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만남 / 2014_0710_목요일_06:00pm
개관10주년 봉산문화회관 기획 전시공모 선정작가展 공모 선정 작가展 「2014 유리상자 - 아트스타」 Ver. 3 '언제든지Whenever'
관람시간 / 09:00am~10:00pm / 월요일 휴관
봉산문화회관 BONGSAN CULTURAL CENTER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77 Tel +82.53.661.3500 www.bongsanart.org
2014년 전시공모 선정작 중, 세 번째 전시인 「2014유리상자-아트스타」Ver.3展은 회화를 전공한 Rohan로한(1983生)의 설치작품 "우리 인생의 특정 시점에 특별한 영향을 주고 사라진 사람이 있다면…."입니다. 이 전시는 사람 사이의 관계關係를 시각화하고 있으며, 어떤 특정한 사건과 시간, 장소에 관한 심리적이고 전방위全方位적인 관계 층들이 서로 겹치고 맞물려 다시 복잡한 관계 경험으로 결속되는 기억을 구조물 형태로 제시합니다. 작가가 제시하는 입체 구조 사이의 연결 층에는 남에게 밝히기 꺼려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스며있습니다.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을 기대하는 삶의 가치와 이에 반하는 현실 경험의 긴장에 대해 대처해가는 화자話者의 태도를 그려내는 이 이야기는 "관계"의 "生과 死"로 단편화되어 이해되기도 합니다. 심상치 않은 관계의 전개가 검은색 선線으로 허공에 그려지고 집적集積되는 이들 시․공간적 조형 기록들은 우리들의 "현재" 태도에 대한 자성自省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이번 전시는 숨겨왔던 개인의 "현재"를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 속으로 끌어내어 조형화하려는 작가의 어떤 절실함으로부터 설계됩니다. 또 작가의 현재 삶에서 느끼는 긴장감의 실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관계 맺기"와 "관계 끊기"의 사태에서 어떠한 대처가 가능했는지에 대하여 자신 스스로를 직시하는 지점에 주목합니다. ● 유리상자에 설치한 조형물은 얇고 넓은 판재版材를 사람 형태의 선형으로 오려낸 10개종의 검은색 아이콘을 매달아 구성하였습니다. 실제인물 크기보다 더 큰 이 아이콘은 대상이 되는 특정 상황의 닮은꼴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며 의미와 형태 사이의 대응 관계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고안한 기호들입니다. 사람의 완전하지 못한 모습을 상징하듯이 한쪽 팔이 없고 게다가 얼굴과 목이 없는 사람들 "A"와 "B"와 "V"의 모습을 서로의 관계 설정에 따라 그려놓은 이 아이콘들은 "시작과 끝", "생과 사"를 거치는 관계의 모습들입니다. 이 모습들 사이로 각 아이콘이 머무는 시간의 흔적처럼 좀 더 얇은 검은색 선 드로잉이 겹쳐집니다. 사람의 몸 내부 장기와 신체 행위의 그림자 같기도 한 선들, 그리고 이들 모두를 꿰듯이 공간 전체를 휘감는 가는 검은색 철사선 등은 우리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구조 안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운명적으로 떠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지 세계의 언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각각의 인물 형상 아이콘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 행위를 본뜬 이미지로서 "악수하는 모습", "껴안은 모습",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 "죽은 듯이 누운 모습" 등의 형태로 디자인 되었으며, 전체적으로는 "연결"을 은유하려는 듯이 나선형으로 복잡하게 얽힌 채로 천정에 매달린 거대한 구체를 닮았습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누운 모습의 아이콘 주변에 희망과 치유를 은유하는 검은색 새싹 아이콘이 심겨있고, 유리 벽면과 바닥면에 거대한 인물 아이콘이 문양처럼 장식되어 있습니다. ● 눈앞에 펼쳐진 "현재"는 다름 아닌 자아와 삶의 모색을 참조하는 조형 놀이이며, 작가가 다루려는 것은 인간의 자기중심적이고 편의적인 선택에 의해 도외시되거나 제거되었던 소중한 관계의 의미와 사람에 대한 사랑, 예술 너머의 열정에 관한 것이며, 거칠지만 자기 성장에 관한 감성적인 미美와 선善의 유효성들을 되찾으려는 에너지입니다. 현재의 상처를 기억하며 미래의 성장을 기원하려는 이번 유리상자는 경계 없는 예술 실험의 치유적 가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 정종구
