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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827_수요일_07:00pm
관람시간 / 추석연휴 휴관
에이바이봄 A.by Bom 서울 청담동 91-3번지 3층 Tel. +82.2.516.8765 www.abybom.com
'시선' – 그렇게 여자가 된다. ● "그녀의 육체는 수천만 다른 육체 속에 파묻혀 있다가 한 욕망의 시선이 그 위에 닿으면서 엇비슷한 다수의 군중에서 빠져나간다. 그리고 다시 시선이 무수히 늘어나면서 육체에 불을 지폈고 육체는 그 후 횃불처럼 이 세상을 관통했다. 찬란한 영광의 시절이지만 곧 시선은 드물어지기 시작하고 빛도 조금씩 희미해져서 이 육체는 말갛게 되었다가 투명해지고 마침내 눈에 보이지 않게 되어 떠돌이 허깨비처럼 거리를 배회할 것이다." (『정체성』, 밀란 쿤테라, 1997)
곽윤수 작가의 이번 전시 '시선' – 그렇게 여자가 된다 는 서울 강남의 유명한 뷰티 복합문화공간에서 이뤄진다. 전시 이외의 특수 목적을 띤 공간에서 게릴라성으로 전시를 진행하는 것이 현대 미술의 일상이 된 시대라 할지라도, 상업적 활동을 거부해왔던 작가의 그간의 행보에 비추어 이번 전시는 그 시작부터 상당히 높은 긴장감을 내재한 채 기획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술가에게 일반인보다 높은 청빈의 규범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지만, 최근의 '아트스타 코리아'의 열풍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로서의 작가 위상론은 어쩌면 동시대미술의 가장 뜨거운 그러면서도 불경한 주제인 듯 하다.
여기 또 다른 불경스러운 주제가 있다. 상대성을 바탕으로 한 '여성성'의 논의이다. 남성의 상대로서의 여성,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육체는 계몽주의를 앞세운 현대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매우 불편한 주제가 되었다. 여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다룬 밀란 쿤테라의 소설 『정체성』의 여주인공이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더라."라고 불평할 때,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가 보낸 거짓 스토킹 편지를 통해 여주인공이 자신감을 찾아갈 때, 대부분의 독자는 지성인으로서 허락되지 않은 불경한 생각을 떠올린 듯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결말이 영원한-혹은 진정한 사랑-으로, 주인공 샹탈이 찾은 것이 '자긍심'이라고 포장될 지라도 말이다.
작가는 위에서 열거한 두 가지 불경스러운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대상자이다. 상업적 활동을 통해 생업을 이어 가야 하기도 하고, 남성의 시선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기도 하는 대상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 막 서른 중반을 넘긴 작가는 또래의 여성들이 그러하듯이 직업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가장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작품들은 그러한 심적 소용돌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작품은 '예술적 주장'인 동시에 '고가의 상품'이 될 수 있고, '사유의 흔적'인 동시에 '예쁜 장식물'이 된다. 작가로서의 긍지와 여성으로서의 자주성이 역시 상황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수용은 선택사항이 아닐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 부조화의 토양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편안한 듯 아름답다는 것이다. 현실의 수용이 타협이 아니며 또 다른 탈피를 의미하는 듯. 따라서 작가의 불안감과 대조되는 미적인 아름다움이 만들어 내는 기묘한 긴장감이 이 전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주제는 작가와 작품이 받게 되는 시선 속에서, 혹은 에이바이봄의 여성 고객들을 향하는 시선 속에서 잔잔히 퍼져간다. ■ 강래형
Vol.20140825d | 곽윤수展 / KWACKYOUNSOO / 郭潤秀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