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 (吉詳) - 아름답고 착한 징조

제미영展 / JEMIYOUNG / 諸美英 / painting   2014_0416 ▶ 2014_0422

제미영_꽃_천에 바느질, 콜라주, 비즈_90×54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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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월요일_12:00pm~06:00pm / 화~일요일_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한땀 한땀 깃든 꽃들의 소망 ● 꽃의 가장 보편적인 상징은 아름다움이다. 물론 외적인 아름다움도 선사하지만 이면에는 자연의 생명력의 의미로 함축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오랜 세월동안 예술에 있어 시적영감을 주는 소재로 자리잡아왔으며 이로부터 출발하여 수많은 의미가 유추, 확산되었다. 특히, 옛 선조들은 꽃 한 송이에도 격조가 있다고 여겨 다양한 상징성을 부여했다.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꽃들은 번영, 부귀, 행복, 축복 등의 덕담과 관련된 마음의 정표로 사용되었으며 이를 길상이라고 한다. 제미영은 예전작업에서 보여주었던 조각보 방식의 이음을 유지하되 그 소재만 일상의 풍경에서 꽃으로 옮겨왔다. 회화에서의 붓과 물감의 역할을 바느질과 자투리 천으로 대체하면서 옛 전통을 새로이 현대적 시각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제미영_연_캔버스에 바느질, 콜라주, 비즈_162×336cm_2014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은 일상에서의 무사안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길상은 인간의 삶에 대한 욕구와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었다. 그 중에서도 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다. 사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이 피고 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민화가 가진 감상의 즐거움이다. 모란은 민화에서 즐겨 그려진 꽃 중의 하나이며 호화로운 인상으로 인해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되도록 꽃과 잎을 풍성하게 표현한 것은 그런 이유이다. 눈 속에서도 먼저 피는 매화는 좋은 봄소식을 알리는 의미로, 한여름 아침에 피는 싱그러움을 가진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장하기 때문에 행복과 다산의 의미로 그려졌다. 제미영 작품에서의 특이점은 이러한 전통적인 소재들과 함께 종이배, 종이비행기 같은 현대적인 상징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즐겼을 종이 접기라는 행위를 통해 보는 이와 꿈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미영_꽃_천에 바느질, 콜라주, 비즈_90×54cm_2014
제미영_모란_천에 바느질, 콜라주, 비즈_76×128cm_2014

조각보는 글자 그대로 조각난 자투리 천들을 모아서 이어놓은 보자기이며 제미영은 여기서 사용된 바느질 기법을 화폭으로 끌어온다. 실을 꿰어 천을 가지고 쓰임새 있는 물건을 만드는 과정은 여성의 일과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왔으며 여성의 노고와 염원이 깃들어 있는 행위로 인식된다. 가사노동의 하나로 평가 절하되었던 수공예적인 기법은 현재에서는 여성작가들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바느질에는 심미적 가치와 조형적 추상성을 내포하고 있음이 재인식되어 현대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과 소재를 제공한다. 각 천 위에 노출된 소박한 선에서 생각의 흐름과 그 구성 과정이 생생히 드러나 보인다는 점은 흥미롭다. 또한 바느질의 스티치 자체는 반복적인 추상으로 보이기도 하며 조각나 있는 것을 하나로 이어주는 화합과 회복과 같은 치유의 심리적인 의미도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많은 인내의 과정에도 불구하고 조각을 이어 붙이며 한 땀씩 정성을 들여 침선하는 제작 방법은 무엇인가를 기원하는 작가의 소망을 표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제미영_모란_캔버스에 바느질, 콜라주, 비즈_33.5×24.5cm_2014
제미영_매화_캔버스에 바느질, 콜라주, 비즈_130×80cm_2014

자투리 천들이 보여주는 투박하면서도 형태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단순한 평면적인 구성은 꽃의 상징적 이미지 전달을 강하게 표출한다. 민화가 가진 정교하거나 잘 그려지기 보다는 순진하고 소박한 표현 특징이 제미영이 보여주는 바느질과 잘 어우러진다. 전통적인 조각보의 기법을 화면에 적용하는 것은 바탕이 되는 화면에 이질적인 오브제를 붙여 다른 형상을 만드는 현대미술의 표현기법인 콜라주(collage)로도 설명된다. 면과 면이 봉합되면서 솟아오른 틈 사이에 생기는 미묘하고 섬세한 소극적 볼륨은 화면을 풍부하게 한다. 실과 바늘을 이용해 평면을 입체화시켜서 구체적 형상을 부여한다는 것과 밋밋한 표면에 촉각적인 질감을 갖게 하는 것은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부여한다. 조각 천들이 보여주는 면 분할과 다양한 색채와 무늬의 절묘한 색이 가진 조화는 또 다른 감상 포인트이다. 화려한 색채에는 희망에 들떠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며 여백에 더해진 비즈는 긍정적인 기운을 더한다. 이처럼 작가는 전통적 소재를 단순히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색채로 재해석하면서 그 내면의 품격을 잃지 않고 있다.

제미영_꽃_캔버스에 바느질, 콜라주, 비즈_41×53cm_2014

계절이 변화하고 어김없이 찾아오듯이 화폭에도 꽃이 피었다. 표현대상에서 상징을 부여하고 자연의 외경과 생명에 대한 신비를 간직한 민화의 전통은 긴 세월과 그들의 생활관습으로 자연스럽게 생긴 소중한 것이다. 민화는 불특정 다수의 공감을 표현한 그림이기에 현대의 대중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고된 작업과정에도 불구하고 제미영 작가가 보여주는 천이라는 재료를 조각내고 결합하는 행위는 예로부터 전해진 우리 조상의 얼과 정신을 지키는 동시에 한국화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 뒤에는 항상 따뜻한 인간미와 소박함이 있으며 동시에 현대인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관념과 상식을 넘는 천진함과 자유분방한 구성이 있다. 바느질을 거쳐 생명력을 부여받은 꽃들에서는 내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따뜻한 소망이 느껴진다. 민화가 가졌던 마음 속 염원을 현실로 바꾸고자 하는 부적과 같은 희망적인 메시지는 이제 작품을 통해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 김미향

Vol.20140420c | 제미영展 / JEMIYOUNG / 諸美英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