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529_목요일_06:00pm
후원,협찬 / 하이트진로(주) 주최 / 하이트문화재단 기획 / 사무소 samuso: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하이트컬렉션 HITE Collection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로 714(132-12번지) 하이트진로 청담본사 B1~2층 Tel. +82.2.3219.0271 hitecollection.wordpress.com
박진아의 최근작에서의 시점과 시도들에 대하여 ● 박진아의 「짐 포장 02」(2013)는 지난 2012년의 전시 "one and one"에서 테마가 되었던 인물의 이중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화면의 오른쪽 위쯤에 노란색 가방을 맨 금발의 여인이 분명히 두 명,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한 명이 두 번, 트렁크를 포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줄에 서있다. 하지만 이 이중 이미지는 화면의 중심소재로 눈길을 끌기 보다는 화면 왼쪽 하단에서 시작되는 벽면의 아래선을 타고 화면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대각선상에 위치하면서 우리로부터 후퇴해 가는 듯 하다. 이 작품은 자꾸만 인상파 전성기인 19세기 후반 드가(Edgar Degas)의 주 소재이던 발레리나들의 그림, 특히 이들이 넓은 연습실 속에서 절묘한 구도를 그리며 흩어져 있는 모습을 담은「발레 수업 (The Ballet Class)」(1871-1874) 등을 생각나게 한다. 연습실 저 편에서 서성이는 무희들과 우리 사이에는 원근법으로 만들어진 좁힐 수 없는 공간이 있듯, 이 한 쌍의 금발 여인의 이미지와 우리 사이에도 넓은 공간이 가로막고 있어 이들에게 좀처럼 다가갈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시선을 피하는 듯이 보이는 이들은 인물의 이중 이미지라는 소재가 더 이상 작가의 주관심사가 아님을 암시한다. 그 대신 이들과 우리 사이의 넓게 확장된 공간을 채우면서 화면의 중심으로 다가오는 것은 다름아닌 건물의 바닥, 표면의 광택 때문에 그 위의 기둥, 사람, 사물 등이 투명하게 반사되어 보이는 회색 면적이다. 박진아의 이번 전시 『네온 그레이 터미널』을 위한 새로운 작품에는 이러한 바닥에 대한 주의환기와 이에 따른 시점의 확장이 드러나며, 동시에 균일한 평면인 바닥을 화면에 도입함으로써 제기된 화면의 추상화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 폴 발레리(Paul Valery)는 그의 글 "드가 댄스 드로잉(Degas Dance Drawing)"(1936)에서 드가가 작품 속의 바닥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볼만한 바닥(admirable floors)을 그린 드문 화가라고 한다. 특히「리허설 (The Rehearsal)」(1873-78), 「바에서 연습중인 무희들 (Dancers Practicing at the Bar)」(1876-77), 「스타 (The Star)」(1876-77) 속의 바닥은 단순한 배경으로 침체되어 있지 않고 화면의 중요한 요소로서 솟아오르듯 적극적으로 화면 내 사건에 참여함으로써, 화려한 무희들이라는 주제 못지않은 주목을 종용한다.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는 빈 공간의 등장은 전형화된 안정감 있는 구도 속의 비례, 대칭성이나 조화를 추구하는 전통회화적 화면구성과는 대조적인 새로운 규범을 화면에 도입한 것으로, 이 무렵 보편화 되어가던 사진의 효과로도, 또는 일본 목판화의 파격적 구도의 영향과도 관련지어 연구되어왔다. ● 커크 바네도(Kirk Varnedoe)는 드가의 발레리나들의 묘사와 카이유보트(Gustave Caillebotte)가 그린 마루바닥을 깎는 세 명의 일꾼들의 모습에 대해 같은 행위의 변형(각기 다른 포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았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발레리나나 일꾼들이기보다는 이들을 담고 있는 바닥에 있다. 카이유보트의「바닥을 깎는 사람들 (The Floor Scrapers)」(1875)은 서양미술사상 가장 인상 깊은 바닥의 묘사 중 하나이다. 모든 가재도구가 사라진 텅빈 실내를 채우는 것은 가늘고 긴 조각으로 촘촘히 붙여진 나무 바닥이다. 윤기를 머금은 갈색의 바닥 표면이 화면 상단에 있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을 은은하게 반사하는 가운데, 그 위에 거미처럼 엎드려 작업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이미 표면이 깎여나간 부분의 매트한 질감처리와 아직까지 광택이 남겨져 있는 매끈한 표면의 대비는, 사진을 통한 기계적인 재현을 무색하게 할만큼 풍부하고 섬세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뛰어난 연출이다. 마찬가지로 카이유보트의 대표작「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 (Paris Street: Rainy Day)」(1877) 역시 파리의 주옥 같은 풍경이나 댄디(dandy)한 커플들 보다도 사실상 노면(路面)이 화면의 초점으로, 파리 시가의 신작로를 뒤덮는 거친 포석 표면의 촉촉히 젖은 표현과 돌 사이의 이음새 모퉁이마다 고인 빗물의 표면 묘사는 전경의 인물들의 처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사실성과 날카로움이 있어 화면을 지배하는 존재감이 있다.
