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42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노암갤러리 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획일화, 그리고 코드화에 대한 저항 ● 정상섭은 일찍부터 집단적 의식속에 내재해 있는 '생각의 버릇'에 대해 탐구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가 문제시하고 있는 지점은 사회의 질서가 자신의 의식속에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가하는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코드라는 언어로 명명한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소통의 방식(이념, 기호, 규범, 관습 등)을 찾아간다. 또한 이런 "소통의 방식"들 하나하나를 코드(code)로 간주하고 무수히 많은 코드들은 내가 사는 사회를 이루는 보이지 않는 구조가 되는데, 나는 그 속에 살면서 강하게 기억된 장면들을 연출하여 나타냄으로써 그 속에서 만들어지고 길들어진 나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작가노트 中) ● 그래서 작가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집단적인 상징들, 가령 아리랑, 대한항공 폭파사건의 주인공인 마유미, 군인들의 사열, 집단군무 들을 소재로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 이들 작업들은 MDF를 정교하게 깎고 그 위에 실리콘으로 라인을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반복되는 형상들은 우리들이 흔히 믿고 있었던 '상식' 혹은 '생각의 버릇'을 상징하고 있다. 집단적인 상황이해 속에서 만들어진 의식에 대해 작가는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작가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우리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상징계의 질서'에 대한 저항이다. 그것은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질서화되어 있고 코드화 되어 있는 사회의 구조적인 의식의 형태들이다. 가령 우리는 우리가 생각의 주체라고 믿지만 사실은 이미 '생각되어진 것'을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북한의 세계이해와 우리의 그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떤 질서속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작가는 우리사회에서 용인되고있는 '통념'들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의식이전에 만들어져 있는 '구조'를 드러낸다. ● 예를들어 '아리랑'은 의심의 여지없이 한국인의 삶을 상징하는 노래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지점은 '아리랑'속에 구조화되어 있는 집단적인 무의식이며 오히려 이 상징이 역으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한국인의 '한'이라는 정서는 기왕에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미 만들어져 버린 정서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생각의 버릇에 기대에 세상을 보기 보다는 그 버릇을 해체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이나 세상을 바라보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이 이미 언어로 구조화 되어 있기에 이를 벗어나거나 넘어서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가 시도하는 '소통'은 의미화된 혹은 언어화된 소통이 아니라 이러한 질서를 넘어서는 소통이다. 작가는 이를 우리 사회의 통념이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사건이나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그 이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래서 작가가 생각하는 소통은 구조화된 의식속에서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들이 아니라 그 잉여 혹은 기표들의 질서에 동화되지 않는 모든 질서들이다. ■ 이영준
Vol.20140423g | 정상섭展 / JUNGSANGSUB / 鄭尙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