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0306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기석_남희승_원재상_윤상윤_윤정원_장영원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K_광주 SPACE K 광주광역시 서구 죽봉대로 72(농성동 460-17번지) 2층 Tel. +82.62.370.5948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_광주에서 3월 6일부터 4월 18일까지『욕망의 여섯 가지 얼굴』展을 개최한다. 현대 사회의 규율과 체제 하에서 직설화법으로는 표출될 수 없는 욕망의 심리학을 조명한 이번 전시는 초상화의 형식을 빌어 극대화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급변하는 산업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세속적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으며 물질만능주의와 인간소외, 방어적 태도 등의 여러 문제점들을 양산하고 있다. 장원영, 원재상, 남희승, 윤상윤, 김기석, 윤정원 등 여섯 작가들은 이 점에 주목, 타자와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각기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켜 내면에 숨겨진 무의식의 욕망을 환기 시킨다.
장영원은 결핍된 욕망을 타인에게서 충족하려는 현대인의 헛된 시도를 '결핍의 몽타주'로 시각화하며, 원재상은 타자의 시선에 따라 굴절과 반사를 거듭하는 욕망의 왜곡 양상을 입체 조각으로 조형화한다. 모노드라마라는 극의 형식을 시각적으로 각색한 남희승은 일상의 에피소드를 짤막한 가상의 대본으로 재구성하여 욕망을 억압하는 현실과 허구적 환상과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편 윤상윤은 사회 집단의 울타리에 편입되고자 욕망을 억압하고 자아를 은폐하는 현대인의 군상을 그리며,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김기석은 과도하게 사회화를 강요당하는 현대인의 강박과 우울을 통해 욕망의 부조리를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윤정원은 바비인형을 통해 여성의 욕망에 대한 진부한 신화를 비판하고 욕망의 이데올로기를 논한다. ● 이렇듯 작가들이 그려내는 욕망의 얼굴들은 절제와 은폐, 과도한 제스처나 해체 등 서로 다른 몸짓과 표정으로 현대 사회라는 거대한 무대를 마주한다. '욕망의 여섯 가지 얼굴'전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반사와 굴절, 왜곡을 거듭하며 정체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욕망을 통해 현대인의 자아 정체성의 문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흥미로운 보고서가 될 것이다.
장영원은 현대사회의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들을 탐색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해왔다. 자아의 결핍된 욕망을 타자에게서 충족하려는 현대인의 왜곡된 시도가 초래한 '관계'의 변질에 주목한 작가는 그 파편화된 관계의 조각들을 '결핍의 몽타주'로 시각화한다. 사회 시스템과 통제 속에서 소진되지 않는 욕망의 실패와 좌절, 그 병적인 집착이 그의 작품을 파편화된 기표들로 채우며 삶의 혼란한 진실과 정체성에 의문을 던진다.
원재상의 조각 작품은 타인의 호의와 적의에 대응하는 자기방어의 심리 기제를 형상화한다. 가시와 같은 모습을 띤 그의 자아상은 외부를 향해 날을 세운 채 타자의 욕망과 시선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변화하는 유기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그 시각적인 변형과 생략, 왜곡은 사회적 관계에 따라 자아가 구사하는 위장과 변장을 암시하지만, 이 같은 타협된 욕망은 자아의 정체성에 더 큰 혼돈을 불러일으키며 그 날카로운 가시의 날을 되려 내면으로 굴절시킨다. 이러한 양가적인 모습은 공격과 방어적인 폭력성 보다는 고개 숙인 정적인 자세를 취하며 자기연민과 결핍의식으로 귀결된다.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전개법이 눈에 띄는 남희승의「드라마틱(Dramatic)」시리즈는 허구적 플롯이라는 극의 흐름에 맞추어 연작으로 구성된 실크 스크린 작품을 선보인다. 삶을 가장 직접적으로 모방하는 예술 장르가 연극이라는 점에 착안한 작가는 카툰(cartoon)형식을 차용하여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시각적으로 각색, 욕망을 억압하는 현실과 허구적 환상과의 경계를 넘나든다. 극중 주인공의 독백으로 처리된 작품의 제목은「왜 항상 즐거움엔 댓가가 따르는 거지?」나「나의 최악의 공포는 그것이 실현되는 것이었다」처럼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기술되어 관람객들을 향해 읊조리는 대사로 변환된다.
윤상윤은 사회 집단에 파묻혀 매몰된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에 반쯤 잠긴 공간에 익명의 집단이 무엇인가의 행위를 하고 있는 초현실적 장면들은 일정한 사회 집단의 울타리에 편입되기 위해 욕망을 억압하고 자아를 은폐하는 현대인의 군상을 드러낸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고 경험 할 수 있을 법한 풍경들을 독특한 풍경과 인물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설정과 알레고리화된 소품이 더해진 그의 캔버스는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추적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의 구도를 연상시킨다.
욕망의 형성과 소멸의 반복으로 채워지는 인간의 삶. 그 들고남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미세하고 내밀한 틈을 강박과 우울로 표현한 김기석은 사회화를 과도하게 강요당하는 현대인에게 강박과 우울이야말로 현존에 대한 탁월한 증후이자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무기력한 몸짓의 사람을 붓터치로 일그러트리면서 마치 반해부학 신체처럼 변형한다. 구상과 비구상, 단순함과 복잡함 등 반복적 대비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 속 공간과 상황은 특정되지 않은 채 평행을 달리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 속에서 욕망의 부조리를 시각화한다.
설치작가로 잘 알려진 윤정원은 여성에 대한 남성중심주의 이데올로기의 대표적 화신인 바비 인형을 통해 욕망의 환타지를 담은 평면 작업을 선보인다. 스스로 주체일 수 없고 객체로서 존재 의미가 부여된 바비인형은 어린 소녀들에게 타자의 욕망을 세뇌시켜왔다. 능동태가 아닌 수동태의 주어로 지위가 고착된 바비인형의 문법은 주체 본연의 욕망을 들여다볼 기회조차 원천 차단하며 여성의 욕망을 함부로 단정짓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연작「최고의 사치」는 과연 사치가 여성의 근원적 욕망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또한 그저 이데올로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답한다. ■ 스페이스K
Vol.20140303g | 욕망의 여섯 가지 얼굴 FACES OF DESIRE展