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Wow Art Jewelry Proposal

오늘날 장신구란 무엇인가?展   2014_0416 ▶ 2014_0425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0416_수요일_04:00pm

참여작가 김지현_조민영_오은채_이가람_이주현_엄재원_이수민 정연미_장화영_방지영_곽인희_정지희_채지나_권누리

주최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금속조형디자인과 기획 / 조새미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일요일 휴관

홍익대학교 박물관 Hongik University Museum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94(상수동 72-1번지) 문헌관 3층 Tel. +82.2.320.1323 museum.hongik.ac.kr

오늘날 장신구란 무엇인가?-What is Art Jewelry Today? ● 2014 Wow Art Jewelry Proposal 은 홍익대학교의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고 있다. 전시에는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의 2013년 졸업생, 일반대학원, 산업미술대학원 재학생들이 참여한다. 올해 참여자는 모두 14명이며, 이들은 '오늘날 장신구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을 자연사 박물관으로부터의 장신구(김지현, 조민영), 사회적 타자의 장신구(이주현, 오은채, 이가람), 사회상 반영의 도구로서의 장신구(엄재원, 이수민, 정연미, 장화영), 산업생산물과 장신구(방지영, 곽인희, 정지희), 촉각의 시각화로서의 장신구(채지나, 권누리)의 다섯 주제로 나누어 논의해 볼 수 있겠다.

조민영_星_동, 에나멜_9.5×9×5.5cm_2013

자연사 박물관으로부터의 장신구. ● 장신구의 재료는 근대 이전에는 본질적으로 귀하고 특수한 것이었다. 금 은과 같은 귀금속은 물론이거니와 이국과의 교역이 가능해지면서 이국의 자연이 생산한 희귀한 사물들은 서양의 장식미술과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발전했다. 또한 자연 과학의 탐구 대상으로 편입되면서 자연사 박물관의 수집과 연구대상이 되었다. 김지현과 조민영은 이와 같이 자연사 박물관에서 채집해 온 것처럼 보이는 재료들의 이미지로 장신구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조민영은 광물결정, 바다생물, 식물의 형상을 복합적으로 재구성하여 작가가 '별'이라고 칭하는 새로운 대상을 만든다. 이것은 자연과학에서 설명될 수 없는 일종의 무생물과 생물의 돌연변이처럼 보인다. 김지현은 해골, 꽃, 나비 등 채집 가능한 대상의 이미지를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성을 시각언어로 나타낸다. 이 두 작가는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 대상으로서 가치있는 여러 소재를 장신구로 유입시키고 있지만, 그 자체로 보다는 회화가 이미지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장신구는 실체보다는 환영에 가까우며 실용사물로서 보다는 이미지로서 자생력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이주현_말랑말랑_혼합재료_5×7×5cm_2013 이주현_말랑말랑_혼합재료_5×7.5×5cm_2013
오은채_Hearing for hearing을 위한 드로잉_혼합재료_2014
오은채_Hearing for hearing을 위한 드로잉_은(92.5%), 블랙 에나멜, 보청기 배터리_5.5×7×1.5cm_2014

