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

기민정展 / KEYMINJUNG / 奇珉廷 / painting   2014_0509 ▶ 2014_0609

기민정_몽유-바리데기_캔버스에 유채_190×130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유중문화재단

관람시간 / 08:00am~11:00pm / 주말_10:00am~10:00pm

카페 드 유중, 유중아트센터 1층 CAFE DE UJUNG 서울 서초구 방배동 851-4번지 Tel. +82.2.599.7709 www.ujungartcenter.com

삼원색으로 흩뿌려진 원색적인 공간은 동양의 관념적인 전통 산수화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먹과 선, 여백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니라 물감 자체의 물성으로 섞이고 엉켜 만들어진 공간이다. 우연 속에 만들어진 공간을 인식하여 색의 대비에 의한 관념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실존하는 세계의 묘사라기보다 꿈속에서 체험하는 비현실적인 색과 공간인 것이다.

기민정_선녀와 나무꾼_캔버스에 유채_72×90cm_2014
기민정_선녀와 나무꾼_캔버스에 유채_72×90cm_2014_부분
기민정_젊어지는 샘물의 비밀_캔버스에 유채_90×72cm_2014

통제되지 않는 물감의 우연성에서부터 시작된 원색적인 공간 속에는 흔히 알고 있는 한국 구전 동화의 여자 주인공들이 원전(原典)과 다른 발칙한 행동을 하는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안의 여자 주인공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유교 문화 속의 효녀나 열녀, 사랑에 순종적인 여성이 아니라 주어진 사회적 틀 속에서 가능한 주체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즐거움을 찾고 인생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반적인 동양화의 배경이 아닌 원색적인 흩뿌림의 배경 속에서 이 사소한 반항은 알아차리기도 힘든 크기로 묘사되어 있다. 심청, 춘향, 바리데기와 같은 여자 주인공들은 여기저기에 숨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지만 이런 행동마저도 강렬한 배경으로 표현되는 남성위주의 틀과 시선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민정_단오날_캔버스에 유채_90×72cm_2014
기민정_거기 누구 없소_캔버스에 유채_40×30cm_2014
기민정_인어 꼬리_캔버스에 유채_40×30cm_2014

전시의 제목인 '몽유'도에서 몽유夢遊는 일반적으로 '꿈에서 노닐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음이의어의 '몽유夢遺'는 '몽정夢精'의 뜻을 가지고 있다. 남성에게만 허락된 분출의 세계 안에서 이 상황을 역이용하며 본인의 작은 즐거움을 찾는 여자 주인공들은 성적인 것을 상품화하고 욕망의 시선을 권유하는 자본주의와 함께 유교문화의 잔재 또한 남아있는 현대 한국 사회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기민정

Vol.20140511c | 기민정展 / KEYMINJUNG / 奇珉廷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