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423_수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K_서울 SPACE K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0-7번지 3층 Tel. +82.2.3496.7595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서울에서는 4월 23일부터 6월 12일까지 '사물변주(事物變奏)'전을 개최한다. 평범한 사물에 대한 예술가들의 새로운 발상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김치신, 이범용, 정승 세 작가가 참여하여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보편의 사용 가치로 특정된 사물을 전혀 다른 맥락으로 전용한 이들의 작업은 각기 다른 변주법으로 기성의 사물과 새로운 개념과의 재치 있는 접촉을 시도한다.
세 명의 작가들이 변주한 일상의 오브제는 오히려 유용하지 못한 사물로 재탄생 하지만 소비가 아닌 통찰의 대상으로 재정립된다. 개인의 경험에서 메시지를 얻는 김치신은 다리미나 망치 등을 활용하여 일상 사물의 용도를 치환하거나 삭제하는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메시지와 사물 사이를 우회적으로 연결한다. 반면 이범용은 나뭇가지, 솔방울 등 자연물이 가진 비정형의 조형을 활용하는 독특한 물리적 변주법으로 신비한 자연 속에서의 기억을 뒤쫓는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기성 사물들을 반복적으로 결합하는 정승은 집단을 통제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경광등 설치작업을 선보이는데,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경광등 내부의 움직임도 볼 수 있도록 하여 작가 자신이 목도한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다차원적 방식으로 꼬집는다.
이렇듯 용도를 치환하거나 삭제한 이들의 변주법은 주어진 사물에 이색적인 부정교합을 시도하여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 디자인 교의를 의도적으로 역행한다. 이 전시에서 매 순간 현대인들과 관계 맺으며 새로운 접점을 일으키는 주변의 사물들은 인식의 반전을 유도할 최적의 매개물로 변주된다. 현대사회의 보편과 합리에 대한 강박을 부조리한 사물을 통해 들여다본 이번 전시는 일반적 통념과 규정 자체를 전복시키며 고정관념에 대해 다른 시선을 제안할 것이다.
김치신은 끊임없이 마찰하는 일상의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물의 기능적 속성에 대입하는데 그 경험은 소소한 개인의 이야기에서부터 국내외 사회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외형을 직접적으로 변형하는 방식보다는 약간의 리터칭을 가미하여 기존의 속성을 비트는 재치를 일관되게 발휘한다. 예컨대 다리미의 열판에 수박의 단면을 그려 넣은 「I'm so hot」에서는 차가움과 뜨거움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속성을 한 사물 속에 대치시켜 기능을 모순화하는 한편, 펼칠 수 없는 책을 조형화한 「HOPE」에서는 책의 본질적 가치마저 상실시킨다. 이렇듯 작가의 관찰과 변주를 거친 비논리적 사물들은 기존의 기능적 특성에서 멀어진다. 그만의 사물관계에 대한 불가능한 방정식은 일상의 관념과 인식의 전복을 유도한다.
어쩔 수 없이 변이되는 기억의 구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도식화하는 이범용의 회화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연세계의 신비로운 경험을 상기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이 같은 드로잉과 연장선상에 있는 그의 오브제 작업은 가공을 최소화한 실제 자연물의 집적체로서 수학적인 그래프 형상을 따랐던 회화와는 다소 다른 접근을 보인다. 기묘하며 성스러운 자연을 쉬이 파악할 수 없기에 조물주가 아닌 관찰자에 입장에 선 작가는 투박한 나무 줄기와 솔방울, 마른 나뭇잎 등 자연물 자체로부터 특정한 무엇을 지칭하지 않는 우연의 조형성을 획득한다. 더불어 입체 조각이 갖는 일반적인 안정감이나 무게중심으로부터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운 형상을 구현한다. 이렇게 공중에 떠있는 듯 신비로운 나무의 모습을 비롯하여,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주술적인 형태로 불러모아진 그의 자연물 오브제들은 작가 자신이 몸소 느낀 자연에 대한 경외감에 다가간다.
산업 부산물들을 새롭게 해석해온 정승은 양산 기성품을 반복적으로 조형화하거나 재조립하는 설치미술을 꾸준히 작업해왔다. 고도화된 산업구조 속에서 현대인의 고립과 자본사회의 부조리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경광등의 몸체를 기둥형으로 길게 이어 붙인 신작 「Rainbow From Warnedland」를 선보인다. 극적인 사건 사고의 현장에서 집단 통제의 권위 부여 받은 상징적 사물인 경광등은 개체의 반복과 빠른 점멸만으로도 관람객의 위협 심리를 자극한다. 여기에 비인간적인 현대사회의 그늘을 적나라하게 들춰 보이기라도 하듯 폐쇄회로 카메라가 경광등 내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두 접점의 끝에서 이상향에 대한 염원을 담은 음악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흘러나온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일방적인 욕망에 눈이 먼 현대의 일면을 드러내는 한편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사회에 이성 회복을 촉구하고자 한다. ■ 스페이스K
Vol.20140424g | 사물변주 事物變奏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