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 마감 30분전까지 입장가능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4전시실 Tel. +82.54.250.6000 www.poma.kr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포항출신으로 77세 지병으로 작고한 권영호(權永鎬)선생의 유작전을 마련하였다. 『푸른 회유, 권영호전』은 평소 수준 높은 작품제작과 왕성한 활동으로 지역미술사에 영향을 끼친 작가를 발굴하여 이를 심층적으로 연구 조명함으로써, 포항미술사를 정립하고 시민이 감동하는 미술관으로서 거듭나고자 마련되는 전시회이다. 1960년대 초반, 포항지역화단이 형성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룹을 결성(1963년 향미전 창립)하고 활동하였던 권영호 선생의 예술세계를 지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와 함께 관련 자료들을 통해 포항미술사의 여명기를 조명하는데 의의가 있는 전시회이다.
근대적 의미에서 포항지역 미술문화의 시작은 1960년대부터 라고 할 수 있다. 포항 화단 형성에 역할을 해 온 인물 중에 한사람을 꼽는다면 권영호 선생이다. 초등학교(현 구룡포초등학교)시절부터 이미 다방면에 예능적 기질을 보여주었던 권영호 선생은 성격이 활달하고 긍정적인 사고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리로 다져진 행동으로 학창시절부터 규율부장을 도맡았다시피 하였다. 아마도 곤궁한 생활에서 오는 잦은 이사와 지역적 특성에서 오는 환경 적응, 그리고 생계를 위하여 적극적이며 실천적인 행동에서 오는 리얼한 사고가 단체를 리드해 가는 성격으로 굳어졌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성격은 1958년 서라벌예술대학에 연극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하였으나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치면서 미술 분야로 전향하여 특유의 부지런함과 적극적인 실천으로 1960년대 초 포항 화단을 열어 가는데 일조하게 된다. 이후 196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대구·경북 중등미술교사 생활과 1976년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포항화단과는 40여년간 교류가 단절되다 시피 하였지만, 초기 권영호 선생이 남긴 작품들과 관련 자료는 포항미술사 구축에 소중한 자료로 기록되고 있다. ● 권영호 선생이 포항지역 화단의 서막을 열었던 시기는 1961년 구룡포 중학교 미술교사로 부임하면서 시작되었다. 1961년 경상도에 고향을 둔 서라벌예술대학 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문동미우회(文童美友會 대구경북공보관화랑, 미우전은 2회 동안 진행되다가 서라벌동문전으로 명칭이 바뀜)에 창립 멤버로 전시 활동을 하였고, 1962년 '권영호-정외자 2인전'(청포도 다방)과 그리고 1963년 포항인근 미술대학 출신모임인 향미전을 창립하여 청포도 다방에서 전시(노태용, 원용일, 박명순, 이방웅, 김순란, 정외자, 권영호가 참여함)하게 됨으로서 포항화단의 서막을 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64년 포항중학교에 미술교사로 전근하면서 후진들의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제자인 박수철 작가(포항일요화가회 창립회원)는 권영호 선생의 수업방식이 창의적 방법으로 지도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하였다. 이처럼 1960년대초 권영호 선생의 활동은 포항 현대화단의 첫 시작점을 알리는 전시회로 기록 된다. 이 시기의 전시공간으로는 청포도 다방(대표 박영달:사진작가)이 전시공간으로 많이 이용하였다.
인간은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에 겪었던 환경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하고 간직한다. 아마도 앞을 못보는 아버지, 몹시도 곤궁한 생활환경에도 굴하지 않았던 부지런함과 예능적 기질을 펼쳐왔던 어린시절의 환경이 권영호 선생에게는 평생 동안 무의식으로 기억되고 소중하게 간직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작가 권영호 선생의 예술인생은, 그가 살면서 떨쳐버릴 수 없는 숱한 꿈들과 그의 정신과 삶 전체의 언어가 回遊로 귀결된다. 아마도 권영호 선생이 바다를 그리면서 자신의 존재가 유래한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일종의 회귀의식을 수행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이 유래한 곳 곧 근원으로 떠나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권영호 선생의 작업의 모티브는 어릴적 구룡포항의 억척스러운 삶의 현장과 유년기의 외롭고 가난한 기억에서 차용하고 있다. ● 권영호 선생의 작품에 빠지지 않는 형상은 물고기이다. 물고기의 유동성과 흐름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가고픈 순수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메타포이다. 권영호 선생이 찾던 삶의 일상적 정서는 무리지어 이동하는 '물고기'의 회유(回遊)를 통해 좀 더 직접적으로,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나타난다. 물고기라는 매체는 이렇듯 권영호 선생의 작품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된다. 수면, 그 물결의 파장 위에 반영되는 실존의 허상과 같이, 물속의 공간과 자아의 이미지가 공존하며 대립되는 그러한 이중적인 구조는 그의 작품 곳곳에서 관철된다. 권영호 선생의 작품 세계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진다. 서라벌예술대학에서 장리석 지도교수의 영향으로 1960~1970년대의 거칠고 투박한 어부의 삶의 모습, 1980년대~1990년대의 목어와 한지를 대변하여 불교적이고 민간신앙적인 이미지를 느껴지는 작품, 그리고 작품의 만개를 보여주는 고향의 회귀를 상징하는 물고기의 반구상적인 화풍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전 생애에 걸쳐 제작한 작품 속에는 물고기의 형상이 빠짐없이 화폭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권영호 선생에게 유년의 기억은 현실에서 이탈하여 과거로의 회귀를 통해 현재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치유의 장(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권영호 선생이 활동하였던 1960년대 초기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포항미술사의 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번 전시는 어릴적 극한 가난의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적 의지를 불살라서 독특한 화풍을 개척해 온 권영호 선생의 개인적인 측면에서나 포항미술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전시회이며, 권영호 선생이 던져주는 고향의 의미를 다시한번 지역민들과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전시회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 포항시립미술관
Vol.20140710f | 권영호展 / KWONYOUNGHO / 權永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