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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620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정수화랑 JEONGSU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22-31 cafe.daum.net/artfocus
생각의 회로도 ● '클릭'과 '문'의 알고리즘 우리의 생각은 촛불과 닮아 있다. 촛불은 심지에 불이 붙기 전에는 그 실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초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초는 촛불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이지만 또한 촛불을 옭아매는 굴레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의 생각 또한 우리의 몸을 매개로 하여 현실과 조우하지만, 우리의 생각을 제한하는 것도 몸이기도 한 것이다. ● 생각이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의 몸을 통해 기능하는 것만은 아니다.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인터넷은 어느덧 우리의 몸을 대체하며 우리의 생각을 작용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는 것이다. 그 순간 인터넷은 우리의 현실이자 우리가 세상과 만나는 또 하나의 세계인 것이다. '클릭'은 우리가 문을 여는 행위이며, 인터넷 창은 우리가 세상과 만나는 통로인 것이다. 그러한 세상에서 인터넷을 작동시키는 전자 회로 도는 우리의 두뇌를 대체하는 인식의 장치와도 같은 것이다.
염소진의 「클릭: 기억의 회로도」는 그러한 우리의 삶의 모습을 영상과 회화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건물은 하늘 높이 치솟아 있으며, 거리는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현실의 세계는 햇살이 들어오지 않는 「클릭: 기억의 회로도」의 긴 복도와 문들이며, 그 문을 들어서면 책상 앞에 있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창을 여는 마우스인 것이다. ● 기억은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고 말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구절과 같이 지성 밖의 물질 대상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작은 폴더 안에 숨어 있는 것이다. 폴더는 그의 「클릭: 기억의 회로도」에서 보듯이 인터넷 창을 통해 인식하는 사물의 분류방식이며, 사물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폴더는 달리 말하자면 우리의 기억 방식이자 인식 지평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가 몸을 통해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들은 「창고회로도 1, 2」에서 보이는 황량한 건물 내부의 환기통들, 건물 복도의 형광등들과 방안의 책상과 의자들과 스탠드이며, 사람들의 모습은 인터넷 창들을 통해 마주하는 글자들과 활자들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몸의 촉감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황량한 건물 내부의 복도와 같은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 지각되는 것이다.
달리 말해 그의 「클릭: 기억의 회로도」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어 가는 패러다임의 시대에서 물질의 대상으로 지각되는 인식 구조들이 아니라 일종의 컴퓨터의 알고리즘과 같이 고정되고 패턴적인 양식과도 같은 인식의 구조들을 탐험하는 것이다. 글자와 활자들은 우리가 몸을 통해 마주하는 사람들과 사물들로 대체되고, 기억은 작은 폴더 안의 분류표들로 인식되는 것이다. 글자와 활자들의 사라짐은 그러한 인식 구조에서 기억과 함께 과거가 사라지는 행위, 즉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그의 「클릭: 기억의 회로도」는 '클릭'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인식 구조를 탐험하는 행위이지만, 동시에 '몸'을 통해 경험하는 일상의 삶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하는 행위이기도 한 것이다. '클릭'과 '문'은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문이지만 우리의 사유가 작동하는 방식을 거울과 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유비적인 작용과도 같은 것이다.
「lmprisoned life」의 작업에서 보듯이 캔버스 화면의 폴더들과 그 폴더를 휘감는 검은 선들...그것은 디지털 시대에서 우리의 사유가 작동하는 방식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몸을 통해 현실과 마주하는 우리의 인식 구조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폴더를 휘감는 검은 선은 작가의 사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지표이지만 동시에 작가의 생각을 옭아매는 하나의 굴레이기도 한 것이다. 그의 「클릭: 기억의 회로도」는 '클릭'을 통해 사유가 작동하는 방식을 그려내고 있지만, 동시에 거울과도 같이 몸을 통해 경험하는 일상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 조관용
Vol.20140622h | 염소진展 / YEOMSOJIN / 廉召振 / painting.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