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스타일 le style Eiffel

에펠 탑 탄생 125주년 기념展   2014_0626 ▶ 2014_0722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조르주 가랑_만국박람회에서 조명이 켜진 에펠탑_채색판화_65.2×45.3cm_188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본점 12,14층 Tel. +82.2.726.4456 store.lotteshopping.com

롯데갤러리 본점에서는 에펠 탑 탄생 125주년을 맞이하여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에펠 탑의 역사와 상징을 조형 예술작품을 통해 조망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 가장 높은 기념물이자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기념물, 가장 많이 본떠지고 재생산된 기념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기념물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에펠 탑은 1889년부터 125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림에서 사진, 건축에서 디자인, 산업물에서 일상용품 등 다양한 장르에 예술적인 모티브를 제공해 왔다. ● 이번 전시에서는 에펠 탑의 탄생을 기록한 기록사진과 1920년대 작가(샤갈, 장 콕도 등)의 작품 속에 나타난 에펠 탑, 빈티지, 관련 책자, 매그넘 작가들의 사진을 비롯하여 국내외 대표 아티스트들과 함께 준비한 에펠 탑 조형물과 관련 작품들을 통해 에펠 탑의 산업적 위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예술적, 문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는지 살펴보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의의다.

로버트 카파_파리 1952년 7월_46×42.45cm_1952 로버트 카파_디올 모델_46×42.45cm_1952 ⓒ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Euro Creon

Section1. 에펠 탑의 탄생 ● 1889년에 열릴 첨단기술의 표본, 만국박람회를 빛낼 뿐 아니라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세계가 놀랄만한 이례적인 기념물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을 연다. 치열한 공모경쟁에서 우승을 거머쥔 의기양양한 귀스타브 에펠 Gustave Eiffel, 1832~1923은 1887년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다. 단순하고 간단하면서도 독창적인 그의 설계도를 따라 3분의 2가량은 르발루아 페레의 작업실에서 맞춰 지고, 이후 고작 300명의 인부를 동원하여 현장에서 조립되었다. 공사는 공사기간의 지체 없이, 그리고 아무런 사고 없이 24개월 후 최종 마무리 되었다. 에펠 탑의 성공으로 철의 위상이 높아지고 우아함과 투명성을 살릴 수 있다는 특성 덕분에 철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건축자재로 거듭난다. ● 에펠 탑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으레 근대미술을 연상한다. 후기 인상파나 1900년대 초 전위적 예술가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화가들은 191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에펠 탑을 작품의 소재로 삼기 시작한다. 이에 반해 에펠 탑의 환상적인 모습을 잡아낸 건 상대적으로 최근의 매체인 사진이었다. 샤를 보들레르 Charles Baudelaire, 1821~1867의 표현대로 철이 '천박한' 자재로 취급 받았던 것처럼 '저속한' 매체로 여겨지던 사진은 예나 지금이나 이상적으로 에펠 탑을 표현해 준다. 사진은 하루하루 탑이 조립되어 나아가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루이 에밀 뒤랑델 Durandelle Louis-Emile, 1839-1917의 사진이나 유명 화가이자 판화가인 앙리 리비에르 Henri Rivière, 1864~1951의 판화, 스냅사진은 당시의 건설현장과 에펠 탑의 위상을 상세히 기록한다. 그 리고 사진 인쇄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1890년대에는 이러한 사진을 판화로 다시 옮겨 제작한 후 신문 지면에 실었다. 전시에 출품된 신문들은 만국박람회장과 에펠 탑의 위용을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 안에서도 보이고 밖에서도 보이는 구조의 에펠 탑은 완공 이후, 예술가들에게 추상적 세계로의 문을 열어주었다. 사진가들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에펠 탑의 시점과 문양, 구조를 잡아냈다. 이들의 새로운 시점을 본 화가들은 파리 시의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에펠 탑의 모습을 해체하고 새롭게 재구성하여 화면에 담았다. 파리를 굽어 살피는 듯한 그 익숙한 실루엣의 그림자는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장 콕도 Jean Cocteau, 1889~1963, 베르나르 뷔페 Bernard Buffet, 1928~1999 등의 작품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작가들에게 에펠 탑은 프레임 속에 대상을 배치하는 연구주제였던 것이다.

