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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929_월요일_01:00pm
오프닝 콘서트_송안나 가야금 연주회
기획 / 정주은
관람시간 / 10:00am~05:30pm / 일,공휴일 휴관
샘표스페이스 SEMPIO SPACE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번지 Tel. +82.31.644.4615 www.sempiospace.com
"만약 우리의 낮과 밤이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우리의 인생이 꽃이나 방향초처럼 향기가 난다면, 또 우리의 인생이 보다 탄력적이 되며, 보다 별처럼 빛나고, 보다 불멸에 가까운 것이 된다면 우리는 크게 성공한 것이다. 그때 자연 전체가 우리를 축하할 것이며 우리 역시 스스로를 시시각각으로 축복할 이유를 갖는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중에서)
오늘날 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책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을 읽으며 자연친화적인 삶, 간소한 삶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고 있을 때 송은주의 일련의 작품들을 만났다. 온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하늘, 구름, 바람. 온 몸을 감싸는 바다와 같은 하늘, 파도를 닮은 구름, 어디서 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분 좋은 바람. ● 소로우는 월든 숲의 커튼이 필요 없는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는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해와 달 이외에는 밖에서 들여다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자연과 함께 숨 쉰다. 그가 자연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이 인간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은신처이며 자연과 함께 할 때 완벽한 삶의 환희를 느낄 수 있고 우리 모두에게 자연은 곧 자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오롯이 자연을 만끽하고 자연 속의 낮과 밤을 향유하며 자유를 느끼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바쁜 하루의 일상은 하늘 한번 쳐다보는 여유를 아쉽게 하고 무심히 바라보는 창밖의 노을 속에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을 내어준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들, 찝찌름한 짠 내음의 간장공장 한 켠에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순간, 온 몸을 드넓은 하늘에 맡기는 그러한 시간을 상상하며 본 전시는 시작한다. 마치 월든 숲을 독차지한 소로우가 된 것처럼.
송은주의 Alluring Space_Sky Aesthetics는 하늘 이미지를 디지털 매체와 아날로그 매체를 통해 재해석하여 온 몸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 전체를 새롭게 건축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하늘에 대한 관심은 2000년 전시 이후 꾸준히 계속되어왔고 2011년 4회 개인전부터 본격적인 공간설치작업이 이루어졌다. 송은주의 하늘은 소로우의 자연처럼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종교적인 이유로 조물주와 피조물에 관해 깊은 사유를 갖고 있는 그는 회화성의 원천을 조물주의 하늘에서 찾고 있다. 마치 붓으로 그리고 물감이 번진 것 같은 하늘과 구름의 조화로운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되는데 인간이 느끼고 표현하는 회화성은 삶과 함께 공존해온 하늘로부터 자연스럽게 체화되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아름다운 하늘에서 어떤 이는 휴식의 순간을 찾고 또 다른 이는 마음의 위로를 받는데 송은주는 닮고 싶은 그림, 그리고 싶은 그림을 본다. ● 실제로 그의 영상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이미지는 그가 손수 그린 페인팅에서 출발한다. 하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다기보다 하늘미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밑 작업으로 페인팅이나 페인팅 혹은 드로잉이 덧붙여진 사진 등이 디지털 작업의 재료로 쓰인다. 이 재료들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하고 그 결과물에 다시 작가의 아날로그적인 미적 감각, 손맛이 더해지는 작업을 수 없이 반복적으로 되풀이한다. 이러한 과정의 누적은 하늘미학의 정점에 도달하게하며 영상 매체를 다루는 다른 어느 작가와 비교할 수 없는 송은주만의 차별화된 작품세계를 구축하게 한다. 이 지점에서 그는 영상 매체를 다루는 작가이기 전에 전통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예술가의 노동, 노동집약적인 작품제작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가이자 예술가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 중에 삼나무와 가문비나무 같은 실제 나무에 하늘이미지를 덧입힌 작업은 독립적인 평면작품으로 등장한다. 나무가 갖고 있는 나이테, 옹이, 갈라짐과 같은 문양은 하늘 이미지와 오버랩되어 나무의 향기와 감촉을 품고 있는 평화로운 하늘처럼 시각적이면서도 공감각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의 이미지들 역시 회화적인 영상작업의 재료로 사용되어 디지털과 아날로그 작업의 반복과 순환 고리의 부분이 된다.
공감각적인 자연에 대한 표현은 전시를 위한 공간설치작업에서 극대화된다. 이 작업은 전시장 특색을 고려하여 전시마다 변화하는 현장설치에서 빛을 발한다. 회화적인 영상과 전통적 선율의 음악,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설치물의 다채로운 조화는 공간을 이루고 있는 복도나 벽을 따라 전시 공간 전체에 새롭게 건축된다. 그리하여 이 공간을 공유하는 관람객들과 상호 소통하고자 한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온 몸을 하늘에 맡기는 자유로운 상상, 평화로운 하늘과 자연의 품 안에서 쉴 수 있는 시간으로 송은주의 하늘미학을 공감하며 이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정주은
Vol.20140929i | 송은주展 / SONGEUNJOO / 宋銀珠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