사회적 타자의 장신구 ● 근대 이전의 장신구는 신분을 상징하는 주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그 사회적, 문화적 코드는 오늘날에 많이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귀금속을 재료로 하는 장신구는 그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서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귀금속을 재료로 하는 장신구(Jewelry)는 철저히 사회적인 면에서 '주체'의 사물이다. 오은채, 이주현, 이가람은 이와 같은 선입견에 도전한다. (제3국의 장신구를 타자의 장신구라고 상정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기에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다.) ● 오은채는 작가 자신의 문제인 '난청'을 하나의 사회문제로서 객관화시키고자 노력한다. 작가 자신의 일상의 사물인 보청기의 배터리는 소모품이지만 귀금속과 결합되면서 매우 특수한 장신구가 된다. 근대 디자인에서 언제나 숨겨져야 하는 대상이었던 동력이 발생하는 장소는 오은채의 장신구에서 미적 조형요소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장신구를 통해 난청을 숨겨야 하는 대상에서 다루고 고민해야 하는 우리의 문제로 현실화시킨다. ● 이가람은 왼손으로 쓰는 행위와 장신구를 결부시켜 왼손잡이를 위한 장신구를 만든다. 작가는 자신이 왼손잡이임을 말하며 '의식적으로 오른손잡이의 생활 방식에 적응하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불편함과 혼돈을 느끼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한다. 일례로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면 오른손으로 같은 행위를 할 때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그것은 손의 측면에 잉크나 흑연이 묻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은을 투각하고 유기적 형태를 적용하여 반지로도, 그리고 팔찌로도 보이는 장신구를 만들었다. 이 장신구는 왼손의 측면을 감싸고 있으므로 착용자의 손의 모양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제작되어야 한다. 오른손을 쓰는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손에 잉크나 흑연이 전혀 묻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잉크나 흑연이 손에 묻는다 하여 큰 피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 장신구의 효율성의 수준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이 장신구는 우리에게 이타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 반면 이주현은 귀금속 대신 실리콘이라는 산업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작가는 '전환기적 대상'으로서의 장신구를 제작한다. 전환기적 대상은 미국의 아동심리학자인 W. 위니코트에 의해 정립된 이론으로 유아기의 아동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장하면서 단계적 성장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도, 타인도 아닌 중간적 지점에서 정신적인 피난처를 찾게 되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정신적 성장의 다음 단계로 적절히 넘어 갔다면 그 물건이 더 이상 필요치 않지만 해당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사람은 그 시기를 벗어나서까지 특정 물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나친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경우이다. 작가는 이것이 자신의 문제이기도 함을 인정하면서 자신만의 전환기적 대상으로서의 장신구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작가는 심리적 애착 관계의 형성의 주요한 원인을 만지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신체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대상인 장신구를 택하고 만지는 행위, 촉감이라는 감각, 그리고 장신구를 결부시키고 있다.

엄재원_불편한시선_황동, 유리, 레진_12×12cm_2013
이수민_Open your mind_소가죽, 황동_3.8×1.8cm_2014
정연미_유영_은(92.5%), 황동, 크리스탈 레진_11×10×1.2cm_2013

사회상 반영의 도구로서의 장신구 ● 발터 벤야민은 에세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1938)을 통해 기술복제(mechanical reproduction)라는 생산 방식의 기술적 조건이 예술의 가치, 역할, 그리고 개념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장신구는 벤야민의 에세이에서 언급하는 전시적 가치(exhibition value) 보다는 제의적 가치(cult value)를 더 많이 지니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장신구를 만드는 사람은 외과의사의 역할보다는 마술사(shaman)의 역할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2014년 현재, 장신구는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디지털로 재생산해 냄으로써 사회상을 반영하는 매개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그것이 우리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되었을 때는 특히 더 그러할 수 있다. ● 엄재원은 우리 사회의 권력 게임, 폭력, 사회의 이슈 등을 장신구라는 작은 사물 안에 집합시킨다. 가면, 어린이, 손, 다리, 여성의 유두처럼 보이는 파편화된 대상은 20세기 초 한스 벨머(Hans Bellmer, 1902-1975)의 초현실주의 오브제와 유사하다. 초현실주의자들이 20세기 초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를 탐험했던 것처럼 엄재원은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정신상을 분열적이며 파편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대면하고 있는 사회상이 작가의 장신구 안에 반영되는 것이다. 반면 이수민은 "현대 여성들에게 가방이 장신구와 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기 위해 가방으로 자신을 치장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장신구와 가방의 중간자로서의 장신구를 제작하고 있다. ● 정연미는 은으로 제작된 고등어의 형상을 장신구에서 보석이 자리하는 자리에 또는 잠금 장치에 배치시키고 있다.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의 주인공인 고등어의 이미지는 은이라는 귀금속으로 만들어지면서, 인간의 삶을 위해 희생된 수많은 생물들을 위한 기념비로 다시 태어난다. ● 장화영은 현대 장신구에서 그 역할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장신구의 주술적 의미를 현대인의 불안감과 관련하여 재해석한다. 20세기 초 중앙아시아에서 제작되었던 부적 펜던트(세계장신구박물관 소장)처럼 작가는 착용자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장치를 장신구로 만든다. 작가는 장식적인 목적으로 문양 형태로 파내고 그 안에 이질적인 재료를 넣음으로써 효과를 거두는 상감 기법을 응용하는데, 전통적으로 상감의 재료로 사용되었던 금이나 은 대신 부적을 쓰는데 사용되는 붉은 염료인 경면주사를 사용하고 있다.

