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412_토요일_05:00pm
참여작가 / 배남주_이준혁_정민희
기획 / 킴스아트필드미술관 전시기획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KIMS ART FIELD MUSEUM 부산시 금정구 죽전 1길 29(금성동 285번지) Tel. +82.51.517.6800 www.kafmuseum.org
실기실에 주목하며... ● 킴스아트필드미술관에서는 신진작가발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실기실을 주목한다』라는 전시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전시에는 배남주, 정민희, 이준혁이 선정되었다. 이들은 작품의 형식은 다르지만 모두 뚜렷한 작업스타일과 개념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다. 흔히 신진작가들이 자신의 세계를 만들기 보다는 흐름에 안주하거나 어디선가 본 듯한 유사한 작업경향을 드러내기 쉬운데 이들은 모두 거칠지만 자신의 작업세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들을 가지고 있어 심사위원들은 이를 높게 평가했다. 실기실을 주목한다에 선정된 작가들은 현재의 작업 완성도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많은 가점을 주었다. 다시 말해 성장가능성을 가장 많이 염두에 두었다.
배남주-의식과 무의식 혹은 실재와 이미지의 경계, 그 사이 ● 배남주는 탁월한 이미지스트이다. 작가는 놀라운 표현력과 이미지를 배치하는 구성능력에 있어서는 기성작가들의 수준을 넘어서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카오스' 그 자체이다. 사물과 사물의 경계는 사라지고 겹쳐지면서 여러 이미지들이 중첩되기 때문이다. 뚜렷한 경계가 사라진 이미지들은 독특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양이를 그린 듯 한 화면에 사슴뿔이 등장하고 사슴 뿔에 주목하는 순간 처연한 나무와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작가의 작품은 혼란스러움 그 자체이다. 통상적으로 시각예술에서 주제와 배경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하다. ●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야기하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자주 언급하곤 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뉴튼역학 시대에서 양자역학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서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한편이 되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한편이 되어 물리학계를 뜨겁게 달궜던, 세기의 과학자들 간의 치열한 논쟁과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사고실험으로 평가되면서 널리 회자되었다. 뉴튼역학이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뚜렷한 '인과론' 혹은 '결정론'적 세계관을 낳았다면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의 논리'는 이러한 뉴튼역학이 더 이상 양자역학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순간이동 혹은 평행우주이론 등을 낳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모순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실험에 등장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다. 이런 모순되고 이도저도 아닌 상태는 내가 흥미 있어 하는 중간적인 느낌과 잘 맞아 떨어진다. 내 중간 세계 가 가지고 있는 모순되지만 이상적인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슈뢰딩거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지만..." (배남주) ● 작가는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중간적인 세계를 유토피아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관찰자가 실험결과를 알기 전 상상의 세계, 실재와 이미지 사이 혹은 이것과 저것이 뒤엉켜있는 카오스적인 세계를 가장 흥미롭게 여기고 있다. 바로 그 세계는 다소 암울한 느낌이 감도는 세계의 불완전성, 혹은 이해 불가능한 세계에 대한 인간의 한계,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메타포처럼 여겨진다.
