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속는 삶 LIFE, reluctant to be deceived

오세경展 / OHSEKYUNG / 吳世莖 / painting   2014_0402 ▶ 2014_0408

오세경_사냥2 Hunt2_장지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13

초대일시 / 2014_0402_수요일_06:00pm

기획 / 갤러리 도스

관람시간 / 월요일_12:00pm~06:00pm / 화~일요일_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들춰지는 삶의 이면 ● 어둠 속으로 삼켜지는 것 같은 그림은 고전영화의 한 장면을 잘라 내온 것처럼 적막하다. 흑백이 주를 이루는 작품 안에서 등장하는 들짐승들은 눈을 빛내며 사람과 기계를 맴도는 동시에 프레임 밖을 응시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동물의 적대적인 시선에서 사냥감이 된 기분을 느낀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될 기회를 갖는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갈등의 정점에 직면한 순간에서 내리게 되는 선택은 사실 현실에서도 늘 일어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오세경_동맹 Alliance_장지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13
오세경_어른아이 adultchild_장지에 아크릴채색_70×70cm_2014

인적을 느낄 수 없는 황폐한 공간을 배경으로, 오세경은 사람이 스스로를 속이는 상황에 대해서 주목하며 작품을 제작한다. 우리에게는 상식이나 관습 같은 보편적인 룰을 따르는 것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선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 궤도에서 벗어나는 돌발적인 모습을 자기 자신에게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사람은 스스로에게 일종의 암시를 건다. 시행자였던 본인이 없는 일이라고 믿고 기억하지 않으면, 정말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될 거라는 믿음이 무의식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편집된 주관적인 기억은 주체가 본래 갖고 있던 것이 아닌, 자신이 갖고 싶어 했던 또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작가가 말하는 자기기만은 이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왜곡, 이기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런 방식의 은폐는 그런 기만들 중 하나이며 어떤 면에서는 가장 모순적인 속성을 띄고 있다.

오세경_환생 reincarnation_장지에 아크릴채색_116×143cm_2014
오세경_폭주기관차 Runaway Train_장지에 아크릴채색_80×116cm_2013

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세경은 그림 안에서 의도적으로 불안한 상황을 연출한다. 울퉁불퉁하고 차갑게 말라붙어있는 대지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서 그 끝을 가늠할 수 없고 그 사이에 등장하는 뼈, 훼손되어지는 사물, 앙상한 나무와 같은 도상들은 모종의 갈등을 연출하는 무대장치로 기능한다. 이빨을 드러내는 짐승들은 부정하고 싶었던 본연의 기억 또는 진실을 추궁하면서 그 갈등을 극대화시킨다. 명암이 극적으로 대비되며 흑백으로 양분화된 공간 표현은 그림 속 주인공이 마치 예상치 못한 플래시 세례를 받은 것처럼 자신의 실상을 원치 않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노출당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묘사한다. 과도하고 노골적인 폭로 한가운데에 놓인 인간과 기계는 미래의 선택에 대한 작가의 의문과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대상이다. 자의적으로 현실을 왜곡하며 동시에 주체를 굴절시켜버렸던 아이러니 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다가올 것인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내릴 것인지를 질문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조소가 담긴 시선일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제각기 형태와 구성이 다른 각양각색의 모순 하나하나에 깊은 동질감을 느끼며 작가 본인 역시 당사자들 중 한 명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세경_배신 Betrayal_장지에 아크릴채색_152×127cm_2014
오세경_Anarchist_장지에 아크릴채색_143×93cm_2014

야간투시경으로 보는 것 같은 긴장된 풍경은 소리를 삼키는 정적을 만들어내지만 그만큼 더 집요한 시선으로 관람자의 무의식을 쫓는다. 작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설정된 무언의 폭력이 감도는 상황은 관람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진실을, 그리고 그것을 지우려고 했던 과거의 의도를 상기시킨다. 인간의 내면적인 현상을 주목한 오세경의 작품은 이런 자기기만에 대한 어떤 섣부른 판단도 아닌 오히려 관람자 각자의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 윤채원

Vol.20140405b | 오세경展 / OHSEKYUNG / 吳世莖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