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양운철
관람시간 / 12:00pm~08:00pm
차 마시는 그릇가게 오름 서울 종로구 북촌로 31-6(가회동 151-1번지) 2층 Tel. +82.2.735.1757
저기 어렴풋하게 아이가 보인다. 가까이 뭔가를 찾아다니듯 저기서 여기, 여기서 저기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아이는 무언가 모으는 중인 거 같았다. 나는 그 곳에 머물 일 없어 그저 지나쳤다. 조금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른 곳에서 우연히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시간이 지난 여기는 모든 것이 변했는데, 아이는 처음 본 그대로 그 모습이었다. 아이의 어깨에는 처음 만났을 때, 없었던 깊고도 깊은, 검은 색 보자기가 둥글게 매여 있었다. 조금은 커 보였는데 씩씩하게 매고 다니다가, 포근한 흙 위에 보자기를 풀고, 안에 있던 것을 잘 보이도록 여러 곳에 두었다. 아이의 손에서 놓여 진 무언가는 보자기를 닮아 검은 색이었는데 신비롭게도 다양한 색으로 보였다. 그 검은 색들은 시간과 짧았던 길었던 자연스럽게 친하게 잘 지내 와서 그런지 여러 관계를 해 왔던 모습으로부터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 나왔다. 검은 색 모습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흘렀고, 아이를 감싸고 있었다. 그 때, 아이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사람들의 여러 표정들이 넘쳐흘렀다. 어느 날, 아이는 사라졌다. 아이가 있었던 곳은 다른 무의미한 곳과 같이 시간이 금세 지나치는 곳이 되었다.
기나긴 시간이 지나 저기 어딘가에서 죽음을 만나 대화를 나누던 때였다. 그 아이가 어렴풋이 보였다. 여기에 다시 눈을 뜬 순간이었기에, 다시 만나 너무나 반가웠다. 예전처럼 그 깊고도 깊은, 검은 보자기를 풀고 있었고, 검은 색들을 여기 저기 놓고 있었다. 검은 색들은 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들로 여기를 가득 채워 주었다. 점점 사람들은 모여 들었고, 검은 색과 대화를 나누며, 여기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감정들과 표정들이 가득했다. 잠시 후, 아이는 스스로 검은 보자기를 몸에 둘렀다.
놀랍게도 아이의 손에서는 검은 색이 나와 숨을 쉬고 있었다. 아이는 곁에 있는 시간과 함께 검은 색을 드러내며, 기억과 기대를 담아 내고 있었다. 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들로 사람 간에 대화가 지속되었고, 사람들은 새로움이 가득한 시간과 함께 보냈다. 이 순간만큼은 사람에게서 시간은 떨어져 나와 대화하는 친구가 되었고, 기억과 기대의 순환이 크게 원을 이루어 갔다. 이 때, 아이가 처음 본 그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같은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와 사람들이 시간과 마주보며 같이하는 지금,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저기 죽음과의 대화를 미루고 아이와 같이 했으면 하는 맘에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죽음은 잠시 여기에 머물며 더 놀라고 했다. 그 때, 아이는 내 옆에 와서 깊고도 깊은, 검은 보자기를 내 머리 위부터 덮어 주었다. ■ 양운철
Vol.20140507c | What is the black ; 검은 색 이야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