이준혁-사소한 기억, 그리고 공감 ● 이준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시각화한다. 특히 자신의 기억속에서의 채집된 특정한 공간을 재현해내고 있다. 그가 끌어낸 공간은 어려서부터 씻기를 싫어했던 자신이 늘 명상과 상상을 즐겼던 수돗가다. 특별할 것 없는 이 공간은 작가에게서는 매우 뚜렷한 기억 속에 각인된 공간이다. 시간과 기억의 문제에 대해 일찍부터 성찰해 왔던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에 의하면 '기억'은 '생명' 혹은 '지속'이다. 우리는 어제를 살았던 기억으로 오늘을 산다. 여기서 더 나아가 베르그송은 실용적인 기억과 순수기억을 구분한다. 물건을 찾는데 사용하는 기억은 실용적이고 단편적인 기억이지만 우리의 의식 깊숙한 곳에 침잠해있는 총체적인 기억을 순수기억이라 부른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현재의 삶 이면에는 이 순수기억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낙천적이었고 공상하길 좋아했던 저는 사라지고 걱정에 찌든 20대 후반의 평범한 남자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 때 살던 허름한 집의 수돗가를 끄집어내었습니다. 기억속의 수돗가를 재구성하여 검은 물에 비치는 얼굴을 보며 지금 나의 현실과 내가 가고 있는 방향, 그리고 내가 왜 괴로워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문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처럼 각자 만의 자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과 함께 가지고자 합니다." (이준혁) ● 어쨌든 작가가 보여주는 공간은 자신의 의식깊이 각인된 기억이다. 이 사적인 공간의 재현을 통해 작가는 관객과 새로운 소통을 감행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사실은 작가는 관객에게 자신의 경험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작가는 자신에게 소중했던 기억의 한 장면을 재현했지만 관객의 다양한 반응과 체험에 대해서는 열린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정민희-私적인 공간 그리고 史적인 공간 ● 정민희는 줄곧 공간을 다루어왔다. 도시의 폐허를 헤집고 다니기도 하였고 임대를 놓은 빈 공간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장소특정적 설치를 감행하기도 했으며 아무도 찾을 수없는 천정에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정민희의 작업은 자신과 공간과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점철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수도 없이 부딪히는 공간들은 모두 역사적인 공간들이다. 가령 부산의 구불구불한 산복도로의 골목길과 직선으로 쭉 뻗은 8차선 도로는 그 역사적인 태생이 다르다. 그리고 집 앞에 새겨있는 숫자가 없으면 자신의 집을 찾기도 힘든 아파트라는 공간이나 그 속에 배치된 응접실 등은 모두 역사적 맥락들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맥락들을 뒤집거나 해석하거나 그곳에 개입한다. ● 가령 작가의 2013년 작품「Filled the Room」이라는 작품에서는 1000개의 비닐봉지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 관람자에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아주 친절한 멘트인 듯 하지만 관객들은 작품을 밟고 지나가도 되는지 망설여질 따름이다. 이 작품은 비닐봉지 1000장으로 현대미술을 대하는 관람자의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낸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역시 같은 해 진행했던「임대문의」프로젝트에서는 자신이 강서구에서 은평구로 이사를 하면서 진행된 프로젝트다. 각 지역별로 '임대문의'라는 푯말을 사용하는 방식의 차이를 발견하였으며 유리문이나 창에 붙어있는 임대문의의 풍경은 마치 윈도우 갤러리의 전시방식과 유사했다. 임대문의가 적혀있는 그 유리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 등을 새겨 넣음으로써 관객이 예술을 보는 방식과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중의적인 질문을 만들어 낸다. ●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2012년에 행했던 프로젝트의 연장이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공간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작가는 천정 위 공간을 발견한다. 거기에『A Room of One's Own』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집 제목을 네온으로 제작해서 설치했다. 울프는 이 책에서 "A woman must have money and a room of her own if she is to write fiction."(여자가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그에게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만의 방이란 자신만을 위한 사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공간은 당연히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이다.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사적영역은 줄어든다. 가령 보이지 않은 많은 눈들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고 개인의 익명성은 점점 존중되지 못한다. 국가나 권력의 감시체계는 점차 고도화 되고 어디에서도 온전한 사적공간을 만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제 여성 뿐 아니라 현대인 모두 "A Room of One's Own", 즉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 실기실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 이들 세작가의 작품은 매우 거칠고 한편으로 보면 작가적인 일관성도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킴스아트필드미술관이 실기실을 계속해서 주목하는 이유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완성도나 상업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이들의 발언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 이것이 실기실에 주목하는 이유이자 의미이다. ■ 이영준
Vol.20140413f | 실기실을 주목한다-2014 킴스아트필드 미술관 신진작가지원공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