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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514_수요일_06:00pm
기획 / 최정미
관람시간 / 11:00am~06:00pm
노암갤러리 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비밀'은 숨기어 남에게 드러내거나 알리지 말아야 할 일이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을, '정원'은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을 뜻한다. 김승정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비밀'은 작가의 감추어진 내면의 감성을, '정원'은 그 감성 안에 자라나고 있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의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재현: 김승정의 첫 개인전 "The Moon"에서 보여준 달 항아리와 시각적으로 표현된 공간은 두 번째 개인전인 "비원 The Secret Garden"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는 작가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다양한 관심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극히 철학적이고 은유적인 재현이다. 작가는 형상을 가지고 있는 대상을 통해 현실과 상상의 변증법을 표현해낸다. 형상을 묘사한 모든 예술 속에는 현실적 요소와 상징적 요소가 섞여 있고 현재적인 것과 잠재적인 것이 혼재해 있으며 또 물리적 법칙과 정신적 법칙에 종속되어 있는 규칙들로 이루어진 조합이 규칙들에 동시에 작용한다. 그림은 하나의 기호이며 체계이기도 한데 작가 김승정의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들과 녹아드는 것 같은 색상들은 이를 증명해주는 듯하다. 작가는 그림다운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몰두하자마자 자신이 부딪힌 문제를 푸는데 골몰하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다시 확인하고 정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작가의 작업은 이데올로기나 타인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업 자체가 진화하면서 이루어지는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작품 제작 과정에 들어가자마자 그가 다루는 문제를 매 순간 다시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작가 김승정은 그 어느 작가보다 능숙하게 그 상황들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감정: 마티스는 "당신의 예술 이론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테이블에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생성시키는 감정을 그린다."라고 했는데 이는 김승정의 그림 속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오브제나 공간 분할, 색상의 선정 등에서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이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그림자, 작은 소품들... 우리는 그 안에서 작가가 생성하고 있는 감정들을 충분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전에도 그랬듯이 김승정의 작업에서 색은 외부의 현실을 묘사하며 표현하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내적 진실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작가는 색이라는 매체를 빌어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내적 진실이란 그림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과 정신: "창조행위"는 수많은 크고 작은 행위들로 이루어진 인간 행동의 한 단계 혹은 한 순간이다. 헤겔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시대의 인간들을 지배하는 관념들이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을 예술로 보았다. 그 예술은 관념들의 구체적인 발현 물들을 통해 단계적으로 발전한다고 보았고 이런 관점에 따라 각 시대에는 그 시대에 고유한 "정신"이 있다고 보았다. 헤겔에 의하면 미학은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장 높은 단계는 아니었고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즉자로 존재하는 절대 주체는 논리학, 자연 과학, 정신 이라는 세 단계로 거치면서 대자가 되며 마지막 단계인 정신만이 절대 정신으로 스스로를 완성한다고 보았다. 또한 이 절대 정신은 우선 감각적 형태를 띠고 예술을 통해 외부로 표현되며 이에 주관적 종교를 통해 내면화 되고 마침내 철학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완벽한 인식에 도달한다고 보았다.
앙드레 로트 Andre Lhot는 "예술은 세계에 대한 은유적 해석이므로 지적인 것을 해석해 내야만 한다고 주장했으며, 예술이란 고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것과 변화하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첫 개인전 이후 작가 김승정의 작품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오브제들을 빌어 자신의 내면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공간의 분할과 드리운 커튼이나 날리는 커튼 등의 움직임 그리고 창과 창밖의 풍경 등의 외적 환경에 관심을 두며 작업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삶과 사회에 대한 변화하는 감정들을 가장 지적인 형태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최정미
Vol.20140514c | 김승정展 / SEUNJUNGKIM / 金昇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