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609_월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성훈_강주현_김범준_김윤재_김태균_박안식 박종영_서영덕_오택관_이보람_이지영_최나리
관람시간 / 11:00am~07:00pm
비욘드 뮤지엄 Beyond Museum 서울 강남구 청담동 49-21번지 Tel. +82.2.577.6688 www.beyondmuseum.com
각기 다른 언어, 하나의 거푸집 ● 사적의미와 공적의미, 개인적 내레이션과 통괄적 서사를 하나의 범주에서 발산하고 있는『12_twelve』展(전)은 완전하지는 않으나 저마다 다른 예술적 신념이 하나의 장에서 실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각을 비롯해, 설치,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협업을 목도할 수 있고,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지고 갈 젊은 작가들에게 담지 되어 있는 현재에 대한 시선을 읽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존재한다. 특히 12명의 작가 작업 중심에 놓여 있는 동질 한듯하면서도 각기 다른 미학과 미술 언어들이야말로 '비욘드 뮤지엄'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가중시키는 주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 강성훈, 강주현, 김범준, 김윤재, 김태균, 박안식, 박종영, 서영덕, 오택관, 이보람, 이지영, 최나리 등, 12명의 작가들은 장르를 공유하지는 않으나 저마다 습득한 미술 언어를 통해 나름의 미적 가치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포용된다. 이들은 매체의 차이보다는 '하나 된 참여'에 주안점을 둔 채 시대적 연관성, 소통이라는 공동의 지점을 포박한다. ● 그러나 화자들이 내세운 접근 방식과 내용, 조형성은 각기 다르다. 그만큼 미적 언어를 담고 있는 거푸집과 속살이 다양하고 스펙트럼도 넓다. 일례로 작가 강성훈은 얇고 가는 동선(銅線)으로 구축된 동물을 통해 공간과 구조를 재편성하고 심미적인 것과 바람, 자유와 같은 가시적이지 않은 무형의 형상을 동시에 선사한다. 실제로 그의 리얼리즘과 추상의 관점이 고루 융합된 결과물들은 즉물적 상관성을 뛰어 넘는다.
작가 김범준은 의인화된 동물과 사물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사회적 맥락에서의 비판적 예술성을 드러낸다. 언뜻 주이상스한 느낌도 전달하지만 반드시 그것에 머무는 형국은 아니다. 강성훈처럼 동물이 주로 등장하지만 작가 김태균의 동물조각은 "프랙털의 기하학적인 인공적 이미지에 순수한 자연물을 융합-접목하는 방법으로 자연과 문명의 공존"을 말하고자 한다. ● 작가 강주현은 사진이라는 기록의 매체를 확장시킴으로써 무의식의 한 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감각의 영역을 일깨운다. 작가 박종영의 마리오네트 형상의 인체 조각들은 인간의 욕망과 성애적 사랑, 지배와 피지배라는 권력의 관계와 같은 우리네 삶을 표상화 하고, 작가 박완식의 움직이는 조각들은 거대함과 밀도의 표상인 도시 및 도시인들에게 불현 듯 다가서는 자연의 청량함을,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한 소통의 의미에 방점을 둔다.
이밖에도 일상에 드리워진 사람과 자연, 삶과 죽음, 생의 본질에 대해 탐닉하며 인체와 산수의 풍경을 오버랩시키는 조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 김윤재(해석의 여지가 많은, 꽤나 눈길을 사로잡는 작업이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 채 속으로만 삭혀야 하는 페르소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체인 신체 조각으로 표현하고 있는 서영덕, 인간의 본질적 욕망을 회화로 담아내고 있는 최나리 등은 모두 근본적으론 작가 자신의 삶과 연계된 서술이거나 현실, 제도, 사회에 관한 기술이지만 욕망, 존재, 본질, 정체성, 상상, 꿈과 이상을 비롯해 가시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여러 가지 단상들과 사회성까지, 알레고리(allegory)나 메타포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특징을 내보인다. ● 그런 점에선 이미지가 이미지를 낳고, 그 이미지들의 결합이 하나의 우연성을 발하는 작업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오택관이나,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단위인 세포의 유기적 현상을 통해 존재의 파괴와 재탄생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환기하고, 생명의 재생을 형상화하고자 한다"는 이보람(Regeneration 연작), 자신의 정체성을 근간으로 여러 관계성에 대해 함축적인 이미지로 포착해내는 이지영의 사진 역시 동일한 범주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는다. 하나 같이 자신만의 관점을 화면 위에 부유시키면서 고유한 색깔을 이입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계획된 것이든 아니든,『12_twelve』展이 지닌 분모를 넘어 개별성을 유지토록 하는 이유로 남는다.
『12_twelve』展은 각기 다른 개성을 내재하고 있는 작가들의 2014년 첫 실험무대이자 그동안 발표해온 조형언어의 실체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동시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서로 다른 장르 간 보이지 않는 협업이 뿜어내는 하모니가 어떻게 타자적 함의가 가능한 미적 시선을 완성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 물론 비교적 긴 시간 낯설기와 멀어진 작업들도 눈에 띄고, 작가들 간 교류와 호흡,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침투되는 내적 상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외적이랄 수 있는)대중적 소통을 개간할 수 있을지는 확연하지 않은 부분은 있다. 또한 자아의 궁극을 이탈해 얼마만큼 깊이 있는 사유를 제공할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진 않다. 하지만 이 그룹전을 통해 어떤 메시지가 창출되고, 그 메시지의 비중이 어떠할 것인지, 보다 멀리 보아 향후 방향성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유의미하다. 단, 지속적이라면 더욱 긍정적일 것이고, 피상성을 떠나 회를 거듭하며 획득-수용해야만 하는 인문학적 성과가 각각의 예술가들의 작업으로 발현된다면 오늘의 가치는 훨씬 중대해질 것이다. ■ 홍경한
Vol.20140609b | 12_Twelv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