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401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재훈_정지현_김동현_김윤섭_김정용 김필겸_명진영_백홍기_신길섭_안선영 오인숙_최윤수_황평우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10년 전 사진집단 포토청의 사진쟁이들은 카메라를 들고 서울의 경계를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글로벌 메트로폴리탄, 전 인구의 1/4이 모여 사는 서울은 정치⦁경제⦁사회⦁역사⦁문화⦁소비 등 우리 사회 모든 인류 문명의 중심이었습니다. ● 10년이 지난 2014년 다시 그 사진쟁이들이 카메라를 들고 둘러 본 서울과 그 위성 도시들의 경계에는 지리적 경계뿐 아니라 여타 다른 어떤 경계조차 사라져 가고 서울이라는 거대 블랙홀에 빨려들어 가듯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10년 전과 10년 후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이 작업을 내세울 생각은 없습니다. 사진이 갖고 있는 가장 뚜렷한 특성 중에 하나인 기록성과 예술성을 기반으로 여기 포토청의 사진쟁이들이 자신들 만의 또 다른 해석을 통해 꺼내 든 사진 보고서이기에 사진문화운동의 일환이라는 생각으로 전시를 엽니다. ● 지난 1년, 함께 작업 할 주제를 정한 뒤 매달 모여서 작업 방향과 접근 방법에 대해 토론과 사진 리뷰를 병행했습니다. 어떤 이는 시공간적 해석으로, 어떤 이는 조형적 해석으로, 또 어떤 이는 물성과 소비의 재해석으로, 그리고 또 어떤 이는 재개발과 신도시의 문제로, 각 각 10 여 명의 사진쟁이들이 서로 같은 고민을 서로 다른 사진적 해석과 작업으로 풀어내는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 2014년 "서울의 경계에서"가 다시 2024년 "서울의 경계에서"를 만들어 내리라 믿으며, 그날까지 또 열심히 사진 고민을 내려놓지 않고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 강재훈
'서울의 경계'에는 어떤 꽃이 필까 ● 여기, 여러 장의 사진이 있다. 한 흑백사진 안에서는 아이가 혀를 쏙 내밀고 장난스런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제 키만 한 곳에 올라가려고 매달려 있는 다른 아이도 있다. 루핑을 씌운 슬레이트 지붕이며 주변에 어지럽게 널린 나무판자들이 이 개구진 아이들의 배경이다. 흑백에 담긴 유년의 풍경이어서가 아니라, 배경의 아슬아슬함이 이 사진을 옛 시절의 풍경으로 오인케 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2013년의 아이들이다. 서울 외곽 경계지역에 자리한 계수동 오래된 골목을 놀이터 삼아 뛰노는. ● 또 다른 사진은 꼴라주다. 기하학적인 무늬들의 조합 같지만, 실은 형형색색 부동산 간판들에 쓰인 글자들의 부분 부분이다. 서울의 지정학적 경계 밖에서 사는 이가 서울 안으로 이주하려 할 때, 입성을 막아서는 거대한 방어철책처럼 병렬해있던 부동산사무실, 그 간판들인 것이다.
언뜻 보면 두 장의 사진은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두 사진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변주다. 서울의 지리적, 심리적 경계를 서로 다른 사진가들이 각각 다르게 담아낸 것이다. 사진집단 포토청 열 두 명의 사진가들이 '서울의 경계'라는 주제를 저마다의 해석과 표현으로 풀어냈다.
흔히 경계라고 하면, 특히나 거대 도시인 서울의 경계라고 하면,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모습을 연상하기 쉽다. 개발이 덜 된 좁다란 골목과 높지 않은 집들이 빼곡하게 늘어선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사물의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라는 경계의 사전적 의미처럼 기준에 따라 서울의 경계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사진 속 서울의 경계는 역사적 유물이 놓여 있는 풍경이기도 하고, 아파트 재개발이 한창인 공사장의 풍경이기도 하다. ● 이렇게 다채로운 서울의 경계를 사진으로 담아낸 포토청의 사진가들은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며 틈틈이 1년 동안 '서울의 경계'라는 동일 주제로 저마다 사진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물을 4월 1일부터 전시 『서울의 경계에서』를 통해 선보이는 것이다. '경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색다른 해석이 어우러져 사진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한 시인 함민복의 유명한 시구도 떠오른다. 서울이라는 경계에는 어떤 꽃이 필까. ■ 류가헌
사진집단 포토청 ● 1998년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강재훈의 포토저널리즘"으로 시작된 사진 강좌는 2012년 "강재훈사진학교"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지난 16년 동안 53기에 걸쳐 1천 여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하였습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사진을 활용한 사회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고 여럿의 사진 전문가가 배출되어 성실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회교육기관의 사진 교육이 우리 사회 사진 문화의 한 줄기가 될 뿐 아니라 사진의 사회적 역할과 사진의 창의적 기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 온 결과라 생각됩니다. 강재훈사진학교 출신으로 구성된 사진집단 포토청의 사진가들은 솔직하고 거짓 없는 사진, 사람이 먼저인 사진을 가슴에 품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
Vol.20140402c | 다시 서울의 경계에 서다-사진집단 포토청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