나탈리 레테_에펠탑_42×30cm_2014

Section 2. 에펠 탑에 열광하는 예술가들 ● 예술가들은 에펠 탑에 대한 환상을 키워갔다. 1920년대 에펠 탑이 전위 예술의 상징이었다면, 현재는 여러 사진작가들과 조형예술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저마다 자신의 탑을 표현한다.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을 창립한 멤버 중 하나이자 1세대 사진작가 데이빗 시무어 David Seymour, 1911~1956와 로버트 카파Robert Capa, 1913~1954 역시 에펠 탑을 사진에 담았다.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전쟁전문 기자인 로버트 카파의 에펠 탑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평화롭다. 사진은 종군기자 생활을 잠시 접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파리에서 자신이 설립한 매그넘의 수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때의 작품(1952년 작)이다. 잉그리드 버그만 Ingrid Bergman, 1915~1982 과의 열애의 종지부를 찍고 다시 파리로 돌아와 생활하던 그가 에펠 탑 밑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을 찍은 이 작품에는 파리와 에펠 탑에 대한 그의 애정과 낭만이 가득 담겨 있다. 묵직한 노신사들이 에펠 탑 앞에 모여있는 사진은 또 다른 매그넘 작가 에리히 레싱 Erich Lessing, 1923~ 의 작품이다. 중앙에 있는 남자는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킨 서독 총리 콘라드 아데나워 Konrad Adenauer, 1876~1967로 1962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에 공식 방문한 역사적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뿐만 아니다. 불리오네 형제 서커스의 홍보에 나선 코끼리 사진(기 르 케렉 Guy Le Querrec, 1941~, 1978년 작)이나, 에펠 탑의 추종자이자 프랑스의 대표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의 뉴룩 New Look 롱스커트를 입은 모델사진(로버트 카파)의 배경에는 어김없이 에펠 탑이 등장한다. 프랑스 파리의 역사, 패션, 삶과 사랑에 에펠 탑은 빠질 수 없는 피사체가 된다. 기능적인 필요성은 전혀 없으면서도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놀라운 건축물, 에펠 탑은 이제 굳이 별다른 말이 없어도 프랑스의 문화를 나타내기에 충분한 건축물이 된 것이다.

안나 질리, 마틸드 니베, 이브 샤르네, 벤자 하니 등_에펠탑 모형제작
세르주 블로크_에펠탑3_42×30cm

에펠 탑이 과연 사진의 시대에만 있었을까? 현대에 이르러 작가들은 각자 다른 방향에서 탑을 변형시키고 왜곡하며 재구성한다. 작가들 중에는 그림의 주된 소재로 에펠 탑을 즐겨 그리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적으로 나탈리 레테 Nathalie Lété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녀에게 에펠 탑의 존재는 보는 이의 환상을 자극하는 더없이 좋은 소재이다. '에펠 탑은 하나의 도시, 하나의 나라를 상징하는 완벽한 기성품'이라는 리처드 스타멜만 Richard Stamelman 의 말처럼 나탈리 레테 작품 안에서 에펠 탑은 다양한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스팀펑크 대표 아티스트인 샘 반 올픈 Sam Van Olffen은 기계와 증기기관으로 무장한 에펠 탑의 모습으로 변형시켰고, 안느 리즈 베른노즐 Anne-Lise Vernejoul은 광고사진에 에펠 탑의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에펠 탑이 단순히 조형예술의 범위에서 벗어나 패션산업을 비롯해 매우 광범위하게 범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이토록 다양한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경향을 에펠 탑이라는 스펙트럼으로 조명해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에게 조형물을 의뢰해 보았다. 그랑 에콜인 국립장식미술학교(ENSAD)의 전시 디자인 및 실내 건축과 교수이자 빛과 색채로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작가, 이브 샤르네Yves Charnay, 이탈리아 대표 장식 디자이너 안나 질리Anna Gili, 설치예술가 마틸드 니베Mathilde Nivet, 호주 출신의 대표적인 팝업 북 아티스트 벤자 하니Benja Harney 등 네 명의 예술가들에게 에펠 탑 조형물 위에 자신의 작품을 덧입히는 작품을 요청한 것이다. 작가들은 2.5m에 이르는 대형 에펠 탑의 뼈대 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도안하여 제작함으로써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에펠 탑을 탄생시켰다.

