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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미술관 기획展
후원 / 경기도_남양주시
관람시간 / 09: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모란미술관 MORAN MUSEUM OF ART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 246-1번지 Tel. +82.31.594.8001~2 www.moranmuseum.org
"현대미술은 어렵다?" 이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실상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는 많은 이들은 작품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러한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이 개념적이거나 추상적인 형태를 띨 때가 많고, 표현적이거나 사실적으로 재현된다 하더라도 주제가 쉽게 파악되는 것은 아니어서 애매하고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흔히 현대예술을 이해하고 난 다음에야 작품 감상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예술작품 감상에는 두 측면이 있다. 바로 '이해[앎]'와 '감동[느낌]'이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속담이 있다. '면장(免牆)'은 논어의 한 구절 '면면장(免面牆)'에서 유래한 말인데, '담을 마주대하고 있는 듯한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제대로 알고 있어야만 갑갑하고 답답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달리 말해, 작품에 대한 이해[앎, 지식]이 감상의 전제 조건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해가 곧 감동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어떨 때는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동이 반비례의 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이해가 감동을 방해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감동이 작품 감상의 전부가 되어서도 곤란한 일이다. 예술작품은 단순히 감각적인 유희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와 밀접히 연관된 미적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작품 감상에서 '이해'와 '감동'이 항상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작품에 대한 이해는 감동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고, 감동이 이해를 더욱 깊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해와 감동, 이 둘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감상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분명해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감동보다 더 훌륭한 감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감상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작가, 작품 그리고 관람자의 관계이다. 감상은 바꿔 말하면 미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작가, 작품 그리고 관람자의 관계는 복잡하다. 예컨대, 작가와 작품의 관계에 중점을 둘 경우, 이 감상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의도가 어떻게 작품에 어떤 식으로 재현되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감상이다. 이에 반해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에 중점을 둘 경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관람자의 느낌과 반응에 주목하는 관람자 중심의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생산미학, 그리고 후자는 수용미학의 관점에서 본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감상의 향방이 달라진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감상에서 이해나 감동의 어느 한 측면이나 생산미학이나 수용미학의 어느 한 관점에 대한 강조가 아니라 전시공간에서 형성되는, 바꿔 말해 미적으로 체험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상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감상에서 이해나 감동의 어느 한 측면에 치중하다보니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람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분위기가 소홀히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예술은 소통이다. 예술적 소통은 여타의 소통과 달리 특히 미적 분위기가 환기되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미적 분위기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이해에 따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감각에만 치중된 감동과 느낌에만 따른 것도 아니다. 이 분위기는 작가, 작품 그리고 관람자 사이에 형성된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것이다. 독일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게르노트 뵈메(Gernot Böhme)는 현대의 미와 예술의 양상을 이러한 "분위기(atmosphere)" 개념으로 설명한다. 뵈메가 보기에 근대 미학이 미와 예술에서 환기될 수 있는 이러한 분위기를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다루어 왔다. 뵈메는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미와 예술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분위기라고 주장한다. 근대적인 미적 범주만으로 더 이상 현대예술의 다양성과 복합성이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와 예술은 예술 개념이나 미적 범주로 규정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감각적인 것으로만 환원되는 것도 아닌 일종의 문화적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박지혜, 신성환, 오민정, 정기엽 등은 저마다의 특유한 조형성으로 예술이 놓인 공간에서 체험되는 미적 분위기를 관람자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박지혜는 시각의 헤게모니와 관련된 재현의 문제를 다룬다. 실상 시각에 따라 이미지는 다르게 해석되고, 그것을 둘러싼 분위기도 달라진다. 제시된 이미지는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에서 부단한 변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성환의 작업은 조형적 공간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를 드러낸다. 일상의 오브제에서 나타난 즉물적인 풍경을 조형적으로 포착하여 미적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오민정은 사진과 설치에 중점을 두고 사물의 흔적을 모색하는 작업을 한다. 은폐와 탈은폐 사이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모순적 상황을 조형적 흔적으로 남겨 미적 아우라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정기엽은 투명한 페트병에 담긴 '샘물' 더미와 수증기를 동시에 제시하여 현대인의 욕망을 아이러니한 조형적 분위기로 재현하고 있다. 갈증을 해소하려면 페트병에 담긴 물을 마시면 그만일 터인데, 이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수증기로 확산되어 사라져가는 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적 분위기』展에서 네 명의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작품으로서의 오브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환기되는 어떤 미적 분위기이다. 그러기에 전시장에서 관람자는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을 통해 형성되는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람자가 사이에 이루어지는 예술적 소통, 그 미적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임성훈
Vol.20140625f | 미적 분위기 aesthetic atmospher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