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제너레이션Ⅱ 텍스트 풍경

강희정_김라연_조혜진展   2014_0922 ▶ 2014_1022 / 월요일 휴관

뉴 제너레이션Ⅱ 텍스트 풍경-강희정_김라연_조혜진展_아뜰리에 35_2014

초대일시 / 2014_0922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뜰리에 35 ATELIER 35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오궁길 35-2 Tel. +82.31.222.9117 www.atelier705.com

사회적 식물. 서로 다른 기질의 작가들 강희정, 김라연, 조혜진의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곧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환경에 적응해가며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식물이란 뭘까? 자연은 도시의 건축물이나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인공물들과는 다르게 스스로의 원리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 재개발 지역의 빈 공터들을 뒤덮어 형성된 녹지대는 도시개발의 무자비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한 생명력, 원초적인 힘 같은 것을 감지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속에서 그러한 힘들을 상실한, 혹은 마치 인간처럼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식물들을 보게 되기도 한다. 실제 꽃과 그것의 이미지들이 뒤섞인 화환이나 옷에 인쇄된 잎사귀 문양, 아이스박스를 뒤덮고 있는 열대식물 그림 속 자연물들은 각자의 개성과 생명력을 잃어버린 채 우리에게 낙원에 대한 막연한 향수만을 불러일으키는 모호한 존재들이다. 이렇게 원초적 자연, 인공화된 자연, 자연이 갖는 속성은 예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텍스트 풍경』전은 이러한 고민을 전시장에서의 전시와 소책자라는 형태로 풀어낸다.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만나게 될 작업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계속 이어지며 책자 속 글과 그림들은 단순히 전시된 작품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들을 던진다. ■

김라연_도시의 섬Ⅰ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12
김라연_도시의 섬-북아현동Ⅰ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14 김라연_도시의 섬-북아현동Ⅲ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14
김라연_도시의 섬-북아현동Ⅱ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14 김라연_도시의 섬-북아현동Ⅳ_캔버스에 유채_40.9×53cm_2014

텍스트풍경 ● 텍스트 풍경은 텍스트가 들어간 풍경이기도 하면서, 텍스트로서의 풍경 즉, 의미화된 풍경이기도 하다. 나는 도시를 하나의 텍스트로 바라보고, 회색 콘크리트 언어로 점철된 도시에서 우연히 발견한 생태 언어에 주목하였다. 내가 바라본 생태언어는 스스로 자라나서 단조로운 도시를 다채롭게 물들이고, 새롭게 구성하는 자연의 모습이기도 하고, 매일매일 다른 형태로 구성되는 도시생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 재개발 공사로 인해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빈 공터에서도 피어나는 자연물을 통하여 도시는 다시 구성되며, 우리가 간과해왔던 것들은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쉼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도시는 유연해 보이지만 견고한 성채처럼 굳어있는 도시의 구조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생태 풍경을 회화적 언어로 만들어 주었다. 「도시의 섬Ⅰ」은 말하지 않는 것들이 나에게 소리쳤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펜스 안에서 벌어진 풍경을 그린 것이다. 무채색으로 그려진 펜스의 구조는 이것과 대비를 이루는 자연물과 병치되어 있어,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아닌, 도시에서 발견한 생경하고도 이질적인 것임을 암시해준다. 펜스의 형태는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없는 틀(frame)을 형성한다. 프레임을 가로지르며 넘나드는 '길 고양이', '잠자리', '새' 등의 도시 속 숨어있는 '문지기'들을 화면에 넣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둥지를 틀고 도시에 생기를 주는 존재들을 드러내주고자 하였다. 「도시의 섬–북아현동」 연작은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북아현 도시의 생태를 페인팅으로 그린 풍경의 조각들이다. 도시에서 발견한 풍경의 조각들을 페인팅으로 옮기는 행위는 도시를 텍스트로 바라보고 글 쓰는 행위와 닮아있다. 사람마다 말투가 다르고 억양이 다르듯이 나의 어법이 반영된 회화를 통해 보는 이의 지각 속에서 인식되고 상상을 일으키며 부유하는 사유의 섬이 되기를 소망한다. ■ 김라연