A, B 'A'는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진학의 필요성을 느껴 서울로 올라와 조그마한 병원에 취업하여 야간근무를 하며 지냈습니다. 어느 봄날 기분 전환하러 친구가 있는 안양으로 놀러갔다가, 친구의 소개로 'B'를 만났습니다. "안녕?" / "안녕!" A B 'A'와 'B'는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반가워!" / "나도!" AB 결국 'A' 와 'B'는 하나가 되기로 약속했습니다. "네가 좋아!" / "나도 네가 좋아!" AB V A와 B는 생활의 안정을 위해 저축도 열심히 했습니다. 처음으로 생긴 내 집에서 열심히 일하며 아이를 키우며 살았습니다. '너, 나 그리고 한 사람 더...' BAV 'B'는 직업상 이유로 술과 여자들과 외도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A'는 주변 분들과 친지들의 도움으로 견디면서 일만하고 'V'를 키우며 살았습니다. A는 생각했습니다. '너, 나,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해서 행복해!' B AV 2013년 어느 봄, 'A'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는바, 자신을 'B'와 바람을 핀 여자라면서 'B'의 외도 사실을 통보하였습니다. "혼자 있고 싶어!" / "이러지마!" B / AV 'B'는 다른 여자와 그녀의 두 딸과 동거하고 생활하고 있으며 'A' 와 'V'를 악의적으로 유기하였습니다. "날 좀 내버려둬!" / "안녕..." A+V 'A'는 혼자가 되었고 옆에서 'V'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슬퍼..." /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AV+ 'V'는 'B'의 몫까지 힘껏 'A'를 사랑해주었습니다. "힘이 될께요.." / "고마워!" A) (B 'A'와 'B'는 현생에서 절대 만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만남..." ■ 로한
결국 남은 그림자들 ● 요즘은 잘 쓰지 않는데, 현장문학이란 개념이 있다. 무슨 현장인가 하면 노동 현장이다. 노동자 혹은 지식인이 일터에서 체험한 삶을 그때마다 시나 소설로 기록하는 현장문학은 1980년대가 남긴 문학과 예술의 한 단면이다. 나는 작가 로한(Rohan)을 만나면서 현장미술이란 말을 떠올렸다. 현장문학은 있지만, 현장무용, 현장영화, 현장음악, 또 현장미술이란 말은 없다. 몇 해 전에 어느 미술기획자가 현장미술이란 말을 어설프게 가져다 간판을 붙여봤으나 별다른 반응은 얻지 못했다. 시공간이 오그라드는 듯 민망한 이 말 현장미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해봤던 건 순전히 로한이 미술 창작에만 전념하지 않고, 공장에 매일 출근해서 힘든 육체 일을 하는 노동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 그녀는 이 노동을 통해서 활력과 성장을 체험하고 이게 곧 자신의 미술 활동의 동력원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작가는 그녀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를 예술과 노동의 관계라는, 맑스(K. Marx)에게 있어서 토대와 상부구조의 간극만큼 아슬아슬하고 이질적인 성질로 표현하고자 한다. 비유해서 말하면, 로한의 작업론은 자본주의에서 노동 소외(왜 공장에서 사치품을 만드는 프롤레타리아는 정작 그 상품을 자신의 생활에서 쓸 수 없냐는 문제 제기)를 감성적인 태도로 일관한, 「경제학 철학 수고」를 쓸 무렵의 맑스가 좀 더 분석적인 생각으로 진전되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 요강-그룬트리세 Grundrisse」의 발표 시점 정도에 와있다고 본다. 즉, 임노동이라는 소모적 활동이 예술 작품이라는 창조적 행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로한의 선택은 나쁘지 않다. ● 그러나 로한이라는 예술가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아무리 드러낸들 그녀의 작품이 프로파간다(선전 선동)나 르포(현장 고발)의 조건을 충족할 수는 없으며, 단지 현대인이 가지는 정체성의 분열을 예시하는 영역에 위치한다는 점은 부정 못 한다. 괜찮다. 아무 상관없다. 실재로 많은 예술가들은 평탄한 삶을 벗어나 방랑 생활을 하지 않았나. 작가 로한 혹은 자연인 심은혜가 벌인 생산적인 방랑은 이제 빛을 보고 있다. 바로 여기, 방랑 속에 획득(?)한 여러 인연이 별처럼 뿜는 빛이다.
