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3_0521_수요일_05:00pm
국악공연 / 2014_0527_화요일_02:00pm_한벽원 갤러리 마당 판소리-소리꾼 김성종 대금산조-조상민 북, 장구연주-조풍류
관람시간 / 11:00am~06:00pm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갤러리 WOLJEON MUSEUM OF ART HANBYE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35-1번지) Tel. +82.2.732.3777 www.iwoljeon.org
만고강산(萬古江山)전의 명칭은 판소리 단가(短歌) 만고강산에서 유래한다. 조선조 말기 작자미상의 판소리로 강산을 두루 유람하며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꼽히는 봉래산(蓬萊山)의 절경을 찬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소리가 만고강산이다.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목청을 가다듬기 위하여 부르는 단가이기에 비교적 담담하게 노래해야 하며, 기교를 부리는 것이 오히려 정통성에 어긋난다"고 한다. 만고강산은 산처럼 항구적이고 둔중한 물체의 공간감과 강처럼 유장한 시간의 의미를 기억하는 기술(記述)이다. 시간적으로는 유장하고 공간적으로는 무한이 되는, 만고(萬古)를 유람하는 정신의 기억, 산의 중량감과 긴 침묵에 대한 서사적 운율의 기술, 시공속의 한 인간에 대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육체적인 시선(視線)과 카메라가 병존하는 종합적인 구성,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한계안에서의 기술이지만 가능하면 만고강산의 서사를 보존하고 그 형식을 계승한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복고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기술은 그러나 더 이상 중모리 장단의 운율을 맞춘 만고(萬古)의 단가가 다시 올 수 없듯 내용적으로는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대체한 만고강산, 깊이의 굴절을 가진다. 만고강산은 두 가지의 다른 접근, 사진(김동욱)과 채색(조풍류)이라는 방식으로 산수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연구, 재현과 시각화를 제시한다. 김동욱의 사진텍스트는 문화와 역사가 결합된 '당연한 듯이 보이는 텍스트'의 전경을 제시하면서 이 전경의 재생이 굴절된 것이고 기억의 심상지도임을 보여준다. 실체의 자연과 함께 스스로의 꿈의 풍경을 환기하도록 하는 것, 사실적인 단편과 장치에 의해 구성된 만고강산을 제시한다. 조풍류는 채색과 산수라는 재료의 간극을 넘어서 질박하고 둔중한 질감과 깊이, 경쾌하고 밝은 채색의 화면을 통해 산과 산을 포용한 인간의 마을, 높낮이가 있고 상처가 나며 다정다감한 현실이 존재할 것 같은 화면의 현실감을 제시한다. 고요히 풍경을 묘사한 듯 싶지만 주관의 해석이 강렬한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 풍경 안으로 들어가 화가의 흥이 우세한 낭만적인 심상의 만고강산을 제시한다.
김동욱의 「방겸재(倣謙齋)-백악과 인왕사이 서울을 보다」는 풍부한 빛과 대기의 투명함, 공간과 길, 그리고 건축물들의 세밀한 포치가 장면처럼 읽혀진다. 이 장면은 서사적(敍事的)인 어떤 정경이기 보다는 집요한 관찰과 집중의 이미지, 시선과 순간에 대한 이미지이다. 이 이미지들은 유한(有限)이 구축하는 공간의 조밀과 인간이 사라진 것 같은 풍경, 그리고 그 공간적 깊이에 대한 연민이 포함된 풍경들이다. 김동욱이 바라본 백악과 인왕 사이는 이러한 공간에 대한 오래된 착상과 연민에서 나온 것이다. 김동욱은 원근에 의한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파노라마적인 그러나 분절된 시선으로 제시된 어떤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전경은 겸재라는 필름이 부착된 현실의 유비, 무한을 바라보는 분절된 시각이미지의 중복된 텍스트인 것이다. 「방겸재(倣謙齋)-난지도와 북한산을 보다」는 모래내와 홍제천이 있는 난지의 일대 풍경, 서호(西湖)라 불렸던 빼어난 경관을 재해석한다. 멀리 원경으로 삼각산의 연봉은 백옥같이 치솟고 흰 구름은 무한한 대기감을 느끼게 한다. 난지도 매립장의 평평한 고원을 넘어 수직으로 향하는 열병합 발전소의 상승하는 직선, 월드컵 경기장 아파트촌의 공간이 중경으로 이어진다. 사라진 경관과 현실의 고발, 이 모든 것을 두르고 흘러가는 한강의 유장함이 비유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전경들은 김동욱의 카메라에 의해 굴절된 구성, 그러한 산수의 지세와 골격, 인문적 공간구성에 의한 관념을 배경으로 성립된 풍경들이다. 기억과 심상의 풍경들은 공간 자체의 깊이와 심도, 그것의 인문경관적 장치에 의해 해석되어지는 이미지의 힘에 의해 우리의 시각을 자극한다. 풍경의 발견을 통한 내면의 시각, 바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직조된 거울로서의 내면응시가 숨어있다고 하겠다. 김동욱의 포토그라피는 공간의 무한과 인간의 조망 속에서 사실적인 현실의 단편이 어떻게 미적 현실로 구성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조풍류의 「푸른 밤의 여정- 인왕산」은 검푸르고 푸르스름한 밤의 청색이 침착하게 착색되어 있고 구름을 머금은 달이 청아하고 경쾌하게 표현되어 있다. 주봉 바위의 골격이 선명히 부각되고 중경의 산세와 골격이 하단의 마을로 이어지면서 둔중하고 안정적인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집과 불빛들, 수풀의 풍경은 평온한 마을을 나타낸다. 지상으로부터 솟은 달과 안정감 있는 산, 평온한 마을 모두 어두울수록 빛난다. 금니를 쓴 전체 배경은 성속(聖俗)이 구분없는 일여(一如)이다. 「북한산의 노을」은 작가의 낭만적인 기질이 유감없이 나타난 작품이다. 주홍색노을 배경위에 산마루에 지는 해를 보일 듯 말듯하게 대충 그려 넣었다. 앞 산 능선의 짙은 산 그림자와 먼 산의 노을지는 능선을 시간에 쫒기듯 개략적으로 그려 넣은 이 작품은 풍경을 대하는 작가의 개성이 여지없이 발휘된 듯하다. 어리숙한 듯, 서툰 듯, 노을에 쫒기는 듯한 화가의 흥이 전체적으로 평평한 화면에 전달되고 있다. 낭만적인 심정상태와 화가의 흥, 질박과 경쾌라는 모순적인 색채의 강렬함이 조풍류가 만드는 만고강산의 내용이다. ● 만고강산은 산수의 높고 유장하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만고(萬古)의 음률이 선과 주름, 공간의 형식으로 정형화 된 것, 소위 산수의 이상이 만고강산이다. 이 이상의 현실화된 음조는 없다. 공간과 시간, 다양한 형식실험이 풍월처럼 다가온다. 공간에 담긴 무한과 시간의 항구함, 거대한 괴량감을 뽐내며 침묵하는 대상에 대한 화가의 서사가 시작되어야할 때다. 참고로 서사에는 운율이 필요하고 우리는 운율을 잃어버린 세대이다. ■ 류철하
Vol.20140522h | 만고강산 萬古江山-김동욱_조풍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