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602_월요일_12:00pm
관람시간 / 10:00am~05:30pm / 일,공휴일 휴관
샘표스페이스 SEMPIO SPACE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번지 Tel. +82.31.644.4615 www.sempiospace.com
사고 없는 미는 거짓이다. 오래 전 읽은 칼럼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사고 없는 미는 거짓이다. 외모지상주의의 우리사회를 반성하며 감각만의 미, 사유와 연결되지 못한 미는 그저 거짓일 뿐 참된 아름다움은 나와 타자, 현실과 이념을 잇고 이 이어짐 속에 두 세계의 대립을 넘어선 균형이라는 내용으로 생각된다. 몇 해 전의 이 화두가 오늘 날에 다시 생각나는 것은 거식증에 걸려 사망에 이르는 패션모델의 우울한 소식, 공중파 방송에서 키 작은 남자를 루저(loser)라고 부르는 문화, 성형이나 성장 클리닉, 키높이 구두 등 각종 뷰티 산업의 발전 등 나날이 더욱 외모의 아름다움에 편중되어가는 사회문화적인 배경 때문일 것이다. ● 사실 아름다움, 미에 대한 갈망과 욕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우리만의 일도 아니다. 고대 그리스 플라톤 시절부터 외모의 아름다움이 객관적인 것이냐 혹은 주관적인 것이냐에 관한 쟁점으로 철학적 논쟁이 있어왔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17세기까지 철학자들은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외모의 아름다움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객관적 아름다움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칸트 이후 현재까지 개인의 상황과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아름다움의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주관적 아름다움이 철학계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양가성(ambivalence) 개념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이 다차원적 구조를 가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다차원적이며 주관적인 것으로 시대와 지역, 개인마다 다를 터인데 인터넷과 대중매체가 발달한 시각이미지의 우리 사회는 허구일 수 있는 감각적인 이미지를 정형화된 미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무언의 강요에 의해 기준으로 삼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Perfect Skin_전상옥·지희킴』 전시는 패션 광고, 대중잡지에 등장하는 여성이미지를 차용하여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본능적 욕망과 이러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적 이미지에 대한 사유, 현실에서 불가능한 욕망들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하여 다양하게 재해석한 회화·설치·드로잉 작품 전시이다.
전상옥의 작업은 패션 광고 이미지를 모델로 한 유화작업이다. 작업을 마주하고 있으면 우선 너무나도'잘'그린 솜씨에 감탄하게 되고 이어서 나를 바라보는 캔버스 속 그녀들의 당당하고 도발적인 포즈와 눈빛에 시선을 뗄 수 없다. 광고 이미지를 크게 확대하고 모델의 표정이나 의상, 피부 감촉 등 모든 부분을 오더 메이드(order made, 주문된 패션 초상화)화한다. 작가는 이를 두고 몇 배로 확대된 모델의 피부 조직, 복제를 위장한 이미지에 가면을 씌우는 일이라고 표현하며 이것이 곧 화장이자 포장이 된다고 한다. ● 광고 이미지는 원래 소비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보는 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한 장치로 연출, 합성, 조작 등 허구적 요소가 이미 개입되어있다. 거기에 다시 화장을 입히므로 작가는 이미지가 갖고 있는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표피적이며 감각적인 자극을 유도한다. 결국 작가가 그린 광고 이미지는 허상과 조작된 가공 구조 속에서 인간이 상품을 위해 만들어낸 욕망의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미지가 던지는 욕망과 진실 사이를 주목하여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표현하고자 한다.
한편지희킴의 작업'Don't cry bebe'를 보면 예쁜 아가씨의 눈물 사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희킴은 자신의 원초적이며 숙명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과 유학시절 느낀 언어의 좌절감에서 일련의 작업들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팝업 북 형태의 설치'impossible anxiety_불가능한 열망' 시리즈, 북 드로잉 그리고 머리카락을 그린 드로잉 연작을 보여준다. 지희킴은'One dimensional woman'(Nina Power, 2009)을 읽고 많은 부분 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이 과도한 성형수술이나 명품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마치 정답인 것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에 비판하고 과연 현 시대의 여성상은 무엇인지 되묻는 부분이다. 작가는 가장 뚜렷하게 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여성이미지를 대중잡지에서 찾고 이를 수집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집해놓은 미의 아이콘들은 결국 포토샵 등으로 이미 수없는 조작과정을 거친 가상의 비현실적 이미지로 우리가 쫓는 미는 허상의 이미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접어든다. 유학 당시 도서관에서 기증받은 학술서를 작품에 개입시켜 껍질뿐인 아름다움에 대치시키며 미와 지의 이분법적 충돌로 갈등 구조를 만든다. ● 오늘날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확장되는 허구의 미, 사유와 연결되지 않은 감각만의 미에는 아름다움의 진실이 결여되어있다. 사유의 시간을 통해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음을 느끼고 자신이 추구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정주은
Vol.20140602d | Perfect Skin-전상옥_지희킴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