현장미술이라는 말로 시작했지만, 이처럼 로한의 작품 주제는 관계(단절)이다. 그렇지만 난 이 '관계' 이야기를 길게 쓰고 싶지는 않다. 이미 많은 현대 미술가들이 이 주제를 다루었고, 특히 '타인들과의 관계 자체가 곧 나'라는 정체성의 사유(예컨대 설치미술가 김승영)는 내가 열렬히 지지하는 작업 경향이기도 하다. 그와 같은 심사숙고, 또는 배우는 단계에서 미술사 습득이 부족한 작가 지망생들이 작업노트에 밝히는 단골 소재가 '일상 속에서의 인간관계'이지 않나. '관계'는 동시대 미술 속에서 어디에 갖다 붙여도 그럴 듯 해 보이는 상투적 주제가 되었다. ● 그런데도 로한이 유리상자 공간에 펼쳐놓은 사람들의 관계는 좀 특별한 면이 있다. 위에서 밝힌 바대로 그녀의 작업이 관계 맺기가 아닌 관계 끊기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끌어 쓰는 격언,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어떻게 생각하면 삶의 따뜻한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냉소적인 백신 주사 같기도 하다. 그녀 자신의 인생 이력에서 빚어진 이 전시는 둘 중 어느 태도에 가까울까. 종이류와 목재와 철재를 잘라서 만든 검은 설치물은 자웅동체가 된 한 쌍의 사람을 묘사한다. 이들의 집합은 작가 인생의 디오라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객인 우리 삶의 거울일 수도 있다. ● 뭐, 생각해보면 유별난 스토리를 소개한다고 그게 다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희한한 것들이 차고 넘치는 이 세상에서 작가는 자기에게 벌어졌던 이야기 줄거리를 세세히 고백하는 대신 그 등장인물들만, 그것도 테두리만 따서 보여준다. 결코 확인될 수 없는 그 사람들. 여기서 완성된 이미지는 그림자와도 같은 익명성 아래에 놓인 채 우리를 그 군상의 어느 틀에 끼워 맞춰 들어가도록 손짓하는 것 같다. 이는 어떻게 보면 기괴하고, 또 한 편으론 경쾌하다. 우연한 만남과 필연적인 이별, 이러한 통계학이 지배하는 사실 속에 펼쳐진 우리 현실은 헤어짐보다 만남을 더 극적인 것으로 격상시킨다. 관계가 맺어지는 것은 형이상학의 영역에서 풀이될 수 있지만,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여기 번잡한 세계의 현실 안에서 파악된다. 현실을 직시하는 작가는 예술 또한 일상 노동과 등가 가치로 묶는 입장으로 드러난다. ● 그녀가 투명한 유리의 공간 속에 무리지어 놓은 군상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여정이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진 않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암호처럼 비밀스러워서 내가 못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이어진 길도 없고, 안과 밖의 구분도 없는 불확실함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작가는 이 역설(paradox)을 받아들인다. 확정되어 고정된 작품 대신 가변적인 설치가 작업의 중심을 차지하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작가가 작업을 완성하는 수단으로 그리기 대신 선택한 자르기는 눈에 보이는 기법 이전에 이미 은유적인 역할을 충분히 한다. 자르기, 단절, 끊기, 커팅, 그 어떤 낱말이든 이 표현은 예컨대 기다리기, 쓰다듬기, 붙이기 따위보다 적극적인 성질이다. 더 이상 왕래가 없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지우는 일, 집안에서 부피만 차지하던 낡은 물건을 정리하는 일은 당사자에게 야릇한 쾌감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일종의 죄책감 비슷한 불편함은 늘 따라 붙는다. 그게 우리가 가진 정이다. 작가는 이별하는 존재에 대한 정을 그려낸다. 이런 기법이나 주제가 현대미술에서 놀라운 발견은 아니다. 또한 나 같은 평론가들이 장황하게 늘어서 쓸 필요도 없다. 다만, 스스로 치유하기 힘든 감정에 맞서 또다시 날카롭게 날이 선 칼과 가위를 들고 둥글둥글한 군상들을 노동하듯 완성해가는 작가, 이것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예술가라는 신분이 획득하는 자기 성찰적 태도에서 비롯된 그녀의 죄의식은 여기에 다양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단 현 시점에서는 가장 세련된 모습으로 말이다. ■ 윤규홍
□ 시민참여 프로그램 제목 : 얼굴 받아쓰기 일정 : 7월 26일(토) 오후3시 장소 :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대상 : 초등학생 이상 참가문의 : 053) 661-3526 내용 : 우리는 대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인식하고 같은 대상을 보고 다르게 그린다. 이번 프로그램은 내가 가를 바라보고, 타인이 나를 바라보고, 그리고 실제의 나를 인식하여 표현하며 서로 그 차이를 느껴보고자 한다. 1.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고 초상화의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2. 서로를 마주보고 얼굴 '그리기' 3. 서로를 마주보고 얼굴 '읽어내기' – 글로 묘사한다. 4. 참여자가 그린 초상화와 적은 초상화를 작가가 발표하고 참여자는 듣고 상상하여 그린다. 5. 발표하기
Vol.20140706f | 로한展 / ROHAN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