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의 동시다발성 Multiple simultaneous time and space

한상연展 / HANSANGYEON / 韓相姸 / painting   2014_0521 ▶ 2014_0527

한상연_헤어나지 못한 잠식된 자기세계_패널에 혼합재료_80.3×130.3cm_2014

초대일시 / 2014_052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개인이 가지는 각각의 이론(理論)이 있다. 이것은 모두에게 통용된 사실이 아닌 관념(觀念)의 형태이며, 또는 누군가에게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 된 이론(理論)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각각의 이론이라 칭하는 이유는 그 시작점이 개인의 경험과 우연한 깨달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일반화시키는 이론과는 달리 나의 개인적 이론은 시각과 기록에서부터 시작된다. ● 일찍이 프랑스의 시인 랭보(Arthur Rimbaud)는 견자(見者)의 시학을 통해서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모든 정신적 감각(感覺)의 착란상태를 거쳐 틀에 박힌 개념을 허물고 새로운 세계의 예언자가 되어 세상을 마주한 것이다. 나의 기록 또한 이처럼 찰나의 순간을 피부로 느끼고 정신적인 혼란과 감정 속에서 표출된 작업의 한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한상연_시공간 터_패널에 색연필_60.6×90.9cm_2014
한상연_프리즘_패널에 색연필_65.1×90.9cm_2014
한상연_자기세계_패널에 혼합재료_97×162.2cm_2014

견자(見者)가 되어 기록하는 작업은 우연하게도 매체의 유기성에 대해 깨닫게 해주었고, 나의 경험과 깨달음은 사소한 과정을 거쳐 시공간(時空間)으로 확대되었다.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과정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 이와 같이 모든 영역의 연결점은 오롯이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며, 감각을 느끼는 과정으로 말미암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時空間)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그림 작업과 연관 지어 깊이 탐구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현실과 이상 속에 갇혀있는 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에 더없이 좋은 동기이자 작업의 단서가 되었다. 일상의 사건을 야기 시키는 단서는 우연한 경험에 의해 발견한 시공간(時空間)의 잔해물이다. 그것은 일부러 찾지 않아도 주변을 겉돌거나 스치는 모든 시각적 대상이며, 상대적인 시간과 동일한 공간 안에서 동시다발적(同時多發的)으로 존재한다. 단서가 가지는 시공간(時空間)의 크기와 중요도에 따른 차이는 없으며, 개인의 시선과 경험에 따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선명도만 다를 뿐이다.

한상연_순간 벗음_패널에 혼합재료_65.1×90.9cm_2013
한상연_빌리의 자기세계(부제_영화, 빌리 엘리어트)_패널에 혼합재료_65.1×90.9cm_2014

영화이론에서의 쇼트(shot)는 불어로 플랑(plan)이다. 회화와 연극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이 용어는 시선의 방향과 수직을 이루는 평평한 각각의 면을 의미한다. 또한 일정한 행동을 취하는 쇼트(shot)를 이미지(image) 컷(cut)으로 여러 장 나누면 짧은 순간에 보여 진 동작이 미묘한 차이에 따라 분리 되는데 각각의 이미지(image)를 전체적으로 모아보면 커트(cut) 수는 늘어나도 결국엔 같은 동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동작이라 할지라도 분리된 행동은 실은 연속적인 행위인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처럼 영원히 지속되는 평면의 시공간은 자유자재로 휘어지고 겹쳐지면서 교차점을 형성하는데, 무수히 찍힌 점들이 바로 시간의 속성인 유기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이 작가 본인을 포함하여 일방적인 이론의 가설을 세웠다고 해서 이것이 타당한 명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서의 연관성을 개인의 체계에 맞추어 관념(觀念)의 기록으로 남겨놓아야 그 다음 행보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한상연_영원한 출소심사(부제_영화, 애니멀 팩토리)_캔버스에 유채_72.7×116.8cm_2014

이번 전시의 중요한 시선은 작가 본인이라는 점을 밝힌다. 물론 견자(見者)의 역할로써 혼잣말을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것이 작업의 전부는 아니다. 작품에서 보여 지는 끝없는 시간의 반복이자 혼재된 공간, 그리고 영원을 사는 얼굴 없는 이의 벗음만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에서 내가 아닌 또 다른 견자(見者)의 행적을 기대해 본다. 그리는 행위의 직접적인 소재가 되는 간접 경험을 통한 영화들, 상상이 가미된 모호한 세계의 풍경, 풍경 안에 세워진 이름 없는 이들의 영원한 놀이터를 시공간(時空間)의 영역이라 명하였다. 이 영역에 침투하는 인공의 기계비행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개인의 착란(精神)과정을 공유하고, 나아가 모든 유기체를 연결 짓는 각각의 철학적 이론(理論)을 수단으로 기록해 나가기 바란다. ■ 한상연

Vol.20140521c | 한상연展 / HANSANGYEON / 韓相姸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