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50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Insa Art Space of the Arts Council Korea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89(원서동 90번지) Tel. +82.2.760.4722 www.insaartspace.or.kr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시각 예술계의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일환으로 차세대예술인력 육성지원 사업 공모(인사미술공간 전시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AYAF)' 지원사업은 지난 해(2013.12) 선정되었던 배윤환, 이미래, 윤향로, 강정석 등 다섯 작가의 개인전으로 진행되며 2014년, 한 해 동안 릴레이 형식으로 소개됩니다. 그 중 첫 번째 순서로 배윤환의 개인전 『 WAS IT A CAT I SAW?』가 오는 5월 9일(금)부터 6월 5일(목)까지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 개최됩니다.
이야기를 발생시키는 조건은 무엇인가? 이번 전시에 선 보일 배윤환의 작업은 이미지에서 관찰되는 단편적인 서사(narrative), 즉 이야기 전달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이야기의 "발생", 그것의 조건과 방법적 해결을 실험해보고자 출발하였다. 그의 작품은 주로 그날그날 경험한 바를 토대로 종이나 캔버스 위에 오일 파스텔, 물감 등을 사용하여 그려진다. 이렇게 그린 그림은 일종의 서술적 회화이다. 작가의 서술을 들여다 보자면, 그것은 개인적인 일상의 모음이라기보다는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거나 축적된, 실체가 없이 떠도는 이야기, 혹은 괴담이나 전설, TV드라마나 정치적 사건, 뉴스, 인터넷 덧글, 새벽에도 울리는 스팸 문자의 이미지를 주워 담아 마치 판타지 동화와 같이 은유적인 장면으로 재구성한 것들이다. 다수의 난립하는 작은 이야기 그림의 모습은 사회풍자 중심의 회화가 가지게 되는 양식적 진부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시각적인 구현만을 위한 소재주의적 접근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대하고, 무겁고, 다루기 어려운' 텍스트는 캔버스이다. 이야기 그림의 물신(物神), 그 자체가 스스로의 서사적 욕망을 오마쥬(homage)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작가는 총장 50미터의 캔버스 연속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거대 화면에 대한 불안, 그린다는 태도, 드로잉 행위에 수반되는 신체성에 대하여 고민한다. 대형 규모의 연속 드로잉은 절반은 펼쳐지고 절반은 펼치지 않은 채, 말려있는 형식으로 전시되고 이로 인해 전체 이미지를 추측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그리기의 실험은 아직 "말려있는, 롤에 말린 채 이야기의 전말을 모두 공개하지 않는" 형식 때문에 나타나는 어떤 확장에 대한 기대이다. 무엇보다 인사미술공간 2층의 벽과 통로 사이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화면을 마주한 관객들은 캔버스를 따라 걷겠지만 중반 이후의 이야기는 확인 할 수가 없다. 작업실의 작가조차도 그 길고 긴 캔버스 화면을 한번에 펼쳐 기승전결을 확인 해본 적이 없다. 한쪽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한쪽을 말아야만 한다. 무한히 펼쳐진 이미지가 내포하는 스토리를 단선적으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미가 상실되지 않은 각 파편들의 소란스러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심리적, 신체적 층위... 그것은 어쩌면 재현의 시대가 막을 내린 시점에서 이미지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형상의 발생,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집념을 상기시킨다.
전시 제목『WAS IT A CAT I SAW?』는 앞에서 읽으나, 뒤에서 읽으나 같은 문장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회문이다. 본 전시의 장치적 구조는 이미지가 재현하고 있는 분절적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서사와 형상 사이를 엮어내고자 하는 작가의 시간과 경험이 혼재된 비선형적 이야기를 지시하고 있다. (회문:回文, palindrome.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언어유희를 차용)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Vol.20140509f | 배윤환展 / BAEYOONHWAN / 裵倫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