 동시에 그 집착이 결코 만족될 수 없고 성취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정지현은 『Silent Outcry』(2013)의 한 장면을 380개의 화면으로 쪼개서 분할하고 이를 복사해서 다시금 조합하는 행위/디지털 프린트 프로젝트를 실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범주를 확장시키고자 한다. 정지현은 총체적으로 보여지는 완결된 순간이나 장면들이 철저하게 인간의 눈을 위해서 만들어진 환영이며 그 이면에는 조각보와 같이 다양한 개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리얼리티는 멀리서 보면 단일화되고 규격에 맞아 떨어지는 추상적이고 임의적인 순간이며 장면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리얼리티는 다양하게 불연속적이고 불안정하며 결코 고정될 수 없는 '순수 다수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지현의 『1 to 380』에서 해체와 조합의 과정을 이끌어가게 될 '1부터 380'는 고정된 통념이나 기록 수단에 머무른 우리의 기록 체제나 수학을 해체하는 수단이자 결코 재현될 수 없는 무한대를 표상하는 수식에 해당한다. ■ 신도 문화공간
Vol.20141108d | 정지현展 / JUNGJIHYUN / 鄭知賢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