조혜진_이용 가능한 화단_종이에 연필_29×42cm_2014
조혜진_각목_녹보수 Heteropanax fragrans_서울에서 수거한 녹보수_110×13×5cm_2014 조혜진_각목_행운목 Dracaena fragrans_서울에서 수거한 행운목_50×3.5×3.5, 76×3.5×3.5cm_2014
조혜진_신문기사_덕수궁에서 남대문까지 종려나무_ 자료출처: 네이버 뉴스 아카이브 1969년3월11일 경향신문_2014

이용 가능한 나무 서울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열대식물이 자란다. 자란다고 말하기 어렵다면, 그저 심겨있다든지 일시적으로 자란다는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열대식물과 관엽식물의 교집합에 위치한 이들은 이국적인 느낌, 잎이 넓고 아름다운 형태적 특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이후 실내장식을 위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 행사나 기념일에 선물로 동원되곤 한다. 관상을 목적으로 하는 식물의 소비는 사회문화적 관습, 윤리, 가치와 긴밀하게 관계 맺으며 서로를 지탱해왔는데, 공장형 재배기법과 과열된 '예'의 문화는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열대식물의 새로운 지형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 '이용 가능한 나무' 연작은 일련의 소비과정을 마친 후 물리적 환경의 한계로 죽음을 맞이하는 열대식물을 각목으로 깎아 다시 경제적 차원의 생산적 형태로 되돌리는 조각작업 이며, 이와 함께 신문기사, 백과사전, 인터넷 쇼핑몰 등 여러 기록물을 통해 한국에서 열대식물이 위치한 독특한 지형을 추적한다. ■ 조혜진

강희정_그리고 다른 것들 und das Andere展_브라운슈바익 조형예술대_브라운슈바익_2012
강희정_반동겐_책에 콜라주_26×34×3.8cm_2012
강희정_반동겐_책에 콜라주_26×34×3.8cm_2012
강희정_책 상자_종이상자에 콜라주_48×38×34cm_2013
강희정, 김라연, 조혜진_사회적 식물_ 28페이지_23×14.6cm_2014

작가와 식물 예전에 예술과 자연은 서로 대립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작가 또한 식물과 비슷하다. 또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식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식물이 자라려면 일정한 빛과 수분, 영양분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이 잘 갖춰지지 못하면 그 강인한 생명력에도 불구하고 식물은 죽어버린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면 말없는 그것들을 미쳐 세심하게 관찰하지 못해 이런 일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 작품이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과정과는 다르게 만들어진다. 작업이 시작되는 최초의 출발점이 있지만 작가가 작업환경, 재료들의 성질에 반응하는 가운데 작품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작가는 그러한 과정을 치밀하게 관찰하면서 작업을 진행해나간다. 즉 작가는 창작자인 동시에 관찰자이기를 반복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 최근의 책 작업들에서 나는 책이라는 매체, 이미 완결되어 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읽거나 보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의 가능성이 없는 것에 새로운 것들을 집어넣으면서 일종의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나의 책들은 출판된 책 위에 콜라주, 드로잉 하거나, 낱장의 페이지들을 천이나 석고와 같은 재료를 이용하여 제본된 책의 형태로 묶어내는 방식으로 제작되기도 하며, 최근에는 이사용 포장박스를 재료로 사용하면서 기존의 책의 형태에서 벗어난다. 작업에 사용되는 인쇄물들은 내가 방문했던 전시장이나 극장과 같은 문화공간에서 마치 어떤 물건을 수집하듯 직접 가져온 것들로 나의 관심사가 변해온 과정들을 보여주는 기록물들, 일종의 개인적 아카이브의 자료와도 같다. 나의 책들은 내가 수많은 예술작품들, 결국에는 그것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해 반응하고 그것들과 나, 또는 서로 다른 맥락에 속한 그것들 각자를 관계 지어보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 강희정

Vol.20140922g | 뉴 제너레이션Ⅱ - 텍스트 풍경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