이기진_에펠탑_120×80cm

Section 3. 낭만과 추억의 아이콘, 에펠 탑 ● 전통을 고수하던 1890년대 지식인들에게 분노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혁신적 기념물 에펠 탑은 '철'과 '철골구조'의 시대를 열었다. 백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고 전형적으로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넘어서, 에펠 탑은 프랑스의 견고한 상징물이 된다. 한 사람의 광기 어린 꿈을 보여주는 이 탑은 이것을 완성시킴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꿈을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프랑스의 산업적, 문화적 전성기에 세워졌기 때문에, 프랑스 국민에게는 프랑스의 영광을 떠올리게도 한다. ●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숨쉬는 에펠 탑을 찾아보았다. 에펠 탑의 상징성은 파리지엔느 뿐 아니라 유학생, 관광객 등 파리를 방문한 그 누군가에게 조차 동등한 추억을 선사한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인 세르주 블로크 Serge Bloch는 에펠 탑을 사람의 코나 모자, 귀걸이, 넥타이, 우산으로 변형시켜 보여준다. 그들이 커다란 에펠 탑을 쓰고 걸고 매고 있으면서도 보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는 것은 크기의 변형뿐 아니라 유머러스하면서도 적절한 배치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오케이 티나는 그녀의 특유의 캐릭터들을 통해 아기자기하게 표현해 냈다. 올리비에 탈렉 Olivier Talec이나 프랑수아 로카 Francois Roca는 그들의 책을 통해 프랑스 파리와 에펠 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 '나는 뭔가 사색이 필요할 때면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도 에펠 탑으로 산책을 떠났다. 그렇게걷다보면 나아가야 할 목표가 생겼다... 만약 파리에서 일상을 즐기는 삶을 시작하고 싶다면, 에펠탑 근처에 살 것을 추천한다.

오케이티나_Midnight in Paris_색연필_54×39cm 오케이티나_Midnight in Paris_색연필_54×39cm
올리비아 탈렉_리타와 마쉥의 파리_31×41cm

이번 전시에 참여 작가이자 물리학자인 이기진 교수의 에펠 탑에 대한 소고다. 지극히 개인적인 열정과 발상으로 탄생해 치밀한 계산과 추진력으로 실행된 에펠 탑을 보면서 하루의 활력을 얻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비단 이 분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에펠 탑의 상징성이 파리, 프랑스를 뛰어넘었다. 현지인이나 이방인이나, 거주자나 여행자를 막론하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파리의 중심으로서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음을 방증한다.

프랑수아 로카_에펠탑의 인디언_60×43cm

Section 4. 기념물에서 장식물로 에펠 탑은 오늘날 경매장에서도 스타몸값을 받는다. 파리의 융성한 한 때를 추억하는 기념물로 에펠 탑에서 떨어져 나온 계단은 현재까지도 고가에 낙찰되고는 한다. 최초로 에펠 탑을 이용한 마케팅이라고 하면 에펠 탑을 올라갔다 온 사람들에게 기념메달을 팔았던 쁘랭탕 백화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과연 탑에 대한 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열띤 논쟁 끝에 1889년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는 에펠 탑이 공공의 기념물이라고 선언했다. 에펠 탑의 복제권에 대한 봉인이 해제된 것이다. 이로써 누구나 '에펠 탑 마니아'가 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 이때부터 탑의 모양을 본뜬 온갖 종류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조잡한 기념품에서 고가의 수집품에 이르기까지 탑은 다양한 형태로 복제되었다. ● 이제 여러 사람들에게 향수와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에펠 탑은 단순한 기념물이 아닌 소장하고 싶은 장식물이 된다. 축소된 모형일지라도 자기 집에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메르시구스타브 ⓒMerci Gustave

디자이너 이브 카스틀랭Yves Castelain과 보석세공 전문가인 나탈리 르레Nathalie Leret는 서로 손을 잡고 소장용 수집품의 대명사인「메르시 귀스타브Merci Gustave」를 탄생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도 끝없이 탑의 형태를 변화시켜 에펠 탑 모형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메르시 귀스타브를 비롯해 작가들이 제작한 에펠 탑 관련 아트상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 1889년 귀스타브 에펠이 탑의 꼭대기에 자신의 사무실을 설치했을 때, 그는 이렇게 거대한 문화유산을 우리에게 물려주게 될 거라는 걸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다시한번 에펠 탑의 장구한 역사와 문화적 파급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파리 만국박람회장의 기념물로서 단지 6개월만 전시될 뻔한 탑. 한 때 저급한 물건으로 취급되기도 했던 그 탑은1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여러 색깔로 모습을 바꿔가며 점차 더 큰 비중을 차지해 간다. 이제는 파리를 중심으로 예술의 영감을 불어넣으며 상상력의 소중한 원천이 된 에펠 탑. 볼품없는 고철덩어리에서 '예술계의 뮤즈'가 된 에펠 탑의 이야기를 이번 전시를 통해 느껴보기 바란다. ■ 성윤진

Vol.20140626g | 에펠스타일 le style Eiffel-에펠 탑 탄생 125주년 기념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