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ways already 언제나 이미

김재범展 / KIMJAEBUM / 金宰範 / photography   2014_0415 ▶ 2014_0615 / 주말 휴관

김재범_And then there were none_C 프린트_100×133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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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주말 휴관

신도 문화공간 SINDOH ART SPACE 서울 성동구 성수2가 277-22번지 Tel. +82.2.460.1247 www.sindoh.com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분류할 수 있는 폭력의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다. 물리적으로 보여지는 폭력을 언급하는 정도인데 만약 앞에 이야기하는 보편적인 삶이라는 단어가 폭력성을 띄고 있다는 점을 알아 차린다면 이는 훨씬 더 다양한 종류의 폭력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폭력은 모순되게도 우리가 어떤 현상을 ‘폭력적’이라고 인식하기 위해 기준이 되어주는 윤리나 도덕, 법, 사회질서 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보편성을 지닌 삶’이란 개인의 미적 사회적 외관을 감시하는 다양한 힘들이 만든 강제적 틀 안에서만 가능한 구조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종류의 폭력은 전혀 드라마틱 하지 않은 탓에 삶에서 좀처럼 보여지지 않는 형태로 순환 구조를 지닌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쉽다. 작업은 이러한 폭력의 메커니즘이 가진 윤곽을 조합해 내며 그것을 향유의 차원에서 건드리는 것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 김재범

김재범_They pretended they were God_C 프린트_134×120cm_2009

신도리코 작가지원프로그램(SINAP)의 2012년 당선자인 사진작가 김재범이 정의하는 범주는 넓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한 개체가 다른 개체를 해(害)하는 일차원적인 폭력으로부터 무형이지만 개체의 자율성을 해한다고 여겨지는 사회의 각 제도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폭력의 효과는 실제로 그것이 일어난 시점을 능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폭력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 이미 수 많은 갈등의 과정이 선행되고, 끔찍한 살인사건이나 폭력사건이 일어난 이후 파괴와 폭력의 기억은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끝없는 분석과 회환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즉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끔찍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변형되고 새로이 창작되면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속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전시의 제목 'Always/Already'는 이와 같이 폭력의 기억이 지속되는 상황과 함께 이미 지나간 과거의 기억이 현재에서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김재범_Rise of Evil_C 프린트_120×148cm_2010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각종 재앙과 살인사건, 폭력사건을 다루어 왔다. 1972년 일반인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가해한 사건을 재구성한 <I am Jesus Christ>로부터 2008년 어린 아동의 성폭행 및 살해 사건을 다룬 Rise of Evil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각종 폭력 사건의 전말을 작가는 리서치와 재연(re-enactment)의 과정을 통하여 재구성하여 왔다. 실제로 2012년 개인전에서 작가는 남자 친구가 여자친구를 살해한 실제사건에 근거하여 사진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과장된 보라색의 빛과 초록색의 대비를 이루는 음울한 분위기의 동대문 아파트 한 복도에서 대화를 나누는 남녀의 모습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의 장면을 작가가 상상하고 재연한 것이다. 이와 같이 폭력 사건의 현장이 아니라 사건의 전후를 재구성하고 상상해가는 방식은 영국의 사진 비평가 데이비드 컴페니(David Campany)가 주장한 소위 '늦은 사진(Late photography)'에 해당한다. 여기서 사건이 일어난 후에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다시 방문해서 찍은 '늦은 사진'은 전통적인 도큐멘터리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작가의 신속성을 최우선으로 여겨온 사진미학에 반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한편 더 이상 사진이 담고 있는 이미지를 '진실'로만 받아들일 수 없게 된 우리 시대의 변화된 인식과 환경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걸프 전쟁에서 새로운 기술과 기재들이 사용되면서부터 비평가들과 사진 작가들은 점차로 사진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동일한 사건이나 이미지가 시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하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김재범 작가 또한 폭력적인 순간이 벌어진 이후, 혹은 이전의 장면, 그리고 이와 연관된 각종 매체의 보도를 수집하여 왔다. 작가에 따르면 "극단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폭력의 순간" 대신에 "특정한 시간적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서 폭력이 벌어지는 과정을 조사하고 담론화하고 처벌하고 등등 보도자료들을 모아 그것을 바탕으로 사진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방법이 사용"하여 왔다. 특히 작가는 매체를 통하여 널리 소통되면서 특정한 사건에 대하여 이미 대중들에게 각인된 '레디메이드' 사진들에 주목한다. 레디메이드 사진들은 단순히 상업적인 매체에 의하여 생산된 이미지들이라는 점 이외에 결국 매체들이 사건에 대한 여론을 유도하고 이끄는 과정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재범의 사진 작업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도큐멘터리와 차이를 보일 뿐 아니라 대중매체를 통하여 유포되고 인식되는 리얼리티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폭력적인 장면 자체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특정한 시각에서 축약하거나 과장하는 과정 자체에서 드러나는 폭력성에 더 관심을 보여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범_Ismael Ax_C 프린트_100×177cm_2008
김재범_ready made images_install(news scrap)_340x218cm_2014

따라서 김재범의 사진 작업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도큐멘터리와 차이를 보일 뿐 아니라 대중매체를 통하여 유포되고 인식되는 리얼리티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폭력적인 장면 자체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특정한 시각에서 축약하거나 과장하는 과정 자체에서 드러나는 폭력성에 더 관심을 보여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렇기 때문에 이 재구성한 사진이미지들은 ready-made 이미지의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ready-made 이미지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들 이며 동시에 미디어의 산물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숨겨진 폭력의 순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김재범 작가노트 中) ● 그러므로 작가가 주장하는 내재된 폭력성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폭력적인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끝없이 재생산되는 현실을 가리킨다. 나아가서 폭력적인 사건들을 또 다른 읽을거리로, 그리고 강력한 사진들을 또 다른 볼거리이자 스펙터클로 변모시켜오고 있는 각종 매체들 또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성을 행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이러한 측면에서 사진작가의 새로운 역할은 사실진위를 증명할 만한 사진들을 더 많이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는 많은 정보들을 나열하고 재연함으로써 동일한 사건과 이미지가 어떻게 서로 다른 시점과 시각에 따라 해석될 수 있는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를 일종의 인류학자라고 규정한 할 포스터의 말처럼 이제 사진작가는 리얼리티를 기술적인 수단으로 재현해 내는 이가 아니라 우리 시대가 쏟아내는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이로 바뀌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신도 문화공간

Vol.20140415d | 김재범展 / KIMJAEBUM / 金宰範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