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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라展 / PARKSORA / 朴素羅 / painting   2014_0418 ▶ 2014_0518 / 월요일,공휴일 휴관

박소라_벽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공휴일 휴관

아다마스253 갤러리 ADAMAS253 Gallery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253번지 헤이리예술인마을 Tel. +82.31.949.0269 www.adamas253.com

공간을 주제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이지만 작가가 전하려 한 것은 공간 그 자체만은 아닌 듯하다. 이를테면 공간을 화두로 하여 무언가 다른 것들을 담아내고 표현하고 전하려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선과 의식은 분명 공간(과 그 개념)을 향해있지만 정작 그림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특정한 물리적인 공간만은 아닌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작가 자신이 공간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무의식적이고 심리적인 상황들이 더 도드라지는데, 어쩌면 이러한 경우들조차 공간을 둘러싼 복잡한 속내들이고 공간을 빗댄 작가 자신의 어떤 상황들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공간 속에 일상의 사물들이 자리하고, 또 일상의 삶이 함께하기에 그만큼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지만 사실 공간만큼 애매하고 모호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숱한 공간에 대한 개념 규정의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에 대한 경험들은 단일한 것들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정합적이고 질서 지워진 공간에 대한 개념만큼이나 일그러지고 파편화된 비정형의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공간에 대한 느낌들도 있지만 동시에 모호하고 불안한 심리적인 공간에 대한 개념들도 같은 무게감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이러한 다의적이고 애매한 공간에 대한 개념들은 대게의 경우 공간과 관계하는 주체의 상황들과 연동되는 경우들이 많다. 공간은 단순히 어떤 대상으로서만 마주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그 속에서 호흡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개념에 앞서 구체적인 체험을 통한 감각들, 주체의 특정한 상황과도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인 것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여기에 시간의 흐름 또한 결합되기에 공간은 감각의 흐름에 따라 매순간 변화의 과정 속에서 우리와 마주한다. 그렇기에 변화의 흐름 속에서 마치 우리 감각의 외연이나 그 매개항으로 공간이 자리할 수 있는 것이다. ● 작가가 생각하고 있음직한 공간도 이런 맥락들과 연동된다. 그리고 이러한 양가적이고 복잡한 공간에 대한 개념들은 물론 공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 생산의 동학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로서의 공간, 다시 말해 ‘일상의 공간 구성 요소들의 접속 형태에 따라 그 의미의 변화가 무쌍하고, 의미가 생산되며 파생되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공간에 대해 그렇게 감각하고 인지하면서 공간과 그 구성요소의 미세한 변화와 의미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일상의 공간 구성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변수가 정작 작가 자신이었음을 자각하고 있는지는 뒤로 해야겠지만 말이다.

박소라_벽5_캔버스에 유채_80.3×130.3cm_2012
박소라_벽7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3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전하려 한 공간은 크게 「벽」 시리즈와 「inside of cube」 시리즈로 구분된다. 「벽」 시리즈는 작가 작업실 공간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한 작업들이다. 작가가 익히 경험했을 작업실 공간을 이루는 다양한 사물들이 화폭으로 세심하게 옮겨짐은 물론 낙서며 못, 옷걸이, 테이프 자국들 같은 일상의 사소한 흔적들까지 담고 있다. 평범하고 흔한 공간(의 사물들)이겠지만 작가의 삶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기에 남다른 의미가 더해졌을 것이다. 더구나 작업실의 풍경인 만큼 작업이 있기까지의 작가의 작업에 대한 여러 상념들이나 고민들마저 담겨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단순히 객관적인 작업실의 벽이 아니라, 다시 말해 물리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공간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과 기억들이 더해지고, 우연하지만 의식적인 작가의 시선에 의해 재배치된 공간이며 특정한 의미가 새롭게 생겨난 공간인 것이다. 그 공간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요소들은 그저 평범한 사물들이 아니라 작가와의 특정한 인연으로 관계 맺은 것들, 손 때 뭍은 감각들로 체험되고 기억된 것들이다. 그렇기에 화면 속에서 그저 무심하게 자리하는 것 같지만, 이들 배치가 자아내는 덤덤한 분위기들조차 작가의 특정한 상황들, 곧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것들과 반향을 이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일사의 어느 순간들에는 흐트러진 방 안의 사물들과 그 배치들조차도 자신의 어떤 상태를 닮은 채로 문득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정교한 필치로 묘사되고, 때로는 거친 배치와 우연한 자국들로 형상화된 이들 공간의 풍경 속에서 작가의 내면적인 의식의 풍경조차 엿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화면의 성긴 배치와 비어 있는 여백들에서 아직은 어떤 완성이 아니라 많은 고민들로 비어놓아야 했음직한 작가의 작업에 대한 고민마저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공간은 개념으로 이해되는 것만이 아니라 살갗에 접촉되는 피부로, 무의지적인 심리적 반응으로 경험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작가 입장에서는 그저 자신의 일상을 이루는 작업실 벽면에 걸린 요소들을 정성껏 그려낸 것이었겠지만, 단순한 외부의 대상이 아닌 작가적인 상황과 결부된 것이라 그저 객관적인 공간을 충실히 기록한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것까지 전이된 대상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 자신일수도 있는 일상의 한 단면들이고 파편들이 덤덤한 세월의 흔적처럼 담겨진 그림들로 다가오는 것이다.

