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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세종아트갤러리 SEJONG ART GALLERY 서울 광진구 군자동 98번지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B1 Tel. +82.2.3408.4164 www.sejong.ac.kr
노경민이 건네는 진지한 욕망의 대화 ● 대화란? 지혜의 목소리는 "대화는 둘(말이 되고 있는 내용-들음이 되고 있는 내용)이 한다. 누군가가 말을 걸기 시작하는 순간 대화의 싹이 튼다. 상대방이 그 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나서 반응을 하면 대화가 가능해지고 그 대화를 얼마나 지속할 지는 전적으로 서로에게 달려 있다"라고 말하였다. ● 2011년의 5월,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1층에 걸린 노경민의 「詩」 연작을 보았을 때 작가의 성별을 알기 어려웠다. 적당히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작품을 보면서 생각했다. 1. '일본포르노 속 여자들의 모습을 차용했군,' 2. '성적 욕구를 느끼라는 건지 본인이 느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잘 그려놨군,' 3. '그런데 남자가 그린건지 여자가 그린건지 모르겠군. 제목이 詩라니.. 성별이 뭐든 젠더는 여성적이군.'성별: 생물학적 성. ex) 암컷이냐 수컷이냐. 젠더: 사회적 성. ex) 걔는 '기둥서방'이냐 '알파걸'이냐. (성별: 생물학적 성. ex) 암컷이냐 수컷이냐. 젠더: 사회적 성. ex) 걔는 '기둥서방'이냐 '알파걸'이냐.) 작가는, 쾌락과 순간적 모호함이라는 특성을 가진 '오르가즘'에 우리사회의 편견 속 여성을 빗대어 표현하고자 했었다. 포르노이미지 재료는 선정적이었고 작품에서 풍기는 시적 느낌은 재료보다 더 섹시했다.
2013년의 연말, 같은 곳에 위치한 그녀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새 작업들은 묵직하였다. 첫 느낌은 음울하기까지 했다. 간편하게 작품을 보기에는 작품의 존재가 무거워서 한두 시간은 관찰해야 할 것만 같았다. 「늪」과 「sex」 연작은 이전의 「詩」와 달리 표현방식이나 소재 면에서 훨씬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기법에 있어서도 채색보다 수묵에 비중을 두고 짙은 필체로 천천히 그려낸 모습은 단순한 욕구가 아닌 진지한 욕망의 표현이다. 이제 그녀는 사회에서 바라본 여성에 대해 그리지 않는다. 여성이기도 한 작가 노경민으로서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욕망이라는 대상에 대한 자신만의 작업을 할 뿐이다. 그녀는 빠져들수록 나올 수 없는 욕망의 지점들을 타인들로부터 포착해 내었고 이들의 욕망에서 결핍을 발견하였다. 작가가 정립한 결핍과 욕망의 상대론적 관계는 작품들을 보는 우리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다. 당신의 욕망은 무엇이고 그러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결핍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야한 이미지를 보면서 느끼는 쾌감을 「sex」와 「늪」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적 고난을 직시하기보다 외면하고 감춘 채로 스트레스를 풀기에 바쁜 현대인에게 그녀의 새 작업들이 묵직하게 정곡을 찌른다.
「sex」 연작은 「詩」와 같이 성적 이미지를 사용하지만 보다 깊은 욕망을 논하고 있다. 끈적끈적하게 움직이며 대상을 흡착시키는 문어의 모습은 욕망을 충족시킨 여자의 몸이 반응하는 지점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수풀이 우거진 「늪」은 그녀가 새롭게 시도하는 몸 외부 이미지로서의 은유와 비유에 해당한다. 그것을 바라보며 우리는 작가가 시작한 진지한 욕망에 대한 말에 어떻게 반응하고 나의 욕망을 설명해 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오르가즘의 순간에서 묵직한 욕망과 결핍 그 자체로, 춘화(春畫)와 같은 속삭임에서 본격적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진지한 대화의 장으로 노경민의 작업이 변하였다. 다음은 무엇일까? ●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할렐루야." 지혜의 목소리가 다시 말하였다. ■
Vol.20140320g | 노경민展 / ROGYEONGMIN / 盧京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