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리나갤러리 LINA GALLERY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424번지(삼성동 113-3번지) TROA 빌딩 1층 Tel. +82.2.544.0286 www.linaart.co.kr
웃음, 삶의 리얼리즘 ● 이순구는 사람의 깊은 심상을 웃음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웃음은 사람이 사회 속에서 상호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본능적 반사작용의 하나로 사회가 불안할수록 웃음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웃음이 갖는 치유의 기능을 회화적으로 극대화한 이순구의「웃는 얼굴 시리즈」는 사람이 소외된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의 회복을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 안에는 어린이, 청년, 중년부부,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과 같이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연극 무대의 주인공처럼 비슷한 표정과 유사한 포즈로 그러나 웃음이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가지고 등장한다. 작가는 주인공의 디테일 묘사는 자제하고 오직 얼굴 표정을 좌우하는 눈과 입에 주목한다. 웃음이 가득한 초승달 같이 가는 눈, 하얀 이를 크게 드러내며 목청이 보이도록 크게 웃고 있는 입... 이렇게 단순화하고 과장된 주인공의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무감각해지는 심리적 경험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 때로는 극대화된 표정의 과장 때문에 마치 즐거움과 슬픔의 경계에서 선 찰리채플린의 연기를 기억하게 한다. 그의 우스꽝스러움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묘한 애잔함을 느끼게도 하는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순구의 작품에서 보이는 주인공들의 웃는 표정에서 사람들의 즐거움과 행복을 연상하지만, 한편 그 이면에 가려진 인간적인 소외와 고독 또한 감출 수 없다. 이것이 찬찬히 들여다보면 나타나는 웃음의 깊이일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런 양면성의 조화를 통해 자신과 비교하고 치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예술은 일상과 대중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다. 예술작품의 내용과 정신은 대중에게 이해되고 대중에게 소통될 수 있어야 한다. 권위적인 화법에서 벗어난 이순구의 작품은 대중과의 소통 측면에서 크게 성공적이다. 그는 회화와 만화를 전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현대사회에서 회화가 갖는 역사적 한계를 인식했고, 그 대안으로 만화라는 새로운 조형언어를 선택하게 된다. 만화는 보통의 회화작품에서 보다 과장과 비유, 생략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풍자를 그려낸다. 특히 카툰의 자유로운 과장과 생략 기법을 회화라는 전통적인 조형언어와 혼합하여 이순구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만들어 냈다. ● 그는 "모든 형상을 기호적으로 접근하면 스틱맨(stickmen)이나 이모티콘(emoticon)과 같은 단순한 기호로 만들 수 있으며, 이러한 형상성과 대상의 특성만 남겨진 그런 그림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웃는 얼굴」에서 다소 도상적인 표현은 "회화"의 영역에서 "만화"의 영역으로 간략화 되고 기호화되는 도상의 중간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평론글 일부발췌) ■ 이지호
한 잔의 홍차와 같은 여행 또는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 ● 언제나 자동차가 나온다. 그리고 자동차만큼이나 길이 나온다. 신작로이든 비포장 시골길이든. 잘 알려진 국도나 강변로를 따라 또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기도 한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자동차가 한 대나 또는 두 대가 덩그러니 있는 길은 결코 모두가 함께 쉬는 휴일이 아닐 것이다. 다른 이들이 모두 일상에 속한 시간인 것이다. 그런 시간은 어디라도 휴식이고 여행이 된다. 그러면 그 시간대를 사는 사람들은 일상과 일상 사이를 건너다니는 시인이거나 화가가 된다. ● 여행은 현대 사회의 문화를 상징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사람들이 공통으로 꿈꾸는 것이기에 많은 예술가들의 주제로 다뤄졌다. 괜찮은 여행은 인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한층 달라보이게 한다. 생활을 돌아보고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서 어떤 열정과 감흥에 나 자신을 고스란히 던져놓는다. 그 가운데 어떤 한계를 느끼고 그것을 뛰어넘기도 한다. 생계를 위한 또는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관광이 아닌 말 그대로 무언가를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삶을 반추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곳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산다는 것이 옳다고도 말했다. 여행은 내밀한 경험으로 가득한 진짜 삶을 살러 가는 것이다. ● 인생이니 삶이니 어쩌면 거창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전영근의 그림은 상투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로망을 건드린다. 로망이란 욕망의 다른 말이다. 로망은 이루어지지 않기에 존속한다. 로망은 상투적이고 보편적이며 한 세대가 함께 공유하는 공감이다. 바로 그 상투성이 공감의 요체다. 매일매일 비슷비슷한 옷을 갈아입는 사물이 달리 보인다.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수단만은 아닌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자동차는 모험가의 세계였다. 모험과 열정으로 가득한 현대의 상징이었다. 자동차를 타는 것은 꿈과 열정에 몸을 얹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담한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것은 오래된 로망이자 내면의 소리를 듣는 계기다. 완전한 몰입이다. ●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자동차는 기계라기보다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여행의 동반자로 함께 했던 말이나 낙타 또는 노새처럼 숨 쉬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빠르고 편리한 비행기나 초고속 KTX가 아닌 그림 속 자동차는 굳이 약속된 시간에 어딘가에 도착해야할 이유가 애초부터 필요하지 않았다. 문화이고 상징이며 한가함의 은유이다. 변덕스런 감정을 추스리고 삶을 관조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움과 서정抒情이다. ● 어린 시절 자동차를 처음 탔던 기억은 단지 빛바랜 추억만은 아닌 것이다. 좁은 국도를 따라 꿩이 날아오르고 고라니가 놀라 달아난다. 나무 그림자가 채찍처럼 날카롭게 휘감겼던 원형의 기억은 생생하고 구체적인 만큼 전투적이며 격렬한 갈등과 교묘한 화합으로 채워진다. (평론글 일부발췌) ■ 김노암
Vol.20140512c | HEALING-이순구_전영근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