박소라_등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2
박소라_악어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0

「inside of cube」 시리즈는 이와는 다소 다른 공간 개념들을 전한다. 큐브 개념이 명시적으로 지칭하는 것처럼 정육면체 공간 속에 놓인 우리 내 답답하기만 한 삶의 공간들로 향하는 것인데, 공간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들마저 전해진다. 인위적으로 구성한 사각의 공간들이 오히려 삶을 구속하는 그런 형국들, 자유를 억누르는 그런 의미들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리즈의 작품들에는 철장 속의 동물들처럼 악어라든가, 개, 비둘기들이 다소 불안한 듯 의뭉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동물들이 작가의 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동물원 속의 악어의 양면성이나 자유를 상징하는 새의 구속, 사랑을 갈구하는 개 등의 구체적인 의미들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의도를 드러내는 구체적이고 의미론적인 표현들이 다소 모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거칠게 마감된 화면 구성이나 불안한 배치 속에서 작가 자신의 것이었을지도 모를 불안한 심리 상태가 더 앞서게 된다. 그런 면에서 추상의 그것처럼 임의적으로 표현된 큐브 라인도 사각의 딱딱한 공간이 무언가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그런 일련의 의미들이 아니라 공간에 드리워진 작가의 정서적인 상태들을 더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샹들리에나 등, 의자들이 그려지닌 다른 작업들의 경우 억압으로서의 공간의 의미가 아니라 그 좁고 답답한 공간 속에서 오히려 아늑함과 안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 공간에 대한 작가의 양가적인 의미들마저 전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사각의 공간이 갖고 있는 답답함과 때로는 이를 벗어나려 하는 작가의 의도는 십분 이해될 수 있는데, 다른 작업들에 비해 입방체의 공간감이 더 표현되어 있고, 이들 사각의 공간을 무리지어 자유롭게 날고 있는 새를 그린 작업(새)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작가의 다른 작업들에 비해 이 작업이 갖는 명시적인 화면 구성과 배치, 비교적 명확한 표현 때문인 듯싶은데, 반대로 다른 작업들의 경우 구상도 추상도 아닌 다소 애매한 화면 구성과 표현으로 인해 작가가 전달하려 한 특정한 의미들, 이를테면 입방체의 공간 속에 갇혀있는 현대인과 현대사회의 모습이나 심리 같은 의미들보다는 작가 자신의 것으로 짐작되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상황들이 먼저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완성되고 정리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있는 작업들이지만 이 두 시리즈는 결국 공간을 둘러싼 작가의 일관된, 하지만 애매하고 복잡하기만 한 의미들을 전한다. 두 시리즈 모두 벽이나 큐브 속이라는 제목이 함의하는 것처럼 현실 공간의 의미론적인 답답함, 단조로움, 현실성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대상으로서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무의식적이고 심리적인 관계들이 드리워진 주관적이고 정서적인 느낌들을 담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공간을 빌어 때로는 불안하고 편치 않은 삶에 대한 느낌들을 담아내기도 하고,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마음처럼 임의적이고 우연한 사물들의 배치로 머뭇거리거나 미처 채우지 못한 공간의 비워있는 여백들처럼 작가를 둘러싼 또 다른 이면들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공간은 채워진 채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비어있는 공백들로 인해 부단히 세상의 사물들이 생겨나고 변화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번 전시의 경우도 전체적으로 채워지고 완성된 느낌들보다는 정리되지 않은 감각의 단편들이나 불안한 배치들로 인해 그 비어 있는 공백들이 더 앞서게 되는데, 아무쪼록 이 빈 바탕들에서 더 많은 가능성들을 차근차근 채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박소라

Vol.20140418f | 박소라展 / PARKSORA / 朴素羅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