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the black ; 검은 색 이야기

박영경_운우_이솔展   2014_0507 ▶ 2014_0516

박영경_흔적의 틈_화선지에 수묵_ 23×35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양운철

관람시간 / 12:00pm~08:00pm

차 마시는 그릇가게 오름 서울 종로구 북촌로 31-6(가회동 151-1번지) 2층 Tel. +82.2.735.1757

저기 어렴풋하게 아이가 보인다. 가까이 뭔가를 찾아다니듯 저기서 여기, 여기서 저기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아이는 무언가 모으는 중인 거 같았다. 나는 그 곳에 머물 일 없어 그저 지나쳤다. 조금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른 곳에서 우연히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시간이 지난 여기는 모든 것이 변했는데, 아이는 처음 본 그대로 그 모습이었다. 아이의 어깨에는 처음 만났을 때, 없었던 깊고도 깊은, 검은 색 보자기가 둥글게 매여 있었다. 조금은 커 보였는데 씩씩하게 매고 다니다가, 포근한 흙 위에 보자기를 풀고, 안에 있던 것을 잘 보이도록 여러 곳에 두었다. 아이의 손에서 놓여 진 무언가는 보자기를 닮아 검은 색이었는데 신비롭게도 다양한 색으로 보였다. 그 검은 색들은 시간과 짧았던 길었던 자연스럽게 친하게 잘 지내 와서 그런지 여러 관계를 해 왔던 모습으로부터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 나왔다. 검은 색 모습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흘렀고, 아이를 감싸고 있었다. 그 때, 아이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사람들의 여러 표정들이 넘쳐흘렀다. 어느 날, 아이는 사라졌다. 아이가 있었던 곳은 다른 무의미한 곳과 같이 시간이 금세 지나치는 곳이 되었다.

운우_운우 둘_캔버스에 혼합재료_27.3×34.8cm_2014

기나긴 시간이 지나 저기 어딘가에서 죽음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때였다. 그 아이가 어렴풋이 보였다. 여기에 다시 눈을 뜬 순간이었기에, 다시 만나 너무나 반가웠다. 예전처럼 그 깊고도 깊은, 검은 보자기를 풀고 있었고, 검은 색들을 여기 저기 놓고 있었다. 검은 색들은 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들로 여기를 가득 채워 주었다. 점점 사람들은 모여 들었고, 검은 색과 대화를 나누며, 여기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감정들과 표정들이 가득했다. 잠시 후, 아이는 스스로 검은 보자기를 몸에 둘렀다.

이솔_땅 따먹기_캔버스에 먹, 젯소_40.9×53cm_2014

놀랍게도 아이의 손에서는 검은 색이 나와 숨을 쉬고 있었다. 아이는 곁에 있는 시간과 함께 검은 색을 드러내며, 기억과 기대를 담아 내고 있었다. 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들로 사람 간에 대화가 지속되었고, 사람들은 새로움이 가득한 시간과 함께 보냈다. 이 순간만큼은 사람에게서 시간은 떨어져 나와 대화하는 친구가 되었고, 기억과 기대의 순환이 크게 원을 이루어 갔다. 이 때, 아이가 처음 본 그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같은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와 사람들이 시간과 마주보며 같이하는 지금,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저기 죽음과의 대화를 미루고 아이와 같이 했으면 하는 맘에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죽음은 잠시 여기에 머물며 더 놀라고 했다. 그 때, 아이는 내 옆에 와서 깊고도 깊은, 검은 보자기를 내 머리 위부터 덮어 주었다. ■ 양운철

Vol.20140507c | What is the black ; 검은 색 이야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