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comes the big parade - 여동헌의 명랑 드라이브 여행기

여동헌展 / YEODONGHUN / 呂東憲 / painting   2014_0509 ▶ 2014_0522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belcaste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62.2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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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 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아트파크 ARTPARK 서울 종로구 삼청로 129(삼청동 125-1번지) Tel. +82.2.733.8500 www.iartpark.com

Here comes the big parade - 여동헌의 명랑 드라이브 여행기 ● 쿠웅짝작 쿠훙짝작, 쿠웅짝작 쿠훙짝작, ~~ "여기, 빅 퍼레이드가 지나간다!" 해릭 코닉 주니어의 경쾌한 곡이 흐른다. 일군의 자동차들이 시동을 걸며 요란스럽게 먼지를 일으키면 낯익은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한다. 타고 달리고 날수 있는 온갖 것들을 몰고 빨려들듯 화면 밖으로 달려 나간다. 여동헌의 명랑 발랄한 방랑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going hom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1.8×290.9cm_2014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here we go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4.2×33.4cm_2014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here we go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5cm_2013

여행 ● 2012년 여름, 개인전을 마친 후 그는 긴 여행을 떠났다. 연이은 개인전 『웰컴 투 파라다이스 2007』, 『파라다이스 시티 2009』의 반응은 꽤나 좋은 편이었고 특히『실버 선장의 보물 상자 2012』 연작은 한층 더 좋아진 터라 활동을 중단한 채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나로서는 좀 의아했다. 유럽에서의 일 년은 보통 작가들에게 고무적으로 여겨지는 해외여행들과는 달랐다. 그러나 그런 '목적 없음'의 방랑과 유람이 선사해주는 또다른 즐거움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맛보기 힘든 여유다. 쓸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그의 그림을 본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화면 안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어딘가 담백함이 보인다. 옛 화가나 문인들의 여행기를 엿볼 때와 같은 호방한 기운을 느낀다. ● 그림을 들여다보자. 정교하게 묘사해놓은 유럽곳곳의 풍경 사이로 작은 에피소드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다양한 탈것들이 화면을 압도하는 걸로 보아 가장 먼저 자동차 박물관에 갔을 것이다. 경주용 자동차는 물론 스케이트보드, 인력거, 스쿠터, 트라이시클, 마차, 기관차, 봅슬레이, 스피드스케이트, 스키점프, 회전목마, 경비행기, 잠수함, UFO에 이르기까지 그림 속 등장인물들을 태우고 종횡무진 화면을 누빈다. 작가는 물론 주변 지인들과 다른 동반(양, 돼지, 팽귄, 관광객들, 자신의 분신이라는 '동네 꼬마 녀석들') 라이더들은 고글과 헬멧, 장갑을 폼 나게 차려입고 머플러를 휘날리며 신나게 돌아다니다 길을 헤매기도하고 숙소를 찾고 사진을 찍고 다시 드라이브를 떠난다. 화면 곳곳에는 대중문화 속 아이콘과 가공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스페이스 오디티의 데이빗 보위, 애비로드의 비틀즈, 니스에서 MDNA 월드투어 중인 마돈나, 탑기어의 스티그처럼 그가 좋아하는 팝스타들이 그려져 있고 다스베이더, 수퍼맨, 에르제 박물관에서 본 틴틴, 그래비티의 우주인, 톨레도의 돈키호테와 산초, 피리 부는 사나이, 미쉐린, 가면극의 광대들과 마을 축제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현지인들, 애플맨(작가가 처음으로 사과가 맛있다고 느낀 날을 기념해 만든 캐릭터)까지 다양한 주인공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침내 그들이 당도하게된 곳은 독일의 트리베르크. 여기가 헨젤과 그레텔의 배경지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되고, 검은숲의 정령들과 호수의 왕도 만나고, 프랑스 남부 무스티에 생트 마리의 고즈넉한 저녁별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하고, 프로방스의 라벤더 밭에서는 문득 그곳에 나타났다는 외계인을 떠올려본다. 벽돌색 지붕의 시골마을, 허물어진 고성과 석조다리, 분수대가 있는 마을 광장을 지나 장난감 박물관을 구경하고 옥터버 페스트의 왁자지껄한 군중들 속에서 맥주도 마시고 옹기종기 들어앉은 고택의 파사드처럼 아기자기하게 진열된 과자상자와 기념품을 사가지고 경쾌한 마음으로 돌아온다.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lavend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4×24.2cm_2014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Mose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94cm_2013

