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or CANDY GIRL

손현수_조강남 2인展   2014_0410 ▶ 2014_0502 / 일요일,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요일,월요일 휴관

갤러리409 GALLERY409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409-58번지 Tel. +82.31.285.3323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도 가장 비난받는 여주인공은 아마 캔디일 것이다. 처음 만화가 나왔을 때부터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중년층에게는 향수를, 더 어린 세대들에게는 고전으로 읽혀지는 캔디라는 만화는 여성들의 욕망의 판타지이자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그야말로 만화이고 드라마이다. 나보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에 위안을, 주변의 모든 이성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에선 대리만족을, 결국엔 백마 탄 왕자에게 선택받는 모습에선 묘한 질투심을 느끼면서 여성들은 현실과 이상을 오가며 캔디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까칠한 재벌남과 가난한 여주인공을 식상해 하면서도 파리에서 만난 연인들을 응원하고 꽃보다는 남자라고 외치며 김주원과 길라임의 대사를 따라하고 열광한 후 '또 캔디류의 드라마야' 라며 비판한다. 그러나 이것이 '캔디류'의 힘인 것이다.

손현수_시크릿 가든 Secret Garde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5×72.7cm_2014
손현수_캔디 속의 테리우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1

하지만 지금에 와서 정작 캔디의 만화책을 보면 내용에 빠져 들지 않고는 여성스럽기 짝이없는 테리우스의 모습에, 모든 남자들이 좋아하는 게 의심스러운 캔디의 모습에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세는 순정만화 같은 얼굴에 식스팩과 S라인을 가진 8등신인데 말이다. 그러면 테리우스와 캔디에게 식스팩과 S라인을 주어보자. 이제야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형이지 않을까.

손현수_캔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117cm_2012

청순가련형의 여성이 사회적 지위에서 약자라고 느껴지는 현대의 여성들은 자립심 강하고 명랑한 캔디의 성격을 가지며 주체성을 내세우고자 하지만 여성성을 부각하는 섹시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순정만화의 이미지에 거부감을 느끼던 남성들도 지금은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꽃미남이 되기 위해 외모를 가꾸면서도 남성성을 유지하기 위해 복근을 만든다. 더 이상 순정만화가 여자아이들의 유치한 애정놀이 쯤으로 치부되어지지 않는 대중적인 코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다'라는 말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겐 최고의 칭찬인 것이다. ■ 손현수

조강남_Kiss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13

예술가는 언제나 앞서거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이미 48년 전 영국의 팝아트 화가 리처드 해밀턴은 에세이 『최상의 예술을 위해서 팝을 시도해 보라(For the Finest Art Try Pop.1961)』에서 "20세기에 도시생활을 하는 예술가는 대중문화의 소비자이며 잠재적으로는 대중문화에 대한 기여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현대미술에서 유행하게 될 팝아트의 속성에 주목했다. ● 조강남의 최신작들은 해밀턴이 예견한 것처럼 이전의 작업들에서 나아가 매우 분명하고 명확한 팝 아트적 접근의 속성을 보여준다. 특히 「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에만 한정되지 않고 보석이라든가 여인의 럭셔리한 욕망으로 상징하는 「캔디 걸」 탄생 시리즈의 작품들이 그것이다. 이번 조강남의 회화적 변화는 커다란 맥락에서 보면 기존의 페미니즘적인 여성적 표현보다 화려하고 구체적인 여성 모델의 탄생으로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단순한 꽃의 표현에 머물지 않고 명백하게 시각적인 오브제를 활용하고 있는 점, 핸드백 , 그리고 목걸이 등 여자만의 액세서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부분에서 그 구체성을 더하고 있다. ● 다분히 여성적인 취향의 럭셔리한 분위기 연출은 작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보편적인 여자의 치장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해당한다. 반면 그가 이렇게 여성적 표현의 상징에서 「캔디 걸」 이라는 보다 리얼리티하고 팝적인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 조강남의 예술에 관한 철학은 우주의 모든 것을 여성성으로 보겠다는 의지를 일찍이 밝힌바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장미꽃 표현에서 빛나고 럭셔리 한 스타일로 넘어가는 과정에 액세서리는 중요한 여성성의 변화된 오브제 역할을 한다. ● 특히 장식품으로 간주되는 오브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깔이 주는 화려한 매력은 극단적인 여성 취향과 요즘의 트렌드에 적합하다. 이러한 여성의 장식적인 오브제의 표현은 단순히 여성의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분위를 돋구는 차원이 아니라 여성의 속성을 드러내는 유혹적인 오브제로 자리하고 있다. 조강남에게 있어 이 오브제의 역할은 여성적인 것을 넘어 보다 엄밀한 의미를 지닌다. 즉 꽃이나 보석을 통하여 여성의 본능을 직시하고자 한다.

조강남_Candy girl_장지에 채색_145×101.5cm_2013

그의 다양한 화면에서 돋보이고 있는 것들은 무엇보다 화면전체로 장식된 보석과 쥬얼리로 구성된 캔디 걸의 화려한 등장으로 성취 된다. 그 여성은 패턴화 된 여성으로 있는 명품으로 대변되는 루이뷔통의 가방과 럭셔리한 치장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절정의 여자의 순간을 그대로 드러낸다. ● 그림 속에 붙여진 무수한 보석과 팝아트한 섹시한 표정으로 거리를 걷는 제스처의 이 여성은 우리시대의 상징처럼 발랄하고 생동감 있게 보석과 현란한 물방울무늬 패션과 결합된다. 다소 그의 표현들이 너무나 외형적인 이미지 묘사에 지나쳐 등장하는 모티브인 꽃과 보석의 형태들은 직설적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지극히 여성적인 표현형식들이 그의 조형감각과 제작 기법과 맞물려 충분히 그의 팝 아트적인 시대의 아이콘을 반영하고 있다. 이 여성의 속성이나 내면을 일상적이고 은밀한 메시지인 그의 화장과 치장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여성의 '실제적인 것(real thing)'으로 여성의 매력을 노출시킨다. ● 어쩌면 성격이나 출발은 다르지만 부르주아가 미술작업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 열정, 소외, 사랑, 성(性)과 개인적 문제들을 표출하는데 치열하게 몰두하였다면 조강남은 이 오브제와 이미지를 통하여 여성의 위상이 주는 팝아트적인 생활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고민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 우리는 무엇보다, 여성의 내적인 삶의 충동이나 욕망들이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는 것을 인지 해주는 것이 그의 작품에 대한 가장 의미 있는 평가가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그 여성의 본능은 여성의 생명력과 본능 그리고 팝아트적인 시대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여성들이 변해가는 팝아트적인 욕망 그리고 표출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조강남_Cand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3cm_2013

작품은 예술가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지만 정신세계가 진정한 예술의 본질이다. 그 본질이 빛날수록 그림이란 그것을 보는 사람을 통하여 비로소 높은 생명력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조강남의 여성이 가지는 본능적인 욕망, 그 세계의 표현은 이제 서막에 불과하다. 이 포스트 팝아트의 시대에 그가 욕망의 언어가 보석과 만나 정착 된다면 그는 또 다른 시선과 감성을 지닌 여성작가로 태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 김종근

Vol.20140410h | 캔디 or CANDY GIRL-손현수_조강남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