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도명_김정은_박석_신지영_유미연 이재복_장형순_조재영_최필규_한성민
총괄 / 조두호 기획진행 / 김상미 코디 / 최윤정_유도경
후원 / 수원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수원시미술전시관 SUWON ART CENTER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송죽동 417–24번지) Tel. +82.31.243.2647 www.suwonartcenter.org
수원시 수원미술전시관은 2014년 특별기획 『화이트 스펙트럼, White Spectrum』展을 5월 7일부터 6월 22일까지 진행했다. 본 전시관은 동시대 인문,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시 주제를 설정하고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 교육함으로써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다양한 문화수요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아젠다를 제시하고 담론을 형성하고자 했던 기획 전시에서 벗어나 올해는 가정의 달에 기획전을 개최하는 만큼 모두가 함께,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하여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자 기획했다.
종이, 그 새로운 가치 ● 인류에게 '종이'는 무엇이었을까? 종이의 발명은 문자, 인쇄술의 발명과 더불어 인류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종이에 의해 인류는 과거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계승할 수 있었고 인간의 기본적인 표현 욕구 또한 충족 할 수 있었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종이부(賦)에서 종이는 지혜를 담는 그릇"이라 비유했듯이 종이는 오랜 세월 활자나 이미지를 얹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지식전달을 위한 매개체로써 인류 문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외에도 종이는 포장이나 접기, 공예에 활용되는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다. ● 종이의 소비량을 통해 국가의 문화적 척도를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던 때를 떠올려보면 당시에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종이로 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을 흔히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00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시대가 도래 하면서 스마트 기기와 태블릿 PC등이 개발되었고 무서운 속도로 모바일기기가 확산되었다. 사람들은 모바일기기를 통해 어디에서나 쉽게 뉴스를 검색하고 책을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종이의 필요성과 수요에 대해 논할 수밖에 없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종이의 입지까지도 위태롭게 만들 수 있었던 이 변혁은 말 그대로 '종이 없는 사회'를 예측하며 종이의 종말 내지는 몰락을 예언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 아이러니하게도 종이의 소비는 오히려 예전보다 늘고 있고 그 가치와 가능성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종이의 쓰임새가 이전처럼 지식과 정보를 담는 매체로써 소비되기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대체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놀라운 지점이다. 어찌되었든 종이가 하나의 대안적 자원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종이의 소비량이 점점 늘어나게 된 것이다. 종이에 대한 연구는 종이가 가진 특유의 가치와 물성을 통해 종이의 활용도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에 종이의 사용은 이전보다 그 영역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의복과 피복의 소재 또는 가구와 건축, 인테리어 분야에서 종이를 대체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그동안 우리가 종이로부터 상상할 수 없었던 무한한 가능성을 다양한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종이를 통해 발현되는 예술적 상상력 ● 이처럼 다채로운 종이의 쓰임새는 예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종이라는 순수한 매체를 가지고 자르거나 찢고, 오리거나 붙이는 등의 기본적인 표현 방법부터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표현 방법에 이르기 까지 작가들은 저마다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에 이번 특별 기획 『화이트 스펙트럼』展은 종이를 통해 예술적 표현의 범위를 확장시킨 작가들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종이 특유의 실용적 가치와 더불어 그 예술적 가치는 종이 그 자체로 부터 발현될 수 있는 작가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기인한다. 다채로운 예술의 소재이자 재료로써 종이를 다루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통해 '종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탐닉해 보자. 재료로써 종이에 대한 접근 ● 유미연 작가는 물에 녹인 한지를 석고 틀에 넣어 압력을 가한 뒤, 철사를 넣고 그 위에 다시 짙푸른 색의 한지를 올린 후 밀랍을 바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연잎들을 만들어낸다. 이 연잎 작업은 작가의 이름 "미연美蓮(아름다운 연꽃)"과 결부된다. 여행을 통해 연꽃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면서 이는 하나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공간에 따라 설치가 유동적인 유미연의 정원은 '연(蓮)'이 가진 형상적 미와 더불어 그 문화와 역사, 이동이라는 개념적인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작가 조재영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각자, 스스로가 만들어낸 하나의 '착각'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종이라는 순수한 매체를 재료로 하여 우리의 앎과 믿음에 대한 모든 것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작업을 통해 연구하고 실험한다. 이는 우리의 인식 방식과 함께 그것이 관계하는 기존의 가치체계와 의미구조를 지속적으로 해체하여 전환시키는 과정으로, 작가가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와 방식이라고 한다.
