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고선경_공성훈_구본창_권오신_김동욱_김성묵_김준기 남경민_노충현_류호열_명이식_민성식_박승환_박은선 신동원_원성원_이문호_이소영_이예린_이은실_이재길 이정록_이주은_정보영_정세라_정직성_주도양_최원준 하형선_한성필
공동기획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_일현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일현미술관 ILHYUNMUSEUM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선사유적로 359(동호리 191-8번지) Tel. +82.33.670.8450 www.ilhyunmuseum.or.kr
국립현대미술관이 일현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경계에 서다』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을 활용한 기획전시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이 갖는 의미에서 출발한 이 전시는 각박한 동시대의 삶 속에서 이쪽 아니면 저쪽을 선택할 것을 강요받는 우리들 현대인들의 상황에 주목한다. 우리들 모두는 일상 속에서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선 채 살아간다. 그런데 선택이 이루어지는 경계의 시점은 아직 그 어느 것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 그렇기에 이것도 저것도 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즉,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것일 수 있는 상태가 경계에 선 상태라 할 수 있다. ● 이처럼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것이 공존하는 상태를 미쉘 푸코는 서로 상관없는 사물들을 묶어 내는 허구적 질서라는 의미에서 헤테로토피아로 명명하였다. 특히, 동시대 미술에서 헤테로토피아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하나의 공간에 결합된 도시의 현실을 지칭하는데 주로 사용되는데, 『경계에 서다』는 이러한 경계에 선 혹은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공존하는 동시대의 풍경에 주목한 전시이다. ● 동시대의 유토피아적이면서도 디스토피아적 풍경은 그 경계면에 선 작가들로 하여금 주변의 헤테로토피아적 풍경에 주목하게 하거나 이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속에서 작가들은 현대인의 비전을 신화적 풍경을 넘어 몽환적·초현실적 풍경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상상 속 공간과 실제 공간을 경계를 허물어 제시하기도 하고, (비)현실적 공간에의 꿈을 담아 그려내기도 한다. 혹은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비현실적 풍경을 마술적 리얼리즘을 통해 제시하기도 한다. ●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에 존재하는 (비)현실적 풍경은 우리들 현대인이 살아가고 있는 엄연한 도시적 현실이거나 혹은 현실의 각박함을 피해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이상적 풍경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_일현미술관
구본창은 우리나라 사진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중견 사진작가로서 사진과 미술의 범주를 넘나드는 활발한 작업을 한다. 인간의 실존, 삶과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제기하며 자화상, 인체, 자연 등을 소재로 작업의 실마리를 풀어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작품은 구본창이 죽음을 앞두고 힘겨워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작업한 것이다. 오래된 회중시계를 물결의 이미지를 인화하여 그 인화지 위에 놓고 촬영하였으며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물결과 멈추어진 듯 보이는 시계를 통해 시간 앞에 영원할 수 없는 생명체의 한계를 나타내고자 했다. 또한 사멸할 수 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의 그 마지막 가쁜 숨을 기록하여 존재의 귀함을 재인식 시키려 하였다.
남경민의 작업은 과거 거장들의 스튜디오를 조형화한 아뜰리에 풍경 시리즈이다. 그는 작업실이 화가의 모습을 진실 되면서도 가식 없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남경민은 작업실에서 캔버스를 대면하는 순간 본인 안의 진실된 자아와 마주하게 됨을 깨닫고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이 작품은 작가가 좋아하는 마그리트의 작업실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마그리트 작업실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상상의 작업실을 표현한 것이다. 푸른 캔버스 틀과 배경으로 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마그리트를 나타내며 머리가 가리워진 그의 모습은 마그리트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관념적인 것과 실제적인 것과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노충현은 한강시민공원에 있는 수영장, 터널, 콘테이너 박스, 테니스장 등 도시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장소들을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삼는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면 한강시민공원의 풍경은 쓸쓸하게 변해간다. 그 쓸쓸함은 메마른 흙, 시멘트의 질감, 먼지 낀 사물들, 뿌연 스모그, 건조한 공기로부터 온다. 사람들이 사라진 그 공간은 더욱 활기 없는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한편으로는 공간 자체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을 담고 있는 작가의 작품은 서울이 지닌 풍경의 질감을 더듬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현의 방법론을 통해서 풍경의 질감을 구체화시키고 나아가 현실적 삶의 조건과 상황들을 반성적인 태도로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민성식은 자연을 동경하는 도시생활 공간의 상징으로서의 집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도시인들이 꿈꾸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그려지곤 한다. 어린 시절 도시에서 자란 작가는 야생환경으로의 회귀를 동경하며 살아가지만 현실적으로 도시 근처에서라도 풀과 나무가 있는 집을 꿈꾸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바람은 소극적으로나마 자연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보이며, 민성식은 도심지의 아파트보다 작품과 같은 조그만 집에 밟을 땅이 있는 집을 소망하는 모습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원성원은 수백 개의 이미지 조각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조합하고 채워나간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 속 다양한 오브제들은 상징적 요소를 지니는 동시에 감상자에게 폭넓은 해석의 여지를 준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큰 이야기들의 부분을 이루며 형식에 있어 자유로운 접근법은 다양한 시점과 구도로 나타나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현재에서 바라 본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형식 안에서 작가 자신을 반영한 자화상 같은 작품이다. 일상에서 만난 사물과 공간은 소통과 화해의 도구로서 그녀의 작품 안에서 현실의 견고함을 무너뜨리며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한성필의 작업은 실재 (Reality)와 이상 (Ideal) 중에 무엇을 구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하여 '회화와 사진 재현의 양면적 역할'에 대한 고찰로 이어진다. 이 작품 속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빛의 제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장면이 거대한 벽에 그려져 있고 양쪽에는 커튼이 추가되어 있다. 낯과 밤, 빛과 어둠이 하나의 공간 속에 공존하고 있는 이 기이한 장면은 현실 속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 거대한 화폭이 위치해 있는 현실 또한 그렇다. 거리를 비추고 있는 가로등과 바닥에 깔린 그림자는 어둠을 상징하지만 장시간 노출로 촬영한 하늘은 청명한 대낮과도 같다. 마그리트의 그림을 양쪽에서 가리고 있는 거대한 커튼에는 주름이 잡혀있어 은은한 어둠속에 잠긴 호수 위의 풍경을 열고(혹은 닫고) 있다. 커튼 너머의 세계 즉, 건물 벽을 '구겨가면서' 열어젖힌 세계는 커튼 바깥의 세계에 대한 메타포인 셈이다. ■
Vol.20140713d | 경계에 서다-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