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reasure of Mine 마음에 보물 상자

박형진_이미경 2인展   2014_0501 ▶ 2014_0524 / 일요일 휴관

박형진_Big hu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CSP111 ArtSpace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88-55번지 현빌딩 3층 Tel. +82.2.3143.0121 blog.naver.com/biz_analyst

우리에겐 누구나 좋은 것에 감사하며 소중한 이와 함께 하고픈 선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 마음은 그림과 그림 기술 역사의 한 장을 펼칩니다. 벽화, 도기화, 회화, 문양, 사진, 디자인, 영화와 애니메이션, TV, 비디오, 인터넷, SNS...오늘 우리는 마음껏 그림을 주고받으며, 삶에 풍요로움과 너그러움이 넘쳐납니다.

박형진_남겨진 정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2×41cm_2013

한편, 그림의 선한 마음은 예상치 못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좋은 것 중 제일 좋은 그림, 더 좋은 그림은 자칫 제 자랑이나 타인의 취향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특정 관심과 취미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애착과 집착, 혹은 의미의 무게와 개념의 더께만 늘어가는 난해하고 공허한 낱장들로 여겨지곤 합니다. 풍요로움과 너그러움 가운데, 관심과 이해, 공감을 바라던 이러저러한 마음도 그림도 차갑고 무색하게 쌓여갑니다. 우리의 눈도 마음도 높고 완고해져 갑니다. ● 높고 완고해진 우리의 눈과 마음을 녹아내리게 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최고의 예술가, 최고의 기술, 최신 개념, 최상의 완벽한 그림들의 효능이 머쓱하니 무안해집니다. 박형진의 어린 아이와 단짝친구들이 자라는 놀이터, 그리고 이미경의 가게가 있는 마을풍경. 두 화가의 마음과 눈이 머무는 작고 낮은 데, 여리고 고요하게 깊어가는 곳입니다.

박형진_새싹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14
박형진_새싹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5.5×53cm_2014
박형진_남겨진 정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2×41cm_2013

박형진은 날로 높아만 가는 우리의 눈을 작고 낮은 데로 가까이 이끌며, 멀리까지 헤매다 완고해진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고 정겨운 손길로 다독입니다. 아이와 친구들의 놀이마당에는 하늘의 밝은 햇살과 맑은 공기, 선선한 바람에 살며시 움직이는 구름, 그리고 하늘 아래 붉은 땅의 건강한 감촉을 뚫고 연하지만 생기를 함껏 머금은 초록 새싹이 움트는 경이로움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함께 숨죽여 기다린 어린 아이와 우직한 단짝친구 강아지, 새들의 탄성도 있고, 대자연의 보살핌 아래 따스한 포옹과 체온의 나눔으로 함께 자라남이 있습니다. 화가 박형진은 대자연과 생명에 대한 어리고 여린, 촉각적 기억을 단순하면서도 단단한 형과 구도, 색, 질박한 붓질로 다부지게 그려냅니다.

이미경_강진에서_종이에 펜, 아크릴잉크_50×100cm_2013
이미경_덕평리에서_종이에 펜, 아크릴잉크_53×45cm_2014
이미경_봄날 애련리에서_종이에 펜, 아크릴잉크_73×62cm_2014

이미경의 그 곳은 동네가게입니다. 한때는 마을 이정표와 안내소 역할을 톡톡히 했을 OOO 상회, OOO 수퍼 간판마저 내린, 그야말로 동네풍경 속 '점'이나 '구멍'처럼 보이는 작은 가게입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빼곡한 각종 생활 잡화들을 주문만 하면 척척 찾아내주는 야무진 진열 솜씨며, 가게를 오가는 이, 심지어는 지나는 이에게도 이웃의 정을 돈독이 나누는 너른 평상과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자전거, 우체통, 나무와 전봇대와 함께 제일 먼저 아침을 열고 가장 늦게까지 마을을 밝히고 지키며, 터줏대감이 되어가는 가게주인의 마음. 이미경은 예리한 펜의 필촉으로 새 물건, 새 친구와 이웃, 한상 가득 넘치는 찬거리가 아니어도 행복했던 우리의 시간과 추억거리를 예나 지금이나 묵묵히 성실하게 쓸고, 닦고, 지키는 이의 진심과 손길을 따라갑니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긁어주는 필치를 따라서,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도 마음도 손길도 잉크물 머금고 다채로운 색으로 살아납니다.

이미경_봄날가게_종이에 펜, 아크릴잉크_2014
이미경_원삼면에서_종이에 펜, 아크릴잉크_50×100cm_2014
이미경_이현리에서_종이에 펜, 아크릴잉크_65×100cm_2013
이미경_해남에서_종이에 펜, 아크릴잉크_50×100cm_2013

시간이 흐를수록 맑고 선명하게 또렷해지는 그림이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한방에 찍어 보여주면 좋으련만, 그림 기술이 제 아무리 좋아져도 마음에 그림은 그릴 수밖에 없습니다. 박형진, 이미경의 그림, 감사와 나눔으로 함께 하고픈 마음을 귀함으로 담아봅니다. 그들의 작고 여린, 나지막이 깊어가는 선한 마음을 따라 우리도 마음에 보물 상자를 펼쳐봅니다. ■ CSP111 ArtSpace

Vol.20140502e | A Treasure of Mine 마음에 보물 상자-박형진_이미경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