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15번지 SPACE 15th 서울 종로구 통의동 25-13번지 Tel. 070.8830.0616 www.space15th.blogspot.kr
미디어 위의 유희적 운동: 즉흥적 표류, 수집 그리고 짜깁기 ● 이미지와 미디어의 지배로부터 독립하여 오로지 스스로의 사유와 주체성만으로 삶을 영위하는 개인은 더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시선을 이끌고는 금세 자취를 감춰버리는 수많은 이미지는 아주 빠른 속도로 실재를 어지럽히며 현실을 더 공허하게 할 뿐이다. 벤야민은 "곧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리라는 것을 아는 대상이 이미지가 된다"고 말했지만 끔찍한 것은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나타났다 사라진 이미지 스펙터클들이 실제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유령은 시대착오적 동시대성, 현실 감각의 부재 등을 초래하며 모종의 착란을 일으킨다.
이미지의 수용과 재 이미지화를 통해 많은 것들의 본질과 실재는 망막 위에서 이미지와 뒤섞인다. 게다가 현상을 수용하는 주체의 감각조차도 진화된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로 변한다.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실로 사라진 것이 아니며 그와 함께 본질은 가벼워지고 실재는 공허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본질을 알 수 없는 이미지 속에서 시선을 통해 '의미'를 찾는 태도는 오히려 작위적일 수 있다. 이미지는 인간의 손이 개입됨과 동시에 복제, 재생산의 과정을 거치며 자본주의적 상황에서 영향력을 얻었지만, 역사적이고 본질적인 의미로서의 효력은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는 오히려 유희의 가능성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오택관은 'Grapictures'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신작과 기존 작업을 선보인다. 공간의 특수한 성격을 작품의 배치와 확장에 반영하기도 하는 작가는 그래픽적으로 자유롭게 편집이 가능한 텍스트, 기하학적인 도형, 색, 레이어 등을 2차원의 캔버스 공간에서 회화로 묘사했다. 작가는 미디어 위에 존재하는 주체적 표류자로서 자유로운 움직임으로의 붓질을 통해 이미지를 위한 유희를 즐긴다. 유희의 목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에 관한 단상을 주관적으로 그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미지와 추상적 공간의 생산에 몰두하는 즉흥적 움직임, 그 자체이기도 하다. 디지털 이미지로의 편집으로 보일법한 기하학적 도형과 입체, 공간들은 작가를 통해 캔버스 위에서 전통 회화의 기법과 함께 집합적 공간의 이미지로 드러난다.
인세인 박은 대중매체를 통해 노출되는 다양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재료로 이용해왔다. 작가는 이미지를 수집하고 미디어 위에 이들을 복제, 분산시키며 유희적으로 짜깁기함으로써 이미지에 의한 이미지를 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신작들도 일련의 수집과 짜깁기를 통한 놀이의 결과물이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들은 그의 작품에서 텍스트를 통해 모종의 의미를 부여받는 듯 보이지만, 이 지점에서 작가는 의미 '생산'과 대조를 이루는 의미의 '상실'을 지향한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짜깁기한 장면의 넝마들은 곧 공허로 향해있는 것이다. 신작 「성공을 위한 세 가지 것들」은 '성공(success)'이라는 단어를 'suck' 'sex' '$' 를 짜깁기하여 'suck$ex'라는 새로운 텍스트로 조합한 네온 설치 작업이다.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success'라는 단어는 관계가 모호한 이질적 텍스트들로 분산되고, 작가에 의해 재조합된 사이비 단어 'suck$ex'는 그 본래의 의미에 미심쩍은 틈을 남긴다. 이것은 마치 이미지가 실재에 개입하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오택관, 인세인 박의 2인전 『모노그램 Monogram』은 이미지에 의한, 이미지를 위한 유희로써 미디어 위에서 벌이는 즉흥적 표류, 수집된 이미지에 의한 짜깁기와 같은 움직임 자체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제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이한 듯 보이나 결국 '이미지'라는 같은 지점을 공유하는 두 작가 작품의 집합적 배치는 미디어와 이미지의 허구를 드러내고 이들의 맹목적인 부유를 경계한다. 이미지로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 더는 효력이 없다면 이것과 관계한 유희적 움직임이 보이는 것들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유효할지도 모른다. 미디어 위의 움직임 그 자체의 유희는 관객들에게 이미지를 바라보는 방식을 넘어 보이지 않는 실재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비판적 사유를 이끈다. ■ 현소영
Vol.20140412h | MONOGRAM-인세인 박_오택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