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Remember

박태규展 / PARKTAEGYU / 朴泰奎 / painting   2014_1028 ▶ 2014_1109 / 월요일 휴관

박태규_Remember 노란나비2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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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4 잠월미술관 레지던스 입주작가展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전남문화예술재단_함평군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잠월미술관 ZAMWORL ART MUSEUM 전남 함평군 해보면 산내길 60(산내리 376번지) Tel. 070.8872.6718 www.zamworl.com

기억과 연대로서의 회화 ● 박태규는 영화 홍보용 극장간판을 제작해온 우리시대 마지막 간판쟁이다. 그러면서 화가이다. 그의 작업세계에서 이 둘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둘은 오히려 상보적이며 발전적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그는 민중미술진영에서 인권과 환경, 생태 문제 등을 꾸준히 주제화하면서 문제작을 많이 내놓고 있는데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간판이라는 상업미술 형식을 그의 회화작업에 적극적으로 수용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2001년 광주시립미술관의 5·18 21주년 특별기획전(5월정신전-행방불명)에 출품했던 작품들을 전후해서 큰 정점을 찍기도 했다. 시민군 윤상원 열사의 삶을 다룬 「마지막 새벽」, 노근리 양민학살을 다룬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 그리고 1950년 함평의 양민학살을 다룬 「바람소리」 등의 작품은 역사적 폭력과 아픔을 재료로 존재하지도 않은 가상의 영화를 설정하고 마치 그 영화를 위한 홍보용 간판처럼 제작된 작품들이다. 가상의 감독이나 배우이름을 명시하는 건 물론, 적절하게 선전문구까지 집어넣어 치밀한 구성을 이룬 작품들은 실로 영화간판인지 회화작품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영화간판 형식 차용의 정치함과 신선함을 보여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선희 현 대구미술관장은 "민중미술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소재나 주제 또는 형식의 빈곤함을 극복하는 유용한 사례로서 리얼리즘미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태규_Remember 노란나비1 학살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4
박태규_Remember 20140416 잊지 않겠습니다_캔버스에 유채_130×324cm_2014
박태규_Remember 20140416 꽃_MDF에 아크릴채색_10×10cm×304_2014

물론 상업미술의 형식을 순수미술 영역에 차용한 도전사례는 적지 않다. 상업미술 디자이너였던 앤디 워홀(Andy Warhol)역시 대중문화의 시각적 이미지들을 미술에 끌여들였으며,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같은 화가는 아예 만화적 텍스트를 회화로 들여놓기도 했다. 미국의 팝아티스트 두 거장이 대중추수주의적이면서 미술의 상업주의에 집중했다면 박태규는 미술의 사회적 역사적 책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의 작업은 극장간판의 대중친화적 이미지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적 요소 등 다분히 대중문화적 성격에 닿아있으면서도 달콤하고 가벼운 것을 지향했던 두 거장과는 전혀 다르게 시대와 역사에 대한 작가적 사명감에 작업의 지향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즉 그는 영화간판 형식으로 영화상품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역사와 시대성을 반영하면서 동시대인의 의식을 계몽하고 일깨우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작품 「바람나무」의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 된다' 는 광고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간판형식은 어떤 매체보다도 메시지 전달의 강점을 지닌다. 그 점을 잘 알고있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간판형식을 차용하여 회화작품으로 구조화해보이는 것이다.

박태규_Remember 바람1_캔버스에 유채_24.2×33.3cm_2014

그렇다면 시대와 역사에 대한 그의 작가적 사명감은 무엇인가. '잊지않겠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광주법원 앞 '세월호 진실마중길 프로젝트'의 한 나무 위에 올린 손뜨개질의 이 두 문구가 박태규 그의 예술적 지향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그간의 작업과정을 되돌아보면 그는 예술적 목표와 명령을 '기억과 연대'에 두고 있는 화가임에 분명해 보인다. 이번 학위청구전시의 제목도 어김없이 『기억』이며 작품 또한 여실히 같은 문맥이다. 당연하게도 그에게 '기억'의 의지는 이미 단순한 맹세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기억하면 개념과 상식이 바뀌고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된다. 잊지않고 있으면 정의로운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작가노트에 밝히고 있는데 이 정도에 이르면 기억은 이미 사회정치적이며 대안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잊지않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박태규 회화에서 '기억'은 노란나비로 표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표지작품 「기억」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노란나비는 대단히 상징적이다. '기억'에 대한 메타포이자 함축적 표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비는 가냘프며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나풀나풀 그냥 날아가버린다. 기억의 속성이 그렇다. 고집스럽게 응시하고 붙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의 작품에선 그래서 '노란나비(기억)'가 펄럭이며 날고 있는 곳에 그것을 지켜보는 시퍼런 두 눈이 함께 한다. 부릅 뜬 눈과 눈빛은 공포와 슬픔, 분노에 이어 우연히 살아남은 자에게 짐지어진 '기억'이라는 자기명령까지 보태어져서 처절하고 고통스러우면서도 고집스럽다. 2014년 세월호의 참상에 대해서도 그는 '기억과 연대'의 절실성을 통감한다. 망각의 정치를 고안하는 세력들이 주도면밀하게, 고통스러운 일을 외면하고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속성을 부추길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그는 동백꽃 사과꽃 할미꽃 등 미처 피어나지도 못하고 떨어져버린 많은 꽃들을 화폭에 한땀 한땀 그려놓으며, 절대 잊지않겠다 함께 하겠다 다짐을 하고 또 하고 있는 것이다.

박태규_Remember 날아라 태권브이 국회기지_캔버스에 유채_162×130cm×2_2013

기실 기억과 연대를 되살리고 강화하는 방법으로 회화작업만큼 효과적인 방식도 드물다. 회화작품이 지니는 '이미지화'라는 유리한 강점 때문이다. 박태규는 더구나 영화간판 일로 무수하게 화면 구성훈련을 거쳤고 구상회화의 구성에 관한 한 일가견을 이루고 있다. 그의 미술의 목표가 단지 계몽과 운동에만 머문다면 그의 구성능력만으로도 이미 테크닉은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번 전시작을 보면 그의 열망이 메시지 전달을 넘어 회화 본연의 감동에까지 닿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지슬』이 연상되는 감자나 가마솥 작품들처럼 여전히 말을 대신하는 무거운 소재를 취하고는 있지만 여기서는 구성은 자제되고 하나의 대상에 대한 '표현'에 집중하고 있다. 「불갑산」이나 「바람1」과 같은 소품들의 마티에르를 살린 붓터치에 이르러선 더욱 명징하다. 이번 전시작들에서는 비록 영화간판 형식의 재밌는 구성작품을 볼 수 없어 아쉬움도 있지만 회화적 '표현'에 부담을 갖고서 정진의 일단을 보여준 작품들이 엿보여 반갑기 그지없다. 그의 작업 내용은 변함없이, 잊어서는 안되는, 기억만이 그나마 희망일 수 있는 역사와 당대 아픔들과 늘 함께 할 것이다. 다만 회화예술 형식의 근간을 이루는 두 축은 '구성과 표현'인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의 회화작업에서 '표현'의 비중이 확대될 거라 기대해보고 있다. 귀신같이 잘 그리고 싶다는 그의 열망은 치열하게 회회미술에 대한 고민과 탐구를 바치면서 더욱 성숙한 작업을 펼쳐보여 줄 것이다. ■ 서기문

Vol.20141028g | 박태규展 / PARKTAEGYU / 朴泰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