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917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유나이티드 갤러리 UNITED GALLERY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02길 41(역삼동 616-12번지) Tel. +82.2.539.0692 www.unitedgallery.co.kr
권현조 작가는 의미를 함축하고, 그로부터 이미지를 확장시킨다. 의미의 함축은 관객에게 참여할 기회를 열어줌과 동시에, 그 행위로 파생되는 책임을 다시 관객에게 부여한다. 관객은 이런 참여와 책임을 통해 작가의 작품을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으로 재창조시킨다. ● 그는 미술 이전의 미술, 예술 이전의 예술, 작품 이전의 작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 되는가. 애초에 설립되어 있는 상징의 세계에서, 내가 바라보는 것은 내가 보고자 했던 것인가. 형식과 비유, 사상과 욕망, 설명과 논의의 모든 틀을 깨는 이미지의 파장은 어디서부터 나오는가. 우리가 바라보는 것과 믿고 있는 것, 인식하는 것과 해석되는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객체에게 완전한 존재 의미가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타자'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의식하는 현실은 '타자(Autre)'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인데, - 그것은 하나의 언어일 수도 있고, 정형적인 이미지, 규정된 욕망, 강요된 기억 등 - 이것은 한 인간을 속박함과 동시에 그의 모든 판단을 정체시킨다. 권현조 작가는 이런 타자가 지배하는 세계에 의혹을 갖고, '현실에서 결여된 것'에 대해 주목한다. 왜냐하면 결여된 실재에서부터 욕망은 파생되고, 그는 그것이 확장시킬 수 있는 이미지의 파급력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관객이 그가 의도한 의미를 왜곡하고 변형하고 오해하고 파괴시키는 행위마저도 관람의 의미와 가능성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런 객체의 고유성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실재에 대한 포용력이 그의 작품 의도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 그의 초기작품은 대상의 차단과 상실에 대해서 표현했다. 그것은 실존하는 것들에 대한 회의감과 개체로서의 고독으로 나타났다. 이런 감정들이 때로는 역설적으로, 때로는 비유적으로 형상화된 그의 작품 속에는 텅 비어있는 사전(dictionary)과, 자유롭게 서성거리지만 두려움을 느끼는 한 인간이 존재한다. 그곳엔 관습화된 사회와 싸우는 치열한 텍스트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려는 인간의 헛된 열망도 없다. 그곳엔 어차피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세계와 객체에 대한 이해와 수용,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어떠한 판단조차 배제한 의식의 흐름만이 존재한다. 그는 고뇌하고 존재하지만, 속박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함구하고, 함축한다. 그는 그의 작품 모든 곳에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두는 것이다.
● 이런 가능성들은 그의 후기작품에서 더욱 드러난다. 일명 'caption' 시리즈는 미술 작품을 설명해주는 caption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서 텍스트가 가져다주는 환상을 파괴하고, 암시를 넘나드는 더 넓은 암시들, 약호들, 담론들, 이전의 텍스트들이 낳은 산물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것은 형식에 대한 반항이자, 텍스트 이전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시키려는 의도라고 보인다. 이것은 인식을 뛰어넘는 세계에 대한, 보다 세련된 재치와 위트로 이루어진 하나의 신선한 질문이며, 관객은 각자의 답을 통해 그의 작품을 다시 개개인의 새로운 작품으로 부활시킨다. ● 또 다른 시리즈의 일환인 'Curator' 시리즈는 세계 유수의 큐레이터들의 언어를 표현한 작품으로, 예술에 대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는 예술의 본연, 주체, 가치, 상징성을 정의내린 큐레이터들의 텍스트를 역설적으로 희화화시킴으로서 예술적 관행을 타파하고, 관객들이 미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구조로 제작했다. ● '흉상' 시리즈는 주체가 사라진 이미지를 통해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대상의 주체는 보이지 않고 기단과 일체화된 얼굴 없는 흉상만이 존재함을 통해, 현실에서 결여된 것들에 대해 주목한다. 잠재되어 있는 것, 숨어있는 것, 언어의 해석으로 표현될 수 없는 저 너머의 것들까지 이미지가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권현조 작가는 그 강력한 상상력에 대해 강조하고 희망한다.
어찌 보면 격식 없고 친절해 보이는 그의 전시는 한정된 시공간과 제한된 이미지들에 대한 재기 넘치는 반격인 것이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관객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객체의 우주에 대한 실존을 허락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적이며 공적인 인정을 통해 모든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 권현조 작가가 원하는 유토피아는 그런 편안한 자유, 미완성된 오브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 가능성들, 가변적인 순간들로 잘 조합된 퍼즐일지도 모른다. 그 퍼즐 조각의 틈엔, 시간과 공간이 멈춰있다. 그리고 그곳엔 관객과 작가의 고요하고도 소란한 대화가 남아있을 뿐이다. ● 관객은 그의 전시장에서 마주한 작품을 자신의 어딘가에 담아, 또 다른 공간에서, 개인의 우주에서, 누군가는 알고 있지만 누군가는 알지 못하는 세상 그 어딘가에서 다시금 펼쳐볼 것이다. ■ 임경희
Vol.20140919c | 권현조展 / KWONHYUNJO / 權鉉祚 / installation.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