움직이는 풍경 - 자동차 여행의 퍼스펙티브 ● 이번 작업의 가장 큰 변화는 '움직임'이다. 파라다이스 연작과 보물 상자에서도 토네이도나 폭포 같은 에너지의 방출이나 흥부 박 터지듯 빵빵 터지는 폭발의 이미지는 있었지만 이는 등장하는 캐릭터와 사물들을 강조하여 화면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응축과 방사 상태 같은 요소였다. 반면 이번 작업은 등장인물이나 사물 같은 주체의 이동은 물론 배경을 이루는 풍경의 소실점까지도 어디론가 이끌려 올라간다. 이러한 동선은 「렛츠 플라이 2007, 2008, 2010」 연작에서도 종종 드러나던 것이다. 날아오르는 동물들은 그 생김과 상관없이 열대어, 사슴, 양떼처럼 무리지어 다니며 화면에 생기를 주었다. 이번 작업에서는 화면의 한 모서리가 다른 모서리를 밀어내듯 소실점은 말려 올라가고 길을 두고 마주한 건물들이 서로 꺾여 대칭으로 벌어지는 등 과도하게 비약하는 양상을 보인다. 작가는 롤러코스터를 탈 때의 울렁거리는 지면을 떠올리며 화면을 구불구불한 놀이동산의 능선처럼 들었다 놨다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의 재현 기술은 부분적으로는 원근법의 기본 질서를 따르면서도 그것들의 배치에서는 파격적인 비약을 구사한다. 풍경의 시점은 부분적으로 사실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터무니없지만 결과적으론 어딘가 친숙하다. ● 기차여행이 파노라마의 시선을 제시했었다면 오늘날 풍경을 바라보는 조망은 자동차와 항공여행, 더 나아가 전자지도의 사용을 거치며 크게 변화했을 것이다. 온라인 여행에서는 클릭 한번으로 알라딘 램프의 지니처럼 대륙을 단숨에 날아가고 램프를 쓰다듬듯 마우스 휠을 드르륵 몇 번만 긁으면 원하는 정확한 지점에 당도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줌인으로 쭈욱 빨려들었다 다시 빠져나오는 구글어스 세계여행을 하고 있자면 마치 비행조종사라도 된 것처럼 아찔하다. 이러한 경험은 목적지와 그곳으로 향하는 경로, 속도 등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영화보다 더 자극적인 경험이 된다. 구글맵이나 네비게이션 같은 지리정보 시스템이 상용화되기 전부터 지도광이던 작가는 지도책을 모으고 들여다보는 취미가 있었는데 요즘엔 구글어스 세계여행도 즐기게 되었다고 하니 어쩐지 이런 작가의 관심이 화면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실제 여행을 불러오는 기억의 장치가 온라인상의 비행 체험과 맞물려 작동하면서 시공간의 갭이 캔버스 화면 속에 비약적으로 압축되었을 것이다.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moustiers sainte marie,valensole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9×130.3cm_2014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munchen,romantiische strabe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93.9cm_2013

디지털 영상 시대의 또다른 풍경 ● 또 한편으로, 이번 작업들을 보면서 많은 영화들을 떠올렸다. 예를 들면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능선을 따라 천천히 빠져 달아나는 드라이브 속 풍경, 「아키라」에서 속도와 굉음을 충격적으로 시각화한 거친 추격 씬, 「스피드레이서」에서 속도가 공기를 가르며 만들어낸 알록달록한 잔상, 「인셉션」의 접혔다 벌어지는 현기증 나는 시가지 등 속도에 의해 미끄러지고 뒤틀린 영화 속 공간들이다. 그의 화면에서 연상되는 이런 과장된 움직임은 무엇보다도 그 풍경들이 드라이브 여행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그의 화면 안에서는 그 움직임이 보다 여유롭고 편안하다. 그가 여행을 통해 수집했던 장면들을 평소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속 공간 재현 방식대로 기억해내는 것 같다. 영상 키드로 자라난 세대들은 기억을 풀어나갈 때 대개 그런 식으로 기억과 공간을 재구성할 것이다. 그러나 회화에서는 그 특성상 장소와 시간의 축이 다른 기억들도 하나의 장면처럼 요약되기 마련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거의 모두가 드라이빙의 최고 순간으로 걸러지는 것 같다. ● 작가의 초기 판화 시절에는 패턴화된 선묘와 낙서화같은 캐릭터를, 『웰컴 투 파라다이스』에서는 낙원의 동식물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는 명승지의 건축물을, 「실버 선장의 보물 상자」에서는 주변 사물과 대중문화 속 캐릭터들을 그렸다. 이번 작업에서는 직접 돌아다닌 고장에서 보고들은 이야기들을 마치 방랑시인처럼 들려준다. 제목에서 보듯 그림 속 풍경은 모두 실재하는 장소이고 여행 기간 동안 묵었던 호텔처럼 소소한 에피소드 공간은 대부분 사진 없이 기억으로 그린 것이다. 작가의 흥미를 끄는 것이라면 사소한 것이라도 크게 부각시키고 여행책자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것들이라도 흔히 무시된다. 그 구현방법은 점점 사실적으로 변한 것 같다. 작가가 여행 전에 오페라의 공연 포스터를 그리며 더욱 애착을 갖게 된 「헨젤과 그레텔」의 검은 숲에서 그의 상상 속 공간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작가에게 얼마나 큰 자극을 주었을지 짐작해 본다. 도로시나 앨리스, 헨젤과 그레텔 같은 동화적 세계를 다루는 그의 비전이 이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여동헌_Here comes the big parade-Schwarzwal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6.5cm_2013

실버 선장의 보물섬에서 ● 안방에 드러누워 구글어스를 통해 세계여행은 물론 바다와 우주여행까지 가능하게 되어 더이상 세계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은 감각의 시대에 화가는 굳이 발품을 팔아 여행을 떠나고 그가 실제로부터 획득한 것들을 기어이 손으로 촘촘히 그린다. 불가능한 감각이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오늘의 '진부해진 경이로움'으로부터 앞으로 어떤 놀라움을 제조해낼지 궁금하다. 디지털 정보환경의 세례를 받은 세대의 감각적 화면과 역동하는 화면 자체만으로 이러한 시대 변화에 직접적인 화답이 될 순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작가의 목표나 의도와는 별개로 작업과정을 지켜보는 중에 나온 나의 개인적인 질문일 것이다. 아마도 상상 속 대륙 위에 전리품들을 켜켜이 쌓아올려 가며 그만의 광산을 만들고 언젠가 그 광맥을 당겨 노다지를 기원하는 풍요의 회화가 될 것 같다. 이번 작업을 통해 그러한 지층의 한 단면을 보게 된 것 같다. ■ 이유정

Vol.20140509h | 여동헌展 / YEODONGHUN / 呂東憲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