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925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30am~06:00pm
대전 프랑스 문화원 Daejeon Institut Culturel Français 대전시 중구 대흥동 411-2번지 Tel. +82.42.253.5254 www.afdaejeon.co.kr
우리는 어린 시절 손에 잡히는 무엇인가로 아무렇게나 끄적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이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미술의 시작이라 함은 종이죽으로 이런저런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 나중에 색칠을 했던 기억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이란 책속에서 기억하고픈 곳에 책갈피를 꽂아 두었다가 삶의 위안이라던지 또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나만의 페이지들을 열어보면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시간여행들을 즐기곤 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 종이죽은 추억의 페이지들을 만들어주는 그 시초라 할 수 있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아마도 돌이켜보면 그 당시 미술에 대한 관심도 있었겠지만 사물을 만드는 과정의 시간성과 3차원의 공간성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은 기억, 추억, 기념 등을 되새겨 종이죽으로 내 개인역사에 관한 모뉴멘트만들기나 감성적 오브제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 현실에서 종이죽의 재료는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성의 두루마리 휴지다. 일회성의 두루마리 휴지를 작품의 재료로서 선택한 것은 한번 쓰여 지고 쉽게 버려지는 (그게 사람이 됐든 물건이 됐든) 현 시대상과 무관하지 않다. 단편 일률적으로 앞만 보고 살다가 문득 삶을 돌이켜봤을 때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맴돌 때가 있을 것이다. 보다 편하고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동시대인들은 아마도 삶의 일회성으로 인해 추억 책갈피를 끼울 수 있는 페이지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그것은 아마 미래에 되돌아 볼 추억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의미할지 모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생활을 편하게 하고 생각 없이 쉽게 버려지는 휴지라는 재료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일종의 삶의 위안을 줄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비록 일회성의 휴지지만 이런 것들도 하나의 충분한 모뉴멘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련의 작업과정은 두루마리 휴지를 해체하는 단계서부터 시작한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휴지가 필요한데 이를 물에 불려 부드럽게 풀어주는 과정이 첫 번째 과정이다. (이 과정을 반복 하다보면 동양에서 말하는 '무아지경'에 빠지곤 하는데 이유인 즉은 손끝에 전해오는 촉감이 너무 좋아서 아무생각이 안 들기 때문일 수도 있고 휴지라는 완성체가 다시 해체되어 없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선 충분히 물기를 짜주고 원하는 색을 입혀서 작은 알갱이 형태로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리기도 하고 작품에 따라선 막대모양의 형태를 만들어 말리기도 한다. 이렇게 재료가 준비가 되면 하나하나 캔버스에 콜라주를 하며 작품을 만들어 간다. 이미 휴지라는 완성체를 해체하고 이를 다시 개인적 모뉴멘트의 재창조 과정으로 새로운 완성체를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 본인의 작업은 과거의 시간이나 공간들에서 어떤 장소이거나 또는 의식/무의식중의 이미지일수도 있는 기억들의 작용을 통해 표현된다. 나의 이러한 작품 활동이 제3자에게 감성과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그들만의 고유한 기억세계를 떠오르게 할 수도 있다. 나아가 개개인의 또 다른 시, 공간을 창출하여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한다. ■ 김일주
Vol.20140925i | 김일주展 / KIMILJOO / 金壹柱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