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830_토요일_06:00pm
후원,협찬 / 충남레지던시_홍성 레지던스프로그램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site 별의별 공간 충남 홍성군 홍북면 이응노로(중계리) 홍천마을 구 마을회관
1. 기능과 역할이 정지된 장소, 단절된 공간은 우리 몸의 부재처럼 느껴집니다. 그러한 공간을 찾아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주고 또 다른 기능을 부여하며 생기를 넣어줄 때, 나는 몸이 살아나는 체험을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연대감을 느끼게 됩니다. 구회관, 이 장소는 그 어떤 영화(榮華)의 삶을 살다간 왕의 무덤보다 더 엄숙하고, 찬란하고 위대하게 다가왔습니다. 가난하고 빈곤한 가운데서도 한주먹, 한 발짝씩 몸을 추렴하여 공동으로 '공공'의 공간을 생산하였습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그 당시 함께 했던 역사(力士)들의 몸에도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푸석거릴 정도로 노쇠해졌으며 몇몇은 이미 고인이 되었습니다. 이 건물을 보며 마을의 주민들 즉, 우리의 몸을 동시에 본 것입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마치 무덤을 발굴하러 온 것 같았습니다. 고대의 무덤은 아니지만 현재의 공간이 이렇게 버려져 있을 때 많은 것들이 떠올라 이미지를 연결 짓고 싶었습니다. 그 연결의 첫 번째 맥락은 '예술마을화'에 대한 그동안의 노력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고암이응노생가 기념관과 더불어 마을전체가 예술성으로 가득했으면 하고 진행한 일련의 상황이었죠. 예술마을화에 대한 개념과 연차적 할 일 들, 이미지의 확대와 공유, 마을반상회에서의 해설, 전문가들과의 연대 등 그 결과는 프로그램들로 가득한 예술마을조성계획컨설팅 보고서로 딸랑 남았습니다. 그 후 어떻게 실천하며 전개할까 계속 고민하는 것입니다. 가만히 나 자신을 바라보니 내가 지금 이상적 꿈을 꾸는 것인데, 이것이『홍천도원도 鴻泉桃源圖』를 그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결국, 나는 어디가 일이고 작품인지, 예술인지 행정인지, 활동가인지 학예사인지 경계를 두지 않는 지경에 놓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 이처럼 공간에 대한 명명작업을 하고 이 후 기타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공간은 뒤죽박죽 섞이었습니다. 간판으로 공간을 명명하여 호명하고, 고대와 현대의 이미지혼합방식에 의하여 사물과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기승전결 없이 시공간이 혼잡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작품의 현시인지 아니면 예술마을 기원(祈願)을 위한 한 판 이벤트인지 모를, 즉 작업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시공간의 겹침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결국, 그랬죠. 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모르듯이 내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 그냥 과정 속에 있는 나를 재확인할 뿐. 그 모르는 부분을 이러한 공간 작업 속에서 간신히 상기해 보는 것입니다. "저것들은 다 무슨 사연이란 말인가" 또 "나는 무엇인가"하고... ● 2. 현재의 공간과 장소임에도 기능, 역할을 못할 때 그 공간과 장소는 무의미 합니다. 이는 나의 삶과 연관되어 좋든 싫든 어떤 작용을 합니다. 확대해 생각해보면 사회적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연한 물리적 공간들 이를테면 새로운 빌딩, 아파트들이 분양 전에는 무의미하며 슬럼화된 재개발지역의 빈집들 또한 그러합니다. 이는 결국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환기합니다. 그러나 달리 한 번 생각해보면, 사람이 '없다'는 사실보다는 사람을 '없애기', '없기'때문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새로운 욕구 또는 욕망의 변화 때문에 말입니다. 국가, 사회, 도시, 시골 등의 범주이전에 집과 가족, 가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과시적인 집과 고급인테리어, 최신의 생활전자제품들로 둘러쳐놓아도 그 공간의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그 공간을 완성하는 처음이자 귀결점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그렇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갖가지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으며 인공적으로 개발되는 신도시, 도로, 창고, 집 들이 모두 하나의 연속되는 풍경을 만듭니다. 그리고 또다시 그 속에서 펼쳐지는 언어와 행위들은 우리 삶의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들어차 펼쳐질 때 풍경은 완성됩니다. 결국 인생의 풍경은 사람의 몸과 함께 작동합니다. 내 몸이 그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지어낼 때 비로소 사람'있기'그리고 사람'되기'에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어떠한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 속에 구성되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site, 또는 space 별의별 공간 ● 공간명명과 간판제작 작업자체가 공간의 사건, 사물, 의미로써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지시하게 된다. 간판 안쪽의 표지는 두벌로 제작되어 전시에 맞추어 바꿀 수 있다. (버린 물건을 활용하여 제작)
고암예술마을신문 ● 마을주민 반상회 때마다 '예술마을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생각했던 실제의 계획인데, 이번에 작품으로 먼저 시도했다. 신문형식을 빌어 이상향을 제시하는 가상의 신문이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하면 실제신문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A4용지에 그린 원본을 150장 복사_마을가구호수가 150가구 정도 됨)
홍천도원도 ● 전면의 벽화이다. 이 전시의 제목이 되기도 한 배경이다. 하지만 더 이전에 생각한 배경은 이 마을전체를 위시하여 우리 모두가 예술마을화를 꿈꾸는 그 희망을 '-도원도' 라 한다. 나 보다 먼저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분필로 영기문(靈氣紋), 주작(朱雀), 산과 버섯문양 등 덧그림)
초상화-영정2 ● 이 마을의 주인공은 모두이다. 그 가운데 공간의 작업을 개념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남`녀 한 쌍을 만들었다. 길에서 주운 액자와 빛바랜 종이에 흐릿한 이미지로 그렸다. 희미해지는 기억처럼 우리 모두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mori.
연화문쌍용표금동회칠번제기구 ● 대나무처럼 옛 생활의 필수 자재들이 있었다. 현대생활의 필수자재인 에너지는 우리 삶의 절대조건이 된다. 옛날 억압받던 민중이 대나무로 죽창을 들었듯이 오늘날 무력한 우리들은 가스통을 최후의 보루로 삼기도 한다.
금동사각철재철구 ● 마을행사 때 사용한 고기구이 불판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배불리 고기를 구울 때, 고대에 이러한 불판 제단에 올라갔던 번제의 재물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기원하며 고기를 태우는가.
좌청룡 ●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곳에 있던 사물을 그대로 이용했다. 세계상을 음양오행으로 이해하던 사상과 상징이 고분에도 적용하는데, 고구려 무덤에 있다는 '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에서 좌청룡만 응용했다. 바닥에 있던 고무호스를 다소 유머러스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다.
장식된 기둥 ● 건물기둥의 위아래에 장식을 조금했다. 인류는 대단한 문화를 집적시켜 거대한 건축과 역사적 흔적을 구축하였다. 그 때마다 동원, 희생된 뭇 생명들은 역사에 남지 않는다. 기하학문, 상형문, 연화문, 영기문, 기타 의미의 상징문양들을 사용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풀이다. 장식성에 대한 드로잉처리일 뿐이다. 기타 빛나는 사물들 ● 너무 많은 사물들이 어지러이 쌓여있는 구조물속에 야광 처리한 사물을 몇 개 두었다. 이곳은 손댈 수 없어서 미 발굴 지역, 사물처럼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 속에 '빛나는 흔적'들을 암시하기 위해 그렇게 하였다. ■ 윤후영
Vol.20140830e | 윤후영展 / YOONHOOYOUNG / 尹厚永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