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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지展 / JANGEUNJI / 張銀持 / painting.installation   2014_0530 ▶ 2014_0611

장은지_마음접기 1-외부_2014 우정서기보(계리) 서울우정청 A형 시험지, 내부_2014 우정서기보(계리) 서울우정청 수험표_설치, 가변크기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통의동 보안여관 윈도우 갤러리 ARTSPACE BOAN 1942 서울 종로구 통의동 2-1번지 Tel. +82.2.720.8409 cafe.naver.com/boaninn www.facebook.com/artspaceboan

2013년 12월, 2014 우정서기보(계리) 서울우정청 시험을 준비했다. 2014년 2월 15일, 남은 건 오로지 2014 우정서기보(계리) 서울우정청 A형 시험지뿐이었다. ● 친절하게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작년 12월 28일 두럭 DoLUCK 엔딩파티, 통의동 보안여관 2층 끝에 위치한 시간상점의 시간우체부는 사회 속에서의 우체부가 되기를 결심한다. 이 결심까지 하게 된 경위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운데, 십 회 간의 두럭 DoLUCK 강의가 그 실마리이다.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게 된 문제의식은 끊임없는 고민을 거치게 만들었고 급기야 체하는 날이 오기도 했다. 급체를 한 그날, 하나의 단어가 시간우체부의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그 단어는 네 글자인데, 워낙 오해를 잘 불러일으키는 단어라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 한 단어가 들어와 결국은 2014 우정서기보(계리) 서울우정청 시험을 보기로 결심하게 된다.

장은지_시간조각모음_갱지에 유성색연필_24.3×33.2cm_2014

시간우체부는 착실하게 그 결심의 시간을 모으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모으는 작업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규칙이 있다. 1 색상별 대표행동을 정한다. 2 삼십분 간격으로 주로 하는 활동을 기억한다. 3 기억력의 한계가 오면 종이에 적어두거나 대표색상을 칠한다.  4 일어나자마자 시간을 확인한다. 5 잠들기 직전에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을 기준으로 10분 후에 잠들었다고 써둔다.

장은지_마음접기 1-창문

그렇게 모은 사개월 동안의 시간조각모음은 총 다섯 장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 기간동안 제작된 두개의 구름 그림은 심리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림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마음가짐이 담기기 마련이다. 무의식이 고른 색상과 구름의 흐름은 그 간의 심리상태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걸 그림이 완성된 시점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뒤늦게서야 깨달은 그 알 수 없는 답답함은 그동안 수없이 지나온 시험과 연관성이 있는 게 확실했다. 조각조각난 시간을 다시금 되돌아보니 여전히 시험에 응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닌 게 틀림없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스템이 서서히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 장은지_마음가짐-성산일출봉_종이패널에 유성색연필_22×16cm_2013 ◁ 장은지_마음가짐-용눈이 오름_종이패널에 유성색연필_22×16cm_2014 ◁ 장은지_마음가짐-한라산_종이패널에 유성색연필_22×16cm_2014 ▷ 장은지_마음접기 2-외부_트레팔지, 내부_계리직 문제집 일부_설치, 가변크기_2014 ▷ 장은지_11분의 시간드로잉_종이패널에 수채, 중력, 바람, 햇빛, 77분, 비_65×35cm_2014

짓눌린 마음의 반대편에는 어쩌면 한번쯤 더 준비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미련이 자리했다. 그동안의 시간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허무함과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문제들은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은 잠식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마음을 접지 못하는 것은 그 쉬워 보이는 A형 시험지 덕분이었다. 행여나 구겨질까 조심스레 가져온 시험지는 한 달이 넘도록 처음 그 상태였다. 버리지도 그렇다고 접을 수도 없는 그 난감한 시험지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그러다 두 번째 결심을 하는 날 미련 없이 마음을 접었다. 폭우가 쏟아지듯 시원한 날이었다.

장은지_10271展_통의동 보안여관 윈도우 갤러리_2014

시원하게 마음접기를 하고 처음으로 나는 편하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의 손을 벗어난 11분의 시간드로잉을 시작하였다. 이 드로잉에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규칙이 있다. 1 캔버스를 매일 같은 위치에 놓는다. 2 넓은 붓에 물을 묻히고 물감을 짠다. 3 하루에 한 번 붓질을 한다. 4 11분 동안 카메라를 들고 캔버스를 바라보고 녹화한다. 5 비가 오는 날 종료한다. 그렇게 시원하게 비가 내리는 밤, 그제서야 10271명의 1명이었던 기억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 장은지

Vol.20140528i | 장은지展 / JANGEUNJI / 張銀持 / painting.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