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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유중아트센터_한성자동차
관람시간 / 09:00am~09:00pm / 주말,공휴일_09:00am~08:00pm
메르세데스-벤츠 공식딜러 한성자동차 삼성전시장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334(대치동 1007번지) Tel. +82.2.550.4000
김지희『Lucky Strike』: 위장된 자화상에서 타자의 얼굴로 - From masked self-portrait to the face of the other ● 위장된 자화상 '웃는 얼굴'을 마주하면 경계심은 사라지고 온화한 감정으로 상대를 보기 마련이다. 김지희의 작품을 첫 대면할 때 우리가 무장해제 되고 매료되는 이유이다. 함박 미소를 머금은 상큼 발랄한 얼굴은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내 곧 치아 교정기를 발견하고, 미려한 장식들의 실체가 고가 소비재와 브랜드의 이미지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소녀의 웃음은 어색하게 느껴지고, 그 오묘한 표정과 함께 생경한 화폭에 숨어있는 의미를 감지하고 사유하게 된다. 본래의 머리카락을 덮는 화려한 색상의 가발은 상품들과 보석들로 현란하게 장식되어 있다. 내면을 투영하는 눈을 가리는 커다란 선글래스 렌즈에 영사되는 문구와 이미지들 또한 현대인이 소유하기를 욕망하는 대상이며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여 추구하는 외양의 이미지들이다. 태생적 아름다움인 젊음마저 지배하는 욕망의 아이콘들이다. 정면을 향하는 소녀의 얼굴은 마치 윤두서의 「자화상」과 같이 강렬하지만, 눈과 귀가 보이지 않고 목이 없는 얼굴 그림은 실제 얼굴의 생김새를 묘사한 초상화가 아닌, 신체의 얼굴을 은닉하는 동시에 물신 사회에서 형성되는 욕망으로 치장된 가면을 쓴 현대인의 감정 상태를 그려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Sealed Smile」의 웃음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조장하는 행복한 감정을 위장하는 장치이다. 소설가 알랭 드 브통(Alain de Botton)은 세상의 눈으로 본 자신의 가치에 의해서 현대인의 '불안'(status anxiety)이 촉발된다고 본다. 작품 「Virtual Camouflage」에서는 '양의 탈'로 성품을 위장하기도 한다. 김지희의 얼굴에서 우리는 불안을 숨기는 우리 자신의 위장된 자화상을 목도한다.
팝아티스트의 민화 ● 김지희는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로서 숙명적으로 한국화의 현대화를 모색하였고, 그 과정에서 전통 채색화 기법을 사용하되 소비 사회의 도상들과 위장된 웃음으로 현대인의 페르소나를 이중적 기제로 표현하는 것으로 동시대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였다. 작가는 특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동양화 작가이지만 종종 팝아티스트라 불리우며 세상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 『Lucky Strike』에서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전통 민화의 소재를 전면적으로 화폭에 담아내었다.상당한 비율로 화면을 차지하는 가발에는 모란이 가득 피었고 안경 렌즈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으며 그 주위를 나비가 날고 있다. 과장된 머리와 커다란 선글래스와 치아 교정기를 낀 소녀의 얼굴에 민화적 도상들이 유연하게 얹혀져 있다. 조선시대의 민화는 민속적인 관습과 생활 풍속에 따라 제작된 대중적인 실용화로, 창의성보다는 되풀이되는 형식화된 유형에 따라 인습적으로 계승되고 발전한 것이다. 모란, 나비, 물고기 등의 동식물과 자연물은 부귀영화 무병장수 입신양명 등 각자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민화에는 이러한 유형적인 상징물을 통해 상서로운 기운을 북돋우고 풍요로운 삶을 기원하는 서민들의 바램이 반영되었다. 작가는 동양화의 현대적 변용을 위해 선택한 아이콘들과 함께 민화적 도상을 수용하면서 민화의 정신을 곰씹어 보고 있다. 민화 본유의 해학성과 기복적 상징성이 작가의 일관된 관심사인 '욕망'을 다루는 동기와 상통함을 발견한다. 또한 이를 통해 소유에 국한되었던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욕망보다는, 삶의 궁극적 가치를 염원하는 범시대적이며 통시적인 인간의 욕망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반전을 통해 욕망에 대한 주제 의식을 심화하고 확장하였다. 민화의 기복적 도상들을 장식된 얼굴은 이전의 소유와 외양보다는 삶의 기저에서 영속되는 내면의 욕망과 존재를 염원하고 있다.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고 염원하기 ● 김지희의 욕망을 다루는 태도의 변화와 주제 의식의 심화는 그의 개인사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냉소적이고 자아 의식이 첨예한 청년기를 지나 자신의 가정을 이루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인생 경로는 타자를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에 의하면 타자란 새로운 삶, 새로운 시간을 가능하게 하는 축복의 대상이다. 결핍된 타자의 눈빛을 경계하기 보다는 마주하고 수용하면서 그 관계에서 주체는 성립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녀는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여 위장하는 욕망의 주체라기 보다는, 타자의 욕망이 결핍된 얼굴을 수용하고 보듬는 주체이다. 자신을 넘어 타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었고, 경계에 기인하는 이중성으로 숨기 보다는 욕망하고 있는 타자를 향해 한걸음 나아가는 온화한 발언이다. 시대의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경쾌하게 풍자하던 얼굴은, 밝고 따뜻하게 소망하고 염원하는 태도로 변화하였다. 『Lucky Strike』에서 소녀는 마치 성장해가듯 섬세하고 여성스럽게 변모하였고, 이전보다 정교하지만 부드러워졌다. 과장되게 연출된 웃음은 여전히 연기는 하고 있지만, 기품있는 미소로 변했다. 웃음이 강조된 안면보다는 기복의 도상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톡톡 튀면서 강렬하고 경쾌했던 원색보다는 은은하고 화사한 파스텔 톤의 색상을 주조색으로 하여 유려한 반짝임이 화폭을 메우며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안을 위장하기 위한 이중적 가면보다는 행복을 함께 기원하는 따뜻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하이엔드 소비 공간에서의 전시 『Lucky Strike』는 소유와 존재 사이의 오가는 욕망과 염원에 대한 사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보는 이와 소통할 것으로 기대한다. ■ 최현진
Vol.20141104f | 김지희展 / KIMJIHEE / 金智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