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926_수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오뉴월 Space O'NewWall 서울 성북구 선잠로 12-6(성북동 52번지) Tel. 070.4401.6741 www.onewwall.com
천천히 눈앞에서 엄지손가락을 구부려보자. 아마도 생경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움직임을 보게 될 것이다. 어떠한 사물을 한껏 바라보다 보면 그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를 미술가들은 민감하게 포착한다. 원래 쓰임과 달리 사물의 형태나 색, 질감 등이 두드러지고 사물의 진정한 목적이나 생김새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청자에 그려진 용 그림을 보다가 용이 밖으로 나오면 어떨지, 용의 입장에 서면 어떤 게 보일까 묻는 경우다. 엉뚱하지만 무릎을 치게 된다.
김준명의 작업도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사물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 질문하고 형태와 색 등 사물의 성질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제시한다. 작가는 도자라는 매체를 물감이나 조각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는데 수천 년을 이어온 도자라는 매체의 인식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자신의 사물 보기 방식을 작업에 묻어낸다. 이는 사회가 우리에게 주입한 바라보기 방식에 대한 질문이자 더불어 우리가 본 것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또 다른 실험이 된다. 지우개 가루를 도자로 만든 '상황'은 쓸모없어진 지우개 가루를 예술의 형식을 빌려 메시지나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료로 만들어낸다. 잘 알려진 토리야마 아키라의 만화 '드래곤 볼'에 나올 법한 용의 알을 만든 '둥지' 작업은 도자기에 새겨진 거장들의 현란한 기법을 흉내 내기보다는 친숙한 만화에 등장하는 사물을 재현한 것이다. 그와 비슷하게 도자기에 청화로 그려진 익숙한 형태의 용이 도자기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펴는 듯 곡예를 하는 '탈출한 드로잉'은 전통에 대한 작가 나름의 관점을 위트 있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작가는 도자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사용하지만, 그 전통에 대한 의문을 자신의 방식으로 보전하면서 재기 있게 뒤튼다.
'세일'은 어느 가게에서나 볼 수 있는 맥주 등 술 상자들을 보고 느낀 '술병'의 형태에 대한 영감을 자연적 형태의 도자로 재현한 작업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서 술은 예전에는 표주박 등에 담겨 보관되고 이용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술병을 만들어 제시한다. 이는 '전통' 자체와 전통의 상품화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가로로 서로 붙어 있는 '매병'들은 얼기설기 만들어져 매끈하고 값비싼 도자기를 환기시킨다. 한때 최첨단 기술의 결과로 생활을 위해 사용되었던 자기는 이제는 유물의 이름으로 엄청난 가격에 거래된다. 중력을 이기려 힘을 모으는 걸까. 서로 넘어지지 않으려 붙어 있는 김준명의 매병들은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모종삽 위의 부스러기 같은 형태들은 모종삽을 이용해 산을 만들려는 시도일까. 천연덕스럽게 모종 삽 위에 담긴 산의 모습은 '자연은 최고의 형태이며 최고의 아름다움이다'라는 작가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그 자연을 작가는 모종삽으로 옮겨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작가는 도자기와 우리의 삶을 둘러싼 많은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고정되어가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인식, 나아가 전통 자체에 대한 질문 그리고 도자라는 형식을 둘러싼 우리의 시선과 사고 등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솔직담백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시선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또 다시 '바라보다보면' 어떤 질문이 떠오를 수 있을지 기대하며 말이다. ■ 서준호
Vol.20140916i | 김준명展 / KIMJUNMYOUNG / 金俊明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