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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성남문화재단
관람시간 / 10:30am~07:30pm / 월요일 휴관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SEONGNAM ARTS CENTER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성남대로 808(야탑동 757번지) 오페라하우스 B1 Tel. +82.31.783.8000 www.snart.or.kr
산수는 동양화의 오랜 주제였지만 옛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산수화는 현대를 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산수화와 매우 달랐다. 명산, 명수를 그린 그림들을 제외하고 일반적 자연 풍광을 그린 산수화의 주제들은 선조들이 날마다 만나는 평범한 삶의 주변풍경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평범한 삶의 터전은 어디일까? ●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에게는 빌딩숲인 것이다. 도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외로움, 경쟁, 삭막함, 빠른 변화 등 부정적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지만 내가 빌딩숲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은 희망, 익숙함, 편안함, 안정감 등 긍정적 인상이 대부분이다. 강남의 테헤란로 주변에서 20여년을 살아온 나는 빌딩숲 안에 있을 때 삭막함과 외로움보다는 익숙한 삶의 터전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고층빌딩과 아파트생활에 익숙한 내가 불빛으로 뒤덮인 빌딩숲을 마주할 때 느끼는 친근함은 옛 선조들이 자연에서 느낀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인공불빛으로 인해 시시각각 다른 풍광을 연출하는 빌딩숲은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자연과 비슷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나는 '산수'라는 동양화의 오랜 주제를 '빌딩숲'으로 바꾸어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애매한 실루엣으로 표현된 화면 안의 빌딩숲이 마치 겹쳐진 산의 풍경처럼 보이는 것도 이러한 나의 의도를 담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도시 야경이라는 주제를 따스하고 편안하게 표현하기 위해 한지를 사용하였다. 한지라는 재료가 가진 친근감과 익숙함, 한지의 섬유질에 의해 만들어진 포근한 느낌으로 빌딩숲이라는 삭막한 주제를 감싸 안고자 한 것이다. 내가 이렇게 빌딩숲을 따뜻한 느낌으로 담은 이유는 도시에 내재된 부정적 속성을 망각하거나 체념한 게 아니라 나의 내면에 도시에 대한 애정과 빌딩숲 안에서의 삶을 평안함 가운데 누리고자 하는 소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언뜻 보기에 작품 제작에 사용된 재료와 표현기법이 도시 야경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대표적 문명의 이기인 인공 불빛을 표현하기 위해 2000 여 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한지를 사용했고, 빠른 변화와 속도로 대변되는 도시인의 삶을 담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한지를 작게 찢어 화면에 빼곡히 붙이는 행위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명 발달의 대표적 상징인 인공 불빛과 빠른 변화와 속도를 중시하는 도시인의 삶을 오랜 역사를 가진 한지와 다소 어리석게 보이는 반복적 작업을 통해 표현한 것은 어쩌면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재료와 표현기법은 삭막한 도시야경을 따뜻한 이미지로 전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된 것들이다. 한지 본래의 소색(素色)과 섬유질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털의 질감은 밝으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반복적 행위로 만들어진 평면적 패턴은 화면에 안정감을 준다. 또한 주제와 재료기법의 의도적 대비는 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태도를 상징하는 메타포가 되기도 한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삭막함과 외로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시가 주는 편리함과 기회들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도시인들의 모순된 감정과 태도가 작품의 주제와 재료기법의 상치를 통해 은유되고 있는 것이다. ■ 김민정
Vol.20140924e | 김민정展 / KIMMINJUNG / 金珉廷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