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604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고진이_김도연_김정옥_박민우_서은파 양혜령_예정민_이경현_임지민_조선흠_형세린
관람시간 / 10:30am~06:30pm
노암갤러리 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동시대 사회와 문화는 과거와 달리 몇 개의 장르로 구분되어지기 어렵다. 자유로우며 개별적이고 개개인의 독립된 가치관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다. '예술' 역시 다양한 변화와 융합으로 한가지의 모습으로 정의하기 어려워 졌다. 문화, 사회, 과학, 인문 등 다양한 장르들과 융합되기도 하고, 독립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여기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기획전 '포지션 3'에 11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세상을 바라보고 예술을 바라봄에 있어서 각자의 독특한 시각과 태도로 작업을 마주한다. 이들은 동시대의 모습, 기억과 추억, 내면의 탐구, 시각적인 담론 등 다양한 지점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 한다. 각자의 태도로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만의 역할과 위치를 스스로 정해간다. 이점이 바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이들에게 주목해야할 이유다.
고진이는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관계와 경계의 모호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족 개개인의 공간들은 완전히 섞이지 않은 채 부분적으로 겹쳐지는데, 작가는 이러한 불투명하고 날카로운 경계가 없는 공간들을 한 겹씩 차분히 캔버스에 쌓아간다. 여러 번 물감을 덧칠하기도 하고 닦아내기도 하면서 공간들의 외면적 경계는 사라져간다. 그로인해 여러 경계를 구분하는 얇은 막은 변화를 가지게 되며, 하나의 감정적인 색조로 뭉그러져 있다. 그렇게 남은 공간의 흔적들은 낯선 듯 친근한, 아련함으로 모호한 경계 같은 관계에 대해 안타까운 표정을 보여준다.
사람의 몸은 자극을 받으면, 모든 감각으로 반응을 일으킨다. 그리고 느껴진 감각을 통해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개인과 사회의 복잡한 여러 관계 속에 놓이면서,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출이 절제된다. 김도연의 작품은 이런 현실속 상황에서 분출되지 못한채, 무의식속에 고여서 과도해지는 욕망들을 몽상을 통해 뒤엉킨 형상으로 끊임 없이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으로 펼쳐진 몽상은 다시 현실 속에서 깨어나게되고, 화려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남게된다.
김정옥의 작업은 그러한 픽션과 현실사이의 간극과 실재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실 공간의 색을 반전시켜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낯선 공간으로 만들지만 특정한 본래의 형태는 여전히 남아있어서 연상과 유추가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만의 현실과 판타지를 연상하고 대입한다. 그리고 화면 안에는 수많은 선택지들이 생겨난다.
박민우의 드로잉은 한정된 영역의 종이 안에 들어가 있는 허상의 유기체들이, 그 안에서 우주의 모습처럼 서로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구조를 이루며 연결되어있다. 어떠한 개체도 독립적이지 않으며, 한 공간 안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형태와 성질이 끊임없이 변화한다. 마치 작가에게 인지된 한정된 작은 세상 안에서 끊임 없이 변화하며 증식해나가는 무한한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세상과 많이 닮아있다.
서은파의 작업은 타의적으로 잠식되는 개인의 관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작가의 비디오 설치는 중앙의 붉은 잉크 위로 떠오르는 텍스트를 향해,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마치 집단에서 형성된 절대적 논리에 스스로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잠식과 같이 보인다. 이렇게 작가는 '집단과 개인', '전체와 객체' 라는 상반된 두 가지 요소들, 그들의 관계에 주목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양혜령의 작업은 자신의 체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화면에 새롭게 재구성된 풍경을, 작가가 직접 방문했던 곳에서 수집해온 실제 오브제들과 함께 설치하여 보여준다. 화면 속에는 서구의 선 원근법적인 그리드를 통해 화면이 구성되는 듯 보이지만, 동양의 사유가 담겨있다. 작가가 체험한 감각의 잔상들이 펼쳐서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재현된 풍경이 아니라, 비실재적으로 다시 창조된 공간이 된다. 온전히 재현 될 수 없기에 장소의 없음을 드러내며, 재현 될 수 없는 빈 공간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예정민은 작업을 통해서 스스로의 선단공포증, 즉 정신심리학적인 측면을 분석하고 탐구한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들과 자신 사이의 있는 경계점에 관한 이야기 이지만, 그 공포감의 대상이 비단 날카로운 사물들만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성의 날카로운 경계등과 같이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접점들도 포함된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공포감을 느끼는 대상으로 교차시키기도 하는 이러한 탐구과 실험의 과정 속에서, 작가는 모든 경계의 논리에 대해 의문을 표출한다.
이경현은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주목한다. 이들의 모습을 멀리서 내려다보면 누군가의 의해 조종을 받는 장난감과 같고, 또한 한편의 화려한 서커스를 보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작게 희화화 하여 화면에 보여준다. 동시에, 내면에는 목적이 상실된 채 한가지 가치로 획일화된 공허함을 드러냄으로써,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바로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는 현대인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임지민은 곁에 있던 소중한 존재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한 상실감과 불안감을 다스리기 위해서, 지나간 앨범의 사진을 바탕으로, 관련된 상황과 기억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릿해지고, 더욱이 타인의 시선으로 찍힌 옛 사진들이기 때문에 낯선 환영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서 작가는 그러한 다양한 지점의 단서들을 통해서 익숙하지만 낯설게 조합된 기억을 캔버스에 담담히 담아낸다.
조선흠의 작품은 자신 주변을 둘러싼 기존의 논리에 대한 지속적인 의심과, 그것들을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내러티브들이 과도해지면서, 균형이 맞지 않게 되고 작가는 그것들의 균형과 순환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생성과 파괴의 실험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서 마주하게 되는 완전한 무질서의 상태를, 발포우레탄, PVC파이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보여준다.
형세린의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창백하고 서늘하다. 공포감으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있기 때문이다. 아웃포커스(out focus)된 인물의 모습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감정들까지 섬세히 느끼게 한다. 그리고 화면 속의 인물들에게 각각 직접, 간접적으로 겪어오고 들어왔던 사건과 이야기들을, 재구성하여 인물별로 부여한다. 이렇듯, 작가는 공포라는 감정에 주목한다. 공포(또는 두려움)란 무엇인가?, 공포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혹은 공포를 일으키는 것들은 무엇인가? 등과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한다. ■ 양혜령
Vol.20140605g | Position 3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