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ME?

이종기展 / LEEJONGKIE / 李種琦 / painting   2014_1105 ▶ 2014_1111

이종기_가회동31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갤러리 루벤 GALLERY LUBEN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Tel. +82.2.738.0321

작가 이종기의 작품은 재미있다. 그리고 쉽게 다가온다. 한국적인 배경에 우리에게 늘 친근한 만화 캐릭터들이 등장하니까 누구도 어렵게 이해해야할 부분이 없다. 감상자는 아마도 팝아트의 전형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색채의 조화도 그렇게 밝고 감각적일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작가가 왜 그 배경에, 그 캐릭터들을 등장시켰나 하는 것을 느낄 수 도 있을 것이다.

이종기_약속다방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4
이종기_건춘문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4

그가 전하는 말들은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근·현대가 어떤 외부의 영향에 반응하며 진화해 왔는가를 간접화법으로 말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얼마 전까지 우리가 살아왔던 터전이고, 악착같이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모습들이었지만, 이젠 내외국인에게 제 1의 관광 대상이 되었고, 나라의 예산을 들여 보전해야 하며 젊은이들은 찾아가 셔터를 누르며 예쁘다고 탄성을 지르는 그곳들 ... 만약 한때 지워버리고 싶었던 모습을 지금까지 그대로 살려두고 있었다면 그 지역 전체가 큰 이득을 얻을 수도 있었던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그곳을 작가는 배경으로 그린다. 북촌의 삼청동과 가회동 한옥마을, 서촌의 오래된 동네, 한남동 재개발 지역 등이 그 곳이다.

이종기_화성행궁 1_캔버스에 유채_50×72.7cm_2014
이종기_화성행궁 2_캔버스에 유채_60×90.9cm_2014

작가는 작업실을 문래동 오래된 철공장 단지로 옮겼다. 그는 80년쯤 된 목조 가옥들이 빽빽이 들어선 곳에 태산 같은 파도처럼 고층 빌딩들이 밀려들어와 이제는 한 조각 섬같이 남게 된 삼각지형의 동네에서 작업을 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우울하지 않고 밝고 재미있고 긍정적이다. 철학, 미학, 현대미술은 심각하고 무겁고 힘들어야 한다고 작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의 작품 속에 날아가고 있는 존재는 어떤 물질세계의 강력한 힘을 은유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그 힘이 날아가는 배경은 우리의 세상이다. 그 힘이 우리의 세계를 날아갈 때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날지 않는 것 같다. 과시는커녕 오히려 무념무상 관조의 경지이거나 동양적 겸손함으로 스스로가 우리의 세상에 비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인식하며 날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종기_근정문_캔버스에 유채_45×100cm_2014
이종기_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45.5×53cm_2014

우리는 많이 변했고, 빠르게 변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너무 빨리 잃어버리거나 버리기도 했음을 그의 작품을 보면 느끼게 된다. 그런데 보이는 것만 버렸을까? 날아가는 존재가 우리의 세상을 보고 상념에 젖어 스쳐가게 되는 그 배경마저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래된 풍경과 함께 공존했던 우리의 아름다운 모습과 정신도 다 버려진 것은 아닐까? 그 정신마저도 박제되어버려 오래된 거리나 박물관에 가서야 저것이 바로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아름다운 정신이야" 하며 들여다보고 사진으로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 그때는 날아가는 그 수퍼 파워들이 우리들 세상의 균형을 지키겠다고 자신의 힘을 가지고 난리칠지도 모르겠다. ■ 이종기

Vol.20141107f | 이종기展 / LEEJONGKIE / 李種琦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