始發.展 시발.전

이상선展 / LEESANGSUN / 李尙宣 / painting.installation   2014_0709 ▶ 2014_0809 / 월요일 휴관

이상선_始發.展 시발.전展_갤러리 신교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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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선 블로그_q.cyworld.com/23401163

초대일시 / 2014_0709_수요일_07: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신교 GALLERY SHINGYO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81(신교동 52번지) Tel. 070.8239.8936 www.facebook.com/shingyoart

아무 것도 없었으나 무거웠다 - 바람꽃은 그곳을 넘어 갔을까? : O / X ● 『아해(兒孩)-날으는 들꽃』, 들꽃이라지만 들도 없는 바람꽃. 아이들의 표정은 노동의 고된 시간이 서려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물러 있다. 망설임 가득하다. 들꽃이 바람을 타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얼굴에 주름이 깊게 자리를 잡는다. 주름은 그저 굵은 선이다. 두 손에 물을 모아 세수를 하는 아이의 발이 어른 발이다. 골목에 나란히 늘어선 아이들의 머리는 몸에 비해 너무 커서 죽음에 가까운 것이다.

이상선_헐_막걸리잔, 철, 알루미늄, 혼합재료_221×17.9cm_2014

"혹시 이 그림 속 아이들 벌써 죽은 거 아니에요?" 갓난아이가 눈을 감고 있다. 갓난아이도 이마와 목에 주름이 여전하다. 자는 것 같고 죽은 것도 같다. 갓난아이가 눈을 감고 있다. 갓난아이도 이마와 목에 주름이 여전하다. 자는 것도 같고 죽은 것도 같다. 갓난아이 얼굴에 오랜 세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들꽃이 바람을 탄다. 바람꽃이 아이들과 세상 사이를 떠다닌다. 결국 모든 것이 사라졌다. 주름도 희거나 바람도 점이거나 꽃들도 선이거나. '지금'은 그저 희고 검고 묽은 것 속으로 함몰되거나 가라앉고 있다.

이상선_시시비비 是是非非_캔버스에 유채_130×260cm_2014

오는 무겁고 엑스는 무겁다. ● 햇빛이 잘 드는 아무 곳에나 두어도 잘 자라는 것들이 있다. 거짓말이 그렇고 정치가 그렇고 역사가 그렇다. 이런 것들을 때로 서사라고도 부르고 인간만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림에도 때때로 그런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그림에서 사람은 사람의 이야기를 건사하지 못한다. 사람은 사람으로 상징이 되거나 알레고리가 되지 못한다. 그림에서 서사는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생겨난다. 색이거나 선이거나 점이거나 결국은 그림자이거나 사람을 대신한 무엇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림 안에 사람이 사라졌을 때 이야기 없음으로 이야기는 그림 밖에서 완성된다. 본다는 것은 그림 밖의 일이다. 그림 안의 일은 만들지 않았을 때, 비워놓았을 때 그림 밖에서 어떤 일이 생겨난다. 추상이라는 것은 무엇을 상징하거나 압축해 놓은 것이 아니라 그림 밖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지점을 뜻한다. 그것은 그림을 그린 사람과 그림을 본 사람이 통하는 것이 아니라 어긋나거나 지나쳤을 때 생겨난다. 선이나 점이나 색깔을 이해한다는 것은 지극히 일차 적인 감정의 통솔이며 추상은 훨씬 더 먼 곳이나 너머에 존재한다. 우리는 뭔가를 보았지만 그림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으나 무거웠다. O는 흰 벽보다, X보다, 무겁다, X는 O보다, 흰 벽보다, 무겁다. OO는 XX보다 XXX는 OOO보다 무거운 이야기.

이상선_개되기_광목에 아크릴채색_180×180cm_2014

개돼지 국가? ● 개도 돼지도 아닌 개돼지의 그림자로만 남은 시퍼런 밤이 펄럭인다. 올려다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의 국기를 말이다. 우리의 선조가 70년 전 독립하여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었다. 우리 종족은 개보다 우월하고 돼지보다도 똑똑하다. 우리의 조상이 본디 섬기던 주인을 독립 후에도 버리지 않았다. 70년이 지났으나 우리는 여전하다. 10년을 빼고는 줄곧 우리가 사람을 지배했다. 사람은 이제 저리 꺼져라, 어디 개돼지가 사는 나라에 빌붙어 살려고. 우리는 개보다 자유를 사랑하는 신념이 있고 돼지보다 무한 경쟁이 보장되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종족이다. 사람은 개돼지의 지배를 받거나 개돼지의 나라를 떠나 거지돼지가 득세하고 득실거리는 북으로 가라. 사람이 사라진 자리, 서사의 깃발이 펄럭인다.

이상선_no...YE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14

NO ON ● 뒤집으면 좌우가 바뀌고 아래 위가 바뀐다. 뭔가 바뀌면 큰일이 날 것 같지만 그저 NO가 ON. 세상도 뒤집으면 동서가 바뀌고 남북이 바뀐다. NO부정이 거꾸로 서면 작동ON한다. NO거부하면 불이 켜ON진다. NO싫은 것은 계속ON된다. 이제 결정해야 할 시간NOON이다. 그래서 시발(始發)이다. ■ 백가흠

Vol.20140708f | 이상선展 / LEESANGSUN / 李尙宣 / painting.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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