종이가 가진 상징성 ● 김도명 작가는 수천 장의 골판지와 신문지 그리고 책들의 종이 두께를 계산해 동일한 중심점을 기준으로 각기 다른 크기의 원들을 세심하게 제도한다. 주로 항아리나 화분의 형태를 음각과 양각으로 오려내는데 대단한 끈기와 집념이 필요한 작업이다. 작가는 반복적인 움직임에서 비롯된 창조적인 노동의 산물에 흙을 넣고 씨앗을 뿌린다. 이는 생명을 담아내는 일이자 소통과 순환이라는 상징적 알레고리를 함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견 작가 이재복의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그의 작품은 그 재료와 표현에 있어서도 작가의 많은 고민들이 묻어난다. 작가가 사용하는 고서들과 연(鳶), 부채는 토속적 취향의 오브제로 한국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포함된다. 역사적 시간성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내포한 재료들과 작가만의 자유로운 표현, 다양한 기법의 실험들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 미학과 함께 민족의 정체성을 표출하고 있다.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중견 작가 최필규의 작업은 성주대에 대한 아련한 기억에서 비롯된다. 어린 시절대청 대들보에 걸려 팔랑거리던 하얀 창호지가 작가의 작업에 시각적 일루젼으로 나타난다. 그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로 실제 종이를 재료로 구현한 조형적 작품과 종이 형상을 그대로 종이 위에 표현한 작품으로 나뉜다. 최필규는 종이를 찢고 구기거나 붙이고 그리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스스로의 상념을 담아내는 동시에 자신의 고유한 관념을 만들어 나간다.
한 장을 통해 구현하는 세계 ● 작가 박석은 팝업 아티스트이다. '팝업 아트'는 한 장의 종이를 이용해 접었다 폈을 때 3차원의 형태가 나오도록 만드는 입체적 예술 작업을 말한다. 평면적이고 공간적인 개념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교하게 도안을 완성해야만 하는 작업으로 수학과 미학의 공식이 공존해야 가능한 예술이다. 국내 유일의 '90도 팝업' 아티스트 박석은 90도로 세워진 종이나 책 위에 입체적으로 커팅 한 것을 붙여 3차원의 시각 예술을 구현하는 동시에 사회적 시의성이 담긴 이야기들을 엮어낸다. "누구나 전개도를 갖게 된다면 마술처럼 그 전개도가 의도하는 '어떤 무언가'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 전개도는 '어떤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펼친그림을 말한다. 건축을 전공한 작가 장형순은 문화재와 건축물, 캐릭터, 동물 등을 종이모형으로 전개도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작업의 소재가 되기에 종이 모형의 한계는 없다. 작가의 상상력과 예술적 감각, 치밀한 계산으로 제작되는 장형순의 종이 모형 전개도는 그가 '종이 모형 작가'의 대부라 불리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 한성민은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이다. 그는 누구나 할 수 있는'오 리기'를 통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정교하고 세밀한 표현들을 구현해 낸다. 작가는 한 장 가득 마치 연필로 드로잉을 하듯 가위나 칼을 이용해 이야기의 장면, 장면들을 드로잉 한다. 평소 환경에 대한 관심을 넘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에 대한 관심이 작가의 상상력과 놀라운 페이퍼 커팅 실력을 통해 작업으로 나타난다.
새로운 가치를 발현하는 것, 버려진 것으로부터 시작된 예술 ● 도시의 풍경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거대한 도시 사이사이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면서 수많은 길들이 얽혀 연결되고 있는 지금, 지도는 무용지물에 불과하게 된다. 작가 김정은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오래되거나 버려진 지도책에서 도로만 남긴 채 블록 하나하나를 핸드 커팅 해 여러 장을 중첩시키는데 이는 하나의 그물망으로 형성된 복잡한 도시의 구조를 드러내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길 위에 서 있는지를 알려준다. "나는 낡은 책방 안의 냄새와 뽀얀 먼지 사이로 늙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작가 신지영의 작품은 쓸모없어 버려지거나 낡은 책들을 모아 새로운 오브제로써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통해 탄생한다. 헌책의 냄새에 매료되어 북 아트를 시작하게 된 이후 작가는 드로잉과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지영은 책이라는 사물의 본질적 의미를 버리고 '읽는 책'이 아니라 '감상하는 책'이자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사물에 대한 새로운 변형을 추구하고 있다. ● 이번에 진행한 『화이트 스펙트럼』展은 '종이'라는 매체로부터 발현 될 수 있는 작가들의 창조적인 발상을 통해 종이 안에 내재된 새로운 미적 가치를 발견하고자 기획한 전시이다. 김도명, 김정은, 박석, 신지영, 유미연, 이재복, 장형순, 조재영, 최필규, 한성민 이상 열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는 평면, 조각, 영상, 설치작품1 20여 점을 선보이며 '종이를 다루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더불어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제시하는 기회이다. ■ 김상미
Vol.20140507g | White Spectrum 화이트 스펙트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