「짐 포장 02」를 비롯한 박진아의 최근 작품들 중에서도 화면의 대부분을 바닥에 내주고 그 위에서 일어나는 효과들을 중요한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 많이 있다. 「통로」의 일면 우윳빛으로 표현된 창 밖의 밝은 광원과 이로 인해 실내로 확산되며 번득이는 바닥까지의 공간을 뒤덮는 빛의 반사는, 극히 일상적인 순간을 신비롭게 보이도록 하고 있다. 강한 반사광 때문에 더 이상 바닥의 수평면과 유리창의 경계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 물러나는 기둥의 위치를 보면 바닥이 화면 상단까지 올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등지고 있는 두 인물 주변에서부터 파란색 기둥 아래까지의 넓은 바닥은 푸른 잉크색부터 분홍, 초록, 파란색의 단계를 거친 투명감 있는 반사와 그림자, 털크(talc)가루를 섞은 듯한 불투명한 백색의 빛의 분산이 펼쳐져 있어 작가 특유의 세련된 배색과 흐르는 듯한 물감, 붓자국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활주로가 보이는 창」에서 세로로 길쭉하면서 코너가 굴려진 70년대 풍의 창틀의 반복과 대조적으로 수평적인 활주로의 풍경, 그 앞에서 애써 우리를 외면하는 듯한 두 쌍의 각각 앉고 일어나 있는 인물들의 대비, 이들 사이 황금비례를 찾듯이 놓여진 화분 등은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작가의 소재거리가 될만한 요소들의 결합이다. 하지만 그 아래 보다 넓은 면적을 할애하여 그려진 것은 이들 모두와 그 이상(천정면)을 반사하고 있는 빙판처럼 미끈한 바닥이다. 빙판이라는 비유가 특별히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하늘을 반사해 내고 있는 듯 전체적으로 한색(寒色)을 띠는 바닥 색과 모노톤에 가까운 그림자와 반사가 주는 효과 때문인데, 바닥에 얹혀져 있는 현실의 색조와 바닥 표면에 반사된 무채색과 현실의 색의 혼합 - 창 밖 현실보다 더 푸른 듯한 바닥에 비친 하늘 빛깔의 조절이나 약간씩 파랑, 빨강 등의 실제의 색채가 반영된 반사된 부분의 색조 ? 등의 미묘한 처리가 사실적이면서도 회화적으로 흥미롭다. 이 밖에 「짐 포장 01」, 「기다리는 사람들」, 「밤 공항 03」 등 역시 화면 속에 묘사된 바닥면에 대한 의식이 부각되는 작품들이다. ●전술한 대부분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바닥이 넓게 표현되는 현상은 주로 광각 렌즈의 효과처럼 보다 넓은 영역을 포착하기 위해 대상과의 거리를 확보하거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시선을 사용하는 등 의식적으로 관찰대상과 시점의 관계를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있다. 인상파의 화폭에 특징적인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지면과 멀어져 부유하는 듯한 기묘한 시점의 도입은 도시의 근대화 과정을 목격하던 19세기 중엽 이후 파리 부르주아 층의 생활 속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드가의 「스타」의 시점인 오페라 극장의 박스석에서 무대를 내려다 보는 각도나, 모네(Claude Monet)의 「카푸친 거리(Boulevard des Capucines)」(1873-74)의 시점과 같은 파리 시내 건물의 발코니에서 소요자(flaneur)들로 가득한 번화가를 내려다 보는 시점, 사진작가 나다르(Nadar)가 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파리의 공중 사진, 그리고 점차로 보편화 되는 사진을 통한 즉흥적인 순간의 포착 등 인상파 화가의 화면에서는 그 어떤 주제보다도 눈앞에 펼쳐지던 근대화의 성과들이 시대적으로 이들을 압도하였으며, 그 광경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포착하기 위한 기발한 시점들이 도입됨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관람, 관찰, 촬영, 재현 등의 시각관련 활동에는 T. J. 클락(T. J. Clark)이 이 시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로 지적하는'스펙터클'로서의 파리라는 장소가 핵심이 되고 있다. 인상파들은 일종의 관찰자로서 19세기 후반의 파리라는 스펙터클을 경험함과 동시에 화면 속에 새로운 스펙터클을 탄생시켰다. 