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405_토요일_05:00pm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포네티브 스페이스 ponetive space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4 Tel. +82.31.949.8056 www.ponetive.co.kr
시간의 흐름에 대한 부정의 표현 ● 부산의 바다 출신인 김철현에게 바다는 오랫동안 친숙한 피사체임에 틀림없다. 그의 작품 속 바다는 일률적이지 않아 어떤 일관성이나 획일성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바다가 보여줄 수 있는 온갖 다채로운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정해진 틀과 규정된 생각에서 비롯된 사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가 소멸된 추상으로의 바다가 아닌 살아 숨 쉬고 있는 바다에서 인간의 흔적과 숨결을 담아내고 있다. 흔히 바다나 산, 구름과 바람과 같은 자연 소재에서 우리는 현실의 시간에서 벗어난 일종의 초월의식을 느끼고자 한다. 변할 것 같지 않는 자연에서 인간의 모습을 지워버리고 초월적 경험을 느끼고자 한다. 김철현의 작업 태도는 이와 상반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 바다를 초월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며 겪는 삶의 흔적과 고뇌들을 담아내는 심미적 코드로 사용하고 있다. 한 인간으로서 살아오면서 겪었던 삶의 애잔한 편린들을 바다에서 찾아내고 있다. 지극히 평온한 바다에서 삶의 무심함을 때로는 격한 파도의 움직임에서 분노와 슬픔을 걸러내고 있다. 이것은 심리적 코드에서 종종 찾아 볼 수 있는 보상작용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김철현의 바다는 결핍되고, 상처 입은 것으로부터 보상하는 대상체referent인 것이다.
바다는 우리의 무의식에 가라앉아 있는 많은 원형archetype 이미지 중 하나이다. 원형으로서의 바다는 배 속 태아부터 수많은 설화와 신화로 이어져온 원초적 이미지이다. 원형은 때때로 우리의 무의식을 드러내고 나타내주지만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대응 관계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바다를 꿈꾸고, 경험하고, 기억하는 것도 우리의 집단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바다의 원형이 심미적 코드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철현의 작업은 이렇듯 원형과 밀접한 심리적 코드로 작동되는 바다를 눈 앞에서 바라보듯 즉물적으로 재현하고 있지는 않는다. 순간 정지된 바다의 모습 보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바다를 즐겨 담아내고 있다. 사진은 태생적으로 시간의 매우 짧은 선분 위에서 이루어지기에 슬라이스처럼 현실의 매우 얇은 단면만을 보여주는 매체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영화평론가 앙드레 바쟁의 말을 빌리면, 이집트의 미라가 시간을 봉인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고안된 것처럼, 사물을 영속적으로 봉인시켜 놓으려는 노력은 사진술의 발명으로 비로소 해소된다.
이미지 재현에 대한 인간의 오랜 강박 관념이 낳은 사진은 디지털 프로세스가 도래하면서 찰라의 순간을 고정시키는 일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시간의 축적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된다. 매 순간의 연속된 장면만을 볼 수밖에 없는 인간 지각을 뛰어 넘는 시간의 축적을 통해 우리는 기억을 새롭게 각인할 수 있게 되었다. 김철현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바다는 일순간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닌, 한 순간 현실과 격리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 볼 수 없지만 살아 흐르는 시간을 사진 속에 담아내려고 하는 것은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작업은 현실의 시간에 구속되지 않겠다는 강한 부정의 표현이다. 부정의 표현을 통해 지난 기억을 더욱 현재화시키고 얽힌 추억을 질서화 시키려는 태도에서 현실에 순응하는 듯 하면서도 거부하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김남진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바다를 거쳐 간다. 바다의 경험은 엄마의 배속에서부터 시작되어 평생 이어진다. 수많은 바다를 경험하고 기억하고 또 잊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많은 바다를 항상 동일하게 경험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경험하는 순간이 특별하고 강렬하게 느껴지곤 한다. 어린 시절 경험한 '아름다운 낭만의 바다' 처럼 평범한 바다가 전혀 새로운 세계로 변하기도 한다. 혹은 거대한 침묵의 바다가 우리의 내면을 파고들어 영혼의 울림을 만들기도 한다. 이 경험들은 쉽게 사라지는 순간의 자극과 다르다. 특별하고 고유한 '깊이'를 가진다. 이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경험은 바로 이러한 '깊이 있는 경험', '의미 있는 경험'이다. ■ 김철현
Vol.20140407c | 김철현展 / KIMCHULHYUN / 金哲显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