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園-몽무몽치동행

최재석展 / CHOIJAISEOK / 崔載錫 / painting   2014_0428 ▶ 2014_0512

최재석_夢園 7_積石成山圖_화선지에 먹_47×25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신한은행_THE FIRST CLASS

관람시간 / 10:00am~07:00pm

스칼라티움 아트 스페이스 SCALATIUM ART SPACE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8-10번지 Tel. +82.2.501.6016 www.scalatium.com

꿈꾸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사유의 흔적 ● 몽원夢園- 몽무·몽치동행전夢務·夢治同行展에 부쳐 몽무夢務 최재석崔載錫의 필묵과 서예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는 21세기의 달라진 시대 현실 속에서도 굳건하게 본래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만의 색깔, 즉 개성이나 차별성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의미한 개성들이 모여 전통으로 발전된다. 이번 전시작품을 보면 합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몽무夢務 최재석崔載錫과 몽치夢治 허정아許貞娥 두 사람의 혼례婚禮에 즈음하여 열리는 동행전이다. 몽무 최재석이 주도하고 있는 개성적인 작품을 앞에 두고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은 작품을 관류하고 있는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조형언어의 밀도와 심원한 서정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친숙하면서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음성이 아연 되살아나 귓가에 재생된 듯한 느낌 때문이기도 했다. 그 음성은 바로 자연의 음성이었고 산과 강과 바다, 물과 불, 해와 달로 이뤄진 우주 그 자체의 부름이었다.

최재석_夢園 3_화선지에 먹_137×70cm_2014

태고 이래 자연은 인간을 둘러싸고 인간에게 무한한 정신적 물질적 자양분을 제공해주었으며 예술적 영감의 마르지 않는 근원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약탈적 경제개발과 무분별한 산업화로 인해 자연은 점차 인간의 가시적 지평 저 너머로 사라져갔으며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보호하고 관리해야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모해왔다. 지필묵을 이용하는 동양회화의 자연상 역시 새로운 자극과 상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는커녕 진부함을 면치 못한 채 상투적이고 퇴영적인 동어반복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곤경을 노출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이 일상적 현실 속에서나 허구적 창작물 속에서나 점차 실물감을 잃어가고 있을 때 선보인 「몽원夢園」연작은 그 어떤 사회역사적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자연의 근원적인 힘과 항구적인 가치를 일깨워주는 동시에 자연의 소환 앞에서 인간이 언어를 통해 펼칠 수 있는 응답의 한 가능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최재석_夢園 4_화선지에 먹, 백먹_144×74cm_2012

「몽원夢園」연작을 통해 보여지는 산은 존재의 태반과도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생성과 소멸을 거치면서 수유변전하는 세계에서 산은 영원한 안식처이자 지상에서 천상을 향하는 수직적 매개항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순하고 평이한 조형언어 속에 복합적인 의미구조를 은닉하고 있는 작품들은 최재석 정신의 원적지, 상상력의 원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에선 잠자리들이 날거나 머무르고 있다. 이곳과 저 곳을 왕복하는 잠자리처럼 인간세계와 자연세계 사이엔 심오한 연동이 관류하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는 상호소통한다. 한마디로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 지는 작품들은 인류가 잃어버린 원초적 낙원상태의 기억을 일깨우는 몸짓인 것이다.

최재석_夢園 9_화선지에 먹, 백먹_53×34cm_2014
최재석_夢園 23_화선지에 먹, 백먹_79×53cm

몽무夢務 최재석崔載錫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회화작업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미 두 권의 작품집을 통해 한국 서예의 앞길을 제시한 전도유망한 서예가이다. 그의 작품집은 힘겨운 서예계의 현실 속에서 질풍노도의 시대를 통과해야 했던 세대의 쓰라린 자화상이라 할 만하다. 거기엔 암담한 현실 상황 속에서 힘겹게 자신을 추스르며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더듬거리며 나아가야 했던 한 젊고 순결한 영혼의 고투가 그때까지의 한국 서예가 보여주지 못했던 파격적인 서체와 형식의 실험을 통해 선명하게 형상화돼 있었다. 여기 실린 작품을 다시 펼쳐볼 때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서예작품의 진정한 힘과 매력의 근원은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사된 다양한 서체와 형식의 실험이라기보다는 이것의 배면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젊음의 열정이라는 점이다.

최재석_夢園 8_화선지에 먹, 백먹_34×100cm_2014
최재석_夢園 21_화선지에 먹, 백먹_47×103cm_2014

분명한 것은 재기 넘치는 서예가 몽무 최재석이 보여주고 있는 한국 서예의 가능성은 아직은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서단에서 형식파괴적인 서예양식을 시도하고 있는 작가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감흥이나 충격을 주지 못하는 것은 서예의 진정성의 바탕을 이루는 그 무엇을 이들의 작품이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훗날 최재석 작품이 지닌 미덕과 개성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토록 파괴적이고 충격적인 필묵작업을 통해 한국 서단의 또 다른 돌파구를 계속적으로 제시해 줄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견고한 고독 같은 서예에 대한 그의 진지한 소명 의식이 가벼운 감각과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와의 불화를 견뎌 내며 새로운 작품의 성과로 꽃피기를 기대한다. 전시와 혼인에 대한 기대와 축하를 함께 전한다. ■ 김정환

Vol.20140428d | 최재석展 / CHOIJAISEOK / 崔載錫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