데카르트적 원근법(Cartesian Perspective)의 발명이래로 근대까지의 기간을 그 어느 감각 보다도 시각이 중시되던 시각중심(ocularcentric)의 시대로 부르는 이유는 다른 감각에 비하여 이토록 다양한 시각적 경험의 중요성이 부각되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박진아의 경우 화면 속의 바닥으로 향한 관심은 그 바닥을 포함하는 공간, 특히 이번『네온 그레이 터미널』전의 출품작에 한하자면, 공항이라는 설정으로 관찰자의 시각을 확장시키고 있다. 공항이라는 특수성은 끝없이 넒은 실내 공간과 그 속에서 공명하는 안내방송들, 빼곡하게 인공조명이 들어선 높은 천정과, 낯선 도시이름으로 가득 찬 전광표지판, 창 밖에 거대한 여객기들이 대기하는 모습과 수많은 유리창, 철제구조들이 철저히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펙터클적이면서도, 동시에 비행, 기계, 보안, 국가, 이주 등의 특수한 개념들의 집결체라는 점에서 하나의 장소성을 초월한 앤티-스펙터클, 시각적이기 보다는 이념적인 축약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공항이라는 선택을 통해 전해오는 것은 인상주의와 같은 세계 최고의 도시 파리의 전망을 배경으로 한 설레임이나, 무대 위 또는 야외 공원의 볼거리에 주목하는 유희적 시선들이기 보다는 공항 건축의 역설적인 강한 물질성과 공존하는 공허함이나 효율적 동선을 위한 인공적인 구획들로 둘러 쌓인 이용객들의 가벼운 우울감, 그리고 무엇보다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는 심리적 위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키오스크」를 비롯한 「밤 공항」 연작 등 늦은 시간의 공항을 그린 작품들은 마치 축제가 끝난 뒤 같은 적막감과 서늘함, 무표정함을 차분하게 관찰하고 있다.
공항은 출발지에서 행선지라는 두 개의 이질적 공간을 연결하기 위한 장소이면서도 결코 최종 목적지로서의 완결성을 갖지 않고, 강한 물질적 실체이면서 동시에 여러 겹의 유리로 둘러 쌓여 투명하게 스스로를 지울수록 효과적인 건물이 되는 일종의 허구성을 띤 건축이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이러한 공항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장소/비장소성, 구조/비구조라는 상태는 작가의 새로운 공간, 특히 바닥의 표현에 있어서의 시도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박진아의 회화적인 작업들이 꾸준히 제시해온 새로운 구상회화의 가능성 중에는 하이아트로서의 회화의 무게를 벗어난 해방감뿐 아니라, 회화 스스로의 환영으로서의 이미지의 한계에 대한 자조적이면서도 통쾌한 지적들도 포함된다. 작가는 과거에 같은 인물의 이중이미지를 한 화면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이미지의 재현적 기능에 대한 수백 년에 이르는 작가와 관객 사이의 암묵적 약속에 의문을 던져왔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의 경우 지난 어떤 작품 보다도 구체적인 건축 공간이 묘사되면서도, 관객의 시선을 깊숙이 끌어 들일만한 관습적인 의미에서의 순수하고 충분한 원근감이 나타난 경우는 드물다. 각종 시각장치들을 통해 관객의 환영 속 공간으로의 완전한 몰입은 저지되고 있다. 소실점을 특정하지 못함으로써, 관객은 공간 밖으로 밀쳐 내어지기도 하고, 화면의 물리적 표면을 따라 수직으로 떨어지기도 하며 내려다 보이는 수평면을 향해 납작하게 짓눌리기도 한다. 「J 구역」의 경우 높은 장소에서 내려다 보는 시점을 사용한 결과 화면 속의 벽과 바닥, 수평과 수직의 축이 직각으로가 아닌 연장의 관계로 만나는 듯이 납작하게 연결되어 화면의 평면화를 초래하고 있다.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격자무늬의 타일 바닥은 물론, 벽면의 십자가구조나 공중 전화, 공용 PC가 놓여진 네모난 칸들, 노란 J자가 붙은 벽면의 규칙적인 구획은 원래의 원근 관계를 무화 시키면서 평면적인 그리드 구조로 치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는 "그리드(Grids)"(1978)에서 "평면화되고 기학학적으로 규범화시키는 그리드가 화면을 반자연, 반모방, 반사실로" 향하게 한다고 말한다. 즉, 모더니즘 이전의 회화들의 화면 밖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도구로 존재하던 과학적 원근법을 대신한 그리드는 "방안의 공간이나 풍경, 사람들의 모습을 회화의 표면에 좌표화시키지 않는다. 만일 (그리드가) 좌표화 시키고 있다면, 그것은 회화의 표면 그 자체일 뿐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크라우스의 이러한 구분이 무색하게 박진아의 경우 실질적 공간의 묘사라는 자연주의적 화법과 화면상의 공간좌표의 평면화 과정은 공교롭게도 병행하여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공항이라는 실제 공간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의 해체를 꿈꾸듯이 자꾸만 화면의 수직적 평면에 기대려 한다. ● 크라우스는 그리드를 통해 "(캔버스) 표면의 물리적 성질이 같은 표면의 미학적 영역 위에 놓여지게 된다. 이 두 가지의 평면 ? 물리적, 그리고 미학적 ? 은 결국 같은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보는데, 이러한 논점은 바로 박진아의 이번 「공항회색」(2014)이라는 일견 추상화된 작업의 등장과 연결된다. 「공항회색」은 여러겹의 물감의 층과 미디움의 겹쳐짐을 통해 만들어진 회색의 평면이며, 제목이 지시하고 있듯이 공항 속 건축면에서 많이 발견되는 회색 평면이다. 크라우스가 말하는 물리적 좌표와 미학적 좌표의 일치는 회화에서의 환영적 요소의 개입을 최소화한 물감과 캔버스간의 작용에만 집중된 모더니스트적 환원주의를 의미하는 반면, 박진아의 「공항회색」에는 그 추상적 화면이 현실 공간에서 지시할 수 있는 대상(공항 바닥 또는 건축면)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단순한 환원적 구조와 동일시 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공항회색」은 크라우스가 시사하는 물리적, 미학적 좌표의 일치로 설명되는 단순한 추상화면이기 보다는, 수평과 수직, 현실과 화면의 합일이라는 점에서 연못의 수면의 수평한 축을 90도 회전시켜 그대로 캔버스의 수직의 표면으로 전환 시킨 모네의 「수련」에 가깝다. 따라서 「공항회색」은 현실을 반영하는 재현적 성질을 유지하는 추상화면으로, 그리드가 원근법을 배제하며'설명' 또는 크라우스에 의하면'언어(speech)'와 단절되었던 것과는 다른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한다. ● 작곡가 페터 간(Peter Gahn)과의 협업인 「터미널의 밤(Terminal Night)」(2014)의 효과는 바로 이러한 「공항회색」의 모방/재현적 성질과 연관되어 있다. 전시장 내에서 「공항회색」의 시각적 감상과 함께 경험되는 것은 간에 의한 전자음악으로, 그 음원은 공항내부에서 들리는 승강기나 터미널간 셔틀 등의 기계적인 소리와 자동화된 안내방송들, 유리와 철제건축재료의 공명들 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간에 의해 일종의 악보의 형식으로 작곡된 뒤 연주된다. 실제 공항 속에서는 고인 듯 웅성거리는 각종 소음은 간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긴장감을 있는 음표들로 재해석된다. 간은 박진아의 작품이 구체적인 이미지를 잃고 회색 추상으로 제시되었을 때 비로소 음악이 개입할 틈/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절차는 화면 속에서 현실을 반영하는 설명적 요소들이 사라져감으로써, 비로소 청각을 통해 공항이라는 반-스펙터클적, 그렇기 때문에 비시각적일 수 밖에 없는, 장소에 대한 기억이 회생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공항회색」은 단순한 추상으로서이기보다는 공항이라는 반스펙터클적인 건축에 대한 기억임과 동시에 음악으로 재현되는 그 공간에 대한 물리적인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수장고 01」(2010)이나 「스크리닝을 기다리며」(2010) 등 박진아의 과거 작품에 등장했던 확장되는 평면들은 아마도 이 「공항회색」에서 일종의 귀결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겹침을 통해 만들어진 투명한 화폭은 현실로도 확장된 공간이면서 동시에 회화적 평면으로도 기능한다. ■ 정신영
Vol.20140530e | 박진아展 / PARKJINA / 朴眞雅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