방지영_Connect_혼합재료_20×20cm_2013
곽인희_국화 옆에서_고무장갑, 황동_15×15×18cm_2013
정지희_Eros_스냅단추_20×26×20cm_2014

산업 생산물 vs 장신구 ● 1960년대를 기점으로 현대 장신구에서는 탈귀금속적 시도들이 진행되었다. 그 예로 데이비드 와트킨스(David Watkins)와 웬디 램쇼(Wendy Ramshow)의 종이 장신구를 들 수 있으며, 2000년 이후에는 빛, 얼음과 같은 상대적 물질도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2014년 현재 현대 장신구를 논함에 있어 금 은과 같은 교환가치가 높은 귀금속만을 다룰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 방지영, 곽인희, 정지희는 산업 생산물을 장신구의 재료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미술에서는 마르셀 뒤샹의 1917년 「샘」과 같은 레디메이드(readymade)를 시작으로,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댄 플래빈(Dan Flavin) 등 미니멀리즘 아티스트들이 1960년대 반예술의 방법론으로 산업 생산물을 작업에 끌어들인 예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댄 플래빈은 「1963년 5월 25일의 대각선」에서 가게에서 파는 형광등 설비를 구입하여 갤러리 벽에 45도 각도로 설치하였다.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이러한 시도는 "정치적 이타주의와 평등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은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산업 생산물은 "익명성, 반복, 부분들의 동등함이라는 구성적 성질들"을 공통적으로 가지는데, 현대 장신구에서 산업 생산물이 그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을 경우에는 미니멀리스트의 경우와는 달리 그러한 익명성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작가들이 산업 재료에 대한 태도는 미니멀리스트들의 반예술적 태도와도, 전통공예에서 장인들이 가지는 재료에 대한 경외심과도 차이가 있다. 오히려 이들은 초현실주의자들이 파운드 오브제(found object)를 다루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가장 기능적으로 디자인된 산업재료를 재해석한다. ● 방지영은 전기기기나 전선을 전기적으로 접합하기 위해 사용하는 부품인 커넥터(connecter)와 고무 호스를 이용해 다양한 장신구를 만든다. 곽인희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고무장갑을 자르고 조합하여 헤드피스(headpiece)를, 정지희는 암단추, 수단추를 반복적으로 배치시켜 바디 오나먼트(body ornament)를 만든다. 작가들은 이러한 산업 생산물들을 장식이라는 인간의 심리적 욕망 뒤에 위치시키며 자르고, 재구성하거나(곽인희), 반복적으로 배치시켜 유기적 조형으로 재탄생시키거나(정지희), 자연적인 재료인 실과 함께 엮어(방지영) 그 태생적 정체를 혼란시킨다. 복합적 정체성을 가지는 이 장신구들은 다시 인간 신체와 결부되면서 사이보그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권누리_그의 기억, 그녀의 기억_은(92.5%)_2.3×2.5×0.8cm_2014
채지나_Fluid_동_20×3.×1.3cm_2014

촉각의 시각화로서의 장신구 ● 장신구는 시각적 상징물이다. 채지나와 권누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금속이라는 물질로 환원시킨다. 역사적 장신구가 왕과 제후들의 권력과 사회적 지위와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시키는 도구로서 장신구를 채택했다면 채지나와 권누리는 감각과 기억을 시각화시키는 도구로서 장신구를 만들고 있다. 채지나는 여성의 신체 곡선의 연장으로서의 구두의 형태에 관심을 두고 걸음걸이의 유기적 움직임을, 권누리는 연인 사이의 촉감에 대한 기억을 금속으로 다시 환원시키고 있다. ● 이 전시에 참가하는 14명의 작가들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신진 작가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와 관련하여 객관화시키고자 하며, 새로운 물질적, 기술적 조건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이 전시는 상품, 장식, 디자인, 공예, 수공, 미술, 산업 등이 혼재된 현대 장신구의 다각적인 면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뮤지엄, 사회적 타자, 정치적 역할, 산업과 공예, 감각 등과 관련된 장신구의 기본적인 여러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 조새미

Vol.20140416h | 2014 Wow Art Jewelry Proposal-오늘